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위기 온다'는 공포 마케팅이 고개를 들 때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과거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위기 중 글로벌 금융위기는 2008년 여름 월가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도산으로 본격화했다. 하지만 당시 리먼이 도산하기 한참 전부터 금융시장에선 신용경색 등 위기 징후가 나타났고 경고음도 울렸으며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분야로 징후가 확산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경제계에선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웠던 충격을 '블랙스완', 예측 가능하고 징후도 나타나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기를 '회색 코뿔소' 등으로 구분해 지칭한다. 하지만 현실 속에선 경기 악재가 수없이 많고 대외여건은 예측하기도, 대응하기도 어려우니 블랙스완인지, 회색 코뿔소인지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경우가 많다.
리먼이 도산하기 1년 전인 2007년 8월 9일 프랑스은행 BNP파리바는 3개 펀드에 대한 환매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환매가 중단된 펀드는 BNP파리바 ABS 유리보, 베스트 다이내믹 ABS, BNP파리바 ABS 에오니아 등 3개로, 자산규모가 총 27억6천만달러였다. 이 펀드는 금융위기를 촉발한 주범으로 꼽히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기반으로 한 ABS(자산유동화증권)에 투자한 펀드였다. 그날 환매중단 충격으로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2.8% 넘게 폭락했고 국제 금융시장에선 자금경색의 파장과 우려가 불길처럼 번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 캐나다은행 등이 일제히 돈을 풀며 '소방수'로 나섰지만 위기 징후는 더 번졌고 결국 이듬해 대형 경제위기는 터지고야 말았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7/yonhap/20260317061148768sbwj.jpg)
최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유가 급등과 '스태그플래이션'(Stagflation. 고물가 속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 불안과 금융시장 혼란, 미국 중간선거에 미칠 악영향 등을 생각해 전쟁이 조속히 마무리되길 바라지만 이란의 저항이 만만찮으니 세계 경제를 침체로 몰아넣을 '회색 코뿔소'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크다. 더구나 새 전쟁이 터진 와중에 전해진 미국 사모대출 펀드의 환매 중단 소식은 또 다른 경제위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몰고 왔다. 월가의 유명 IB(투자은행) 사이에선 이미 현재의 금융시장이 과거 금융위기 직전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한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바다를 지나는 유조선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7/yonhap/20260317061148952ocno.jpg)
과도한 우려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를 전체적으로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직전과는 많이 다를뿐 아니라 당시보다 양호한 상황이므로 이런 우려는 지나친 수준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무조건 오르는 게 '절대 선(善)'인 줄 알았던 주가가 하락하는데 베팅하는 상품이 팔리는 세상이고 보면 전쟁의 공포를 확산시켜 돈을 벌려는 '공포 마케팅'의 일환인지도 모른다. 금융위기를 예언해 '닥터 둠(Doom)'으로 불린다는 미국의 유명 대학교수, 영화의 주인공이 된 월가의 저명 공매도 투자자, 몇 년째 금융시장의 대폭락이 올 거라고 협박하는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 등은 모두 '공포 장사꾼'일 수도 있다.
그런데도 현재의 경기에 대한 걱정을 털어낼 수 없는 건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 때문이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경기가 천신만고 끝에 회복 국면의 초입에 들어선 시점에 해외에서 터진 복합 악재는 예측도 해결도 어려운 문제다. 미국의 무리한 관세와 투자 요구에 시달려온 한국경제는 이제 '유가 100달러, 달러 1,500원'이라는 대형 악재에 직면했다. 온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모았던 주가 상승의 열풍도 주춤한 데 시중 금리마저 오르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경제 악재나 걱정이 없던 시절은 거의 없었지만, 위기냐 극복이냐를 결정짓는 건 언제나 우리의 대응이었다. 실제 위기의 단초인지, 공포 마케팅인지 판별하긴 어렵지만튼실한 방파제를 쌓고 태풍에 대비하는 건 우리 몫이다.
hoonkim@yna.co.kr
![[그래픽] 국제유가 추이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포함해 미국·이스라엘을 향해 초강경 대응을 선언하면서 12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다시 급등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46달러로 전장보다 9.2% 급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95.73달러로 전장보다 9.7% 상승했다. circlemin@yna.co.kr](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7/yonhap/20260317061149139gniu.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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