[17년 만에 환율 1500원, 흔들리는 건설산업]③ 2008년 데자뷔…키코 사태 악몽 다시 오나

김승수 2026. 3. 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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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vs 2026년’ 건설 위기 비교

‘2008년 vs 2026년’ 건설 위기 비교

[대한경제=김승수 기자]2008년 키코(KIKOㆍ환율 통화옵션 파생상품) 사태가 건설업계의 오랜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건 단순히 손실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준비 없이 충격을 맞아 속절없이 무너졌던 기억이 더 깊이 새겨져 있는 탓이다.

당시와 현재의 지표는 섬뜩할 정도로 닮았다. 미분양이 대표적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분양 주택은 16만5599호로 통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재는 2025년 12월 기준 6만6510호로 수치상으론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추세다. 2021년 1만7710호에 불과했던 미분양 물량은 2022년 한 해에만 284.6% 폭증해 6만8107호로 치솟은 뒤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2008년 위기가 수년에 걸쳐 미분양이 누적된 끝에 터졌다면, 지금은 그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점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구조도 판박이다. 2006년말 25조8608억원이던 PF 대출이 2008년 6월 47조9122억원으로 불과 1년 반 만에 85.3% 급팽창한 것이 당시 위기의 뇌관이었다. 지금은 PF 대출 연체율이 2023년말 2.7%에서 2025년 3월 4.49%까지 치솟은 뒤 내려오지 않고 있다. 5대 은행의 건설업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46%로 제조업(0.37%)·도소매업(0.50%) 등 타 업종 대비 세 배 이상 높다. 건설업의 이자 상환 능력이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파생상품 리스크도 재연되는 양상이다. 2008년 키코 사태 당시 거래 기업 738곳, 총손실 3조2000억원이라는 수치는 이제 역사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지금은 녹인(Knock-In) 구간 1490원에 방아쇠를 걸어둔 ‘FX 트리거’ 상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 두 곳에서만 파악된 계약 규모가 4480만달러(약 660억원)에 달하며, 전체 금융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자재 조달 비용 절감을 명목으로 파생상품에 가입한 건설ㆍ시행사가 있다면, 환율이 조금만 더 오를 경우 제2의 키코 피해가 현실이 될 수 있다.

결정적 차이는 이번 위기가 2008년보다 훨씬 복합적이라는 데 있다. 당시엔 금리 인하와 4대강이라는 정부의 부양 카드가 있었다. 지금은 고물가ㆍ고환율이 맞물려 금리 인하가 쉽지 않고, 재정적자 심화로 대규모 SOC 발주도 여의치 않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성장 국면에 미분양 적체, 고환율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금융위기 당시보다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이라며 “건설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재조명하고 구조적 체질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수 기자 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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