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다르다?…왜 강남 집값이 먼저 흔들리나 [박원갑의 집과 삶]

2026. 3. 17.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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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서울 강남권과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매물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표시돼 있다. ⓒ 뉴스1 최지환 기자

최근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낯선 장면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세금 규제 신호가 나오면 외곽부터 흔들리고 중심부는 버티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패턴이었으나 이번에는 딴판이다.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예고 이후 서울 강남·송파·용산구 등 핵심 지역에서 매물이 늘고 가격도 먼저 약세를 보인다. '강남 불패'라는 익숙한 공식이 흔들리는 듯한 모습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이른바 '코어 디스카운트'(Core Discount)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높은 프리미엄을 유지해 온 중심 지역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흐름을 뜻한다. 외곽이 먼저 떨어지던 기존 패턴과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이다.

이는 2017년 발표된 8·2 부동산 대책 이후 시장 흐름과도 대비된다. 당시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 등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게 양도세 중과를 적용하기로 하고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 4월 1일부터 이를 시행했다. 그 결과 시장에서는 '중심부 강세, 외곽 약세'라는 뚜렷한 흐름이 나타났다.

KB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2017년 8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서울 성동(10.28%)·송파(10.60%)·강남(9.91%)·광진구(9.07%) 등 핵심지 아파트값은 급등했다. 반면 외곽 지역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강북(2.30%)·노원(1.93%)·은평구(1.86%)는 서울 평균 상승률(5.35%)에 크게 못 미쳤다.

수도권 외곽은 오히려 하락했다. 평택(-1.51%)·광주(-0.90%)·오산(-0.52%)·안산(-0.48%)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공간적 가격 불균형'은 세제 부담을 피하고자 우량지역 한 채만 보유하려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 흐름이 강화된 결과였다. 지난 수년간 한국 주택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전형적인 패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핵심 지역에서 먼저 가격 조정이 나타나는 것은 정책 변화와 인구구조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무엇보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크게 늘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17년 8·2 부동산 대책 당시 전국 고령 인구 비율은 14.0%였다. 그러나 올해 2월에는 21.5%까지 상승했다. 서울 역시 같은 기간 13.6%에서 20.6%로 높아졌다. 10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고령 인구 비율이 7%포인트(p)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양도세나 보유세 강화 같은 정책 신호가 나오면 고령층은 빠르게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들은 일정한 근로소득이 없어 '현금 흐름 제약'이 큰 집단이다. 보유세 부담이 커질 조짐이 보이면 다주택자들은 주택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려 한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종합부동산세 납부액 가운데 60세 이상 비중은 57%(납부자 비중은 52%)에 달한다. 종합부동산세 납부자의 절반 이상이 고령층이라는 의미다.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가 1주택자도 주택 규모나 금액을 줄이는 '주거 다운사이징'에 나서고 있다. 보유세 인상뿐 아니라 비거주용 고가 1주택에 대한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축소나 전세 임대 시 간주임대료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움직이는 것이다.

물론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상급지 갈아타기' 트렌드로 가격이 크게 오른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가격이 많이 오른 만큼 차익 실현 욕구 역시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대출 규제가 강해 아주 저렴한 매물이 아니고서는 시장에서 소화되기 쉽지 않다.

결국 가격 부담, 세금 변수, 인구 구조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핵심 지역의 가격이 먼저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정책이라도 인구 구조가 달라지면 시장의 반응도 달라진다. 초고령사회라는 구조 변화가 부동산 시장의 작동 방식 자체를 조금씩 바꾸고 있는 셈이다.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은 4월 중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3월 하순부터 4월 초순 사이가 정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허가에 15~20일이 걸린다. 따라서 5월 9일 이전에 계약을 체결하려면 매물을 미리 내놓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5월 10일 이후다. 다주택자 매물은 줄어들겠지만, 고가 1주택자나 임대사업자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매물 절벽'이 곧바로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요즘 나타나는 '코어 디스카운트' 현상이 장기적으로 지속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시간 빈곤 세대'인 30~40대의 직주근접형 수요와 자산 양극화 흐름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의 세제 압박이 크게 작용하는 올해까지는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상급지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수요자라면 가격이 아주 싸지 않은 이상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어 보인다.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 한쪽에 쏠리기보다 중심추를 잡고 부동산시장을 균형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을 나와 강원대에서 부동산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KDI 경제전문가 패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인의 부동산심리', '부동산미래쇼크','박원갑 박사의 부동산트렌드수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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