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드디어"…은마 재건축 변수는 '대단지·상가'[르포]

김찬호 2026. 3. 1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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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 최고 49층, 5893가구로
"조합원들 모두 빠른 재건축 원해"


"워낙 오래된 아파트이다 보니까 작은 화재들은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 일은 우리에게는 심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지난 16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한 동의 외벽에는 베란다를 중심으로 검은 그을음이 위층까지 길게 번져 있었다.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구간은 유리창과 외벽이 새까맣게 타 있었고, 연기가 치솟으며 남긴 흔적이 층층이 이어졌다. 4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의 모습 위로 화재의 흔적이 겹쳐지면서 단지의 세월이 더욱 또렷하게 두드러지고 있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화재로 벽면이 그을린 모습. / 사진 = 김찬호 기자
은마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많은 조합원분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가지게 됐을 정도다"며 "재건축에 걸림돌 없이 속도전에 돌입하자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현재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달 26일 열린 서울시 제3차 정비사업 통합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했다. 건축재건축 논의가 시작된 지 약 27년만이다. 통합심의는 건축·경관·교통·교육·환경·소방·재해·공원 등 8개 분야를 한꺼번에 심의하는 절차다.

인근의 A공인중개사 대표는 "화재가 난 이후 조합을 중심으로 더는 재건축을 늦출 수 없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조합은 올해 상반기 중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총회를 개최하고, 올해 안에 사업시행인가를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2027년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마쳐 2030년 안에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조합 내부에선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갈등도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앞서 2023년 입찰을 통해 시공사 선정을 마친 상태"라며 "시공사를 변경하게 되면 사업기간이 추가로 늘어나 사업에 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뜩이나 수십 년이 지체됐는데 더 이상의 지연을 바라는 조합원들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마포구 마포로5구역과 성수전략정비구역4지구처럼 시공사 선정에 갈등도 없어 사업 지연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통합심의 통과를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 사진 = 김찬호 기자

다만 '상가와의 협의'와 '4400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는 사업의 변수로 남아있다.

인근 B공인중개사 대표는 "지금 가장 큰 변수는 상가 문제라고 볼 수 있다"며 "조합에서는 사업을 밀어붙이려는 분위기지만 상가와 협의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에 조합 관계자는 "다른 단지의 경우 상가와의 협의 문제로 인해 갈등을 겪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은마아파트 상가는 특정 소유주의 지분율이 크고, 다른 곳과 달리 상가대표 교체도 없는 편이라 안정적"이라고 답했다. 이어 "상가 대표측과 아파트 분양권 등 상가의 요구를 충분히 들어주며 무리없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단지 규모가 워낙 큰 점도 변수로 꼽힌다. 은마아파트는 4400세대가 넘는 대단지다 보니 사업이 진행될수록 내부 의견 충돌이나 반대 움직임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B공인중개사 대표는 "이 정도 규모 단지는 항상 변수들이 생긴다"며 "중간에 반대 목소리가 또 나오거나 비상대책위원회가 다시 만들어질 가능성도 다분하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은마아파트 역시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고강도 규제의 그늘에서 피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용면적 101㎡은 지난해 11월 최고 38억원에 거래됐지만 최근 매물은 33억원 안팎까지 내려왔다.

김찬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