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리스크에 이러다 100弗이 지지선될라…주요국 비축유·공급망 대응

김아름 기자 2026. 3. 1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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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 100달러 재돌파 …호르무즈 긴장에 유가 급등
LNG 가격도 20달러대 급등하며 가스 시장까지 불안 확산
주요국, 비축유 방출·인태 에너지 협력하며 대응 확대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중동 긴장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에너지 가격 불안이 커지자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국들은 비축유 방출과 가격 안정 정책 등 시장 안정 대응에 나서고 있다.

16일 국제유가 시장에 따르면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100달러에 근접한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인도분 WTI는 98.71달러, 두바이유는 127.86달러, 브렌트유는 103.14달러까지 치솟았다.

중동의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불안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하루 약 2000만 배럴 수준으로 전 세계 석유 공급의 약 20%가 이 해협을 지나간다. 시장에서는 해협 봉쇄 가능성이 현실화할 경우 원유뿐 아니라 LNG 운송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불안은 가스 시장에도 빠르게 반영되는 중이다. 아시아 LNG 현물 가격 지표인 JKM은 최근 MMBtu당 20달러대 중반까지 상승하며 급등세를 나타냈다. 중동에서 생산된 LNG 역시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아시아로 운송되는 만큼 해협 긴장이 커질 경우 LNG 공급 차질 우려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유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 긴장이 길어질 경우 원유뿐 아니라 LNG 운송 리스크도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며 “특히 아시아 LNG 시장은 현물 거래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성이 빠르게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이어지자 세계 주요국들도 공급 확대와 가격 안정 조치를 동시에 추진하며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동발 공급 충격을 방어하고자 회원국들과 함께 전략비축유 공동 방출에 나섰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에도 IEA 회원국들은 약 2억 배럴 규모의 비축유를 방출하며 유가 급등 완화에 나선 바 있다.

미국은 물류 규제 완화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 백악관은 연료 가격 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존스법(Jones Act)’의 일시 면제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존스법은 미국 항구 간 화물 운송을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과 미국 국적 선원이 운항하는 선박으로 제한하는 해운 규정이다.

일본 정부 역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급등세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조치에 나섰다. 이날 관보를 통해 민간 비축유 방출을 공식 고시했는데, 석유비축법으로 의무화된 정유사와 상사 등의 비축분을 종전 일본 소비량의 70일분에서 55일분으로 줄여 15일분을 방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달 하순 중 준비 절차를 마치는 대로 국가 비축유도 추가 방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 11일, 민간 비축유 15일분과 국가 비축유 1개월분을 합쳐 역대 최대 규모인 약 8000만 배럴을 방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유럽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산업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 지원과 에너지세 인하, 배출권거래제(ETS) 조정, 가스 가격 상한 검토 등 다양한 가격 안정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중동 해상 수송로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해상 보호 임무 강화 여부도 협의 중이다.

우리 정부도 비상 대응에 총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3일 정유사가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에 상한선을 설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해 국내 기름값 상승 속도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사실상 사문화됐던 가격 통제 조치를 다시 꺼낸 것으로 중동발 에너지 충격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은 이날 발표한 '미국-이란 전쟁의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제조업 생산비용 증가와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와 경기둔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각국의 대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국제 공조 움직임도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수급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인도·태평양 국가 에너지 장관들은 최근 일본 도쿄에 모여 에너지 안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도 지난 14~15일 도쿄에서 열린 ‘제1차 인도·태평양 에너지 안보 장관회의 및 비즈니스 포럼(IPEM)’에 참석해 역내 에너지 공급망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은 불안정한 에너지 수송로와 가격 변동성,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구조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해 공급망의 예측 불확실성을 줄이고 IEA 공동 비축유 방출과 같은 위기 대응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 이후 각국 장관들은 역내 에너지 수급 안정과 협력 의지를 담은 ‘인도·태평양 에너지 안보 장관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공동성명서에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등을 통해 미국산 LNG의 태평양 수출 확대를 환영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일 간 에너지 협력도 구체화했다. 김 장관은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과 만나 ‘한일 산업통상 정책대화’를 신설하기로 합의한 것. 양국은 또 ‘LNG 수급 협력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 위기 발생 시 LNG 스왑 등을 통한 수급 안정에 뜻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안보 이슈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에너지업계 한 전문가는 "호르무즈 해협 긴장은 언제나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민감한 리스크 요인 중 하나로 꼽혀 왔다"면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앞으로 원유와 LNG 가격 변동성은 더욱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아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