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통합지원법' 약사 역할은 어디까지 확장될까

인터뷰로 짚어본 돌봄통합: 제도는 시작, 현장은 준비 중
오는 2026년 3월 27일,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이 본격 시행된다. 노쇠·장애·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주민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삶을 이어가도록, 의료·요양·돌봄·주거·영양·약료를 지역 안에서 개인 맞춤형으로 연결하는 전국 단위 제도다.

제도는 무엇을 바꾸나, 다제약물관리사업과는 무엇이 다른가
돌봄통합지원법이 겨냥하는 변화는 '서비스의 통합'이다. 그동안 보건의료, 장기요양, 일상돌봄이 기관별로 분절돼 운영되면서,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여러 제도를 '찾아다니며' 연결해야 했다. 돌봄통합은 이 구조를 바꿔,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대상자별 욕구를 평가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패키지로 설계·연계하는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가장 많이 혼동하는 지점은 '다제약물관리사업'과의 관계다. 유우리 약사는 "겉으로는 약사가 약물 관리를 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대상·운영 주체·정책 목적이 다른 별개의 제도"라고 정리했다. 다시 말해 다제약물관리사업이 다제약물 복용자 중심으로 중복·상호작용·부작용 위험을 줄이는 '안전한 약물복용'에 초점을 두는 반면, 돌봄통합은 노쇠·질병·장애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생활을 지속하도록 의료·요양·돌봄·주거·영양·약료를 한 틀에서 엮는 '큰 체계'이며, 약료는 그 안의 한 축으로 자리한다.
유 약사는 '약국 밖 약료'의 의미를 이렇게 구분했다. 약국 내 복약지도를 '사전 서비스'로 본다면, 가정에서 이뤄지는 방문 약료는 '사후 서비스'에 가깝다는 것이다. 실제 생활환경에서 약이 어떻게 보관·복용되는지, 누락·중복·임의복용이 어떻게 발생하는지까지 확인하는 과정이어서, 고령화·다제약물·1인가구가 늘수록 이런 사후 서비스의 필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사례가 주는 힌트: '연속성'과 '표준화'가 약료의 자리를 만든다
해외의 돌봄통합·지역기반 돌봄 모델은 나라별로 형태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키워드는 비교적 분명하다. 첫째, 치료 이후에도 돌봄이 끊기지 않도록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 둘째, '표준화된 절차'와 '역량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여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는 것이다.
일본은 지역 단위에서 의료·간호·재활·생활지원이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설계한 재택의료를 오랜 기간 동안 시행해왔고, 이는 '살던 곳에서의 삶'을 제도 목표로 삼는 한국에게 중요한 참고점이 된다. 즉 제도 도입 후 현장에서 서비스가 실제로 어떻게 연결되고, 누가 조정하고, 반복 관리가 되는지 등 '연속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호주·캐나다의 사례에서도 약사의 역할이 제도 안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표준화과 교육·자격적 참여 기준이 자주 등장한다. 예시로 호주의 Home Medicines Review(HMR)는 직접적 의뢰를 기반으로 한 약물검토 모델이 있다. 가정 방문을 통해 약사가 약물 전반을 점검하고 권고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약사의 임상적 역할을 제도 안에 녹여낸 것이다. 이런 구조는 결국 '누가, 어떤 절차로, 어떤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가'를 제도적으로 정리해, '표준화'의 장치로 기능한다.

현장 과제: 데이터·인력·보상체계 갖춰져야 '약국 밖 약료'가 보편화된다
유우리 약사가 가장 먼저 짚은 현실적 난관은 투약이력 확인과 정보 접근이다. 현장에서는 '복용 약 목록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큰 업무가 되기도' 하는데, 정보 접근이 원활하지 않으면 약료의 완성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약이 누락되거나 복용 현황 파악이 늦어지면 상담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수요 확대에 대비한 인력 기반이다. 돌봄통합이 확대될수록 약료 수요는 늘 가능성이 큰데, 이를 감당할 약사 인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서비스가 지속 가능해진다. 세 번째는 지속 가능한 보상체계다. 유 약사는 현재 참여 약사 상당수가 경제적 이익보다 사명감에 기반해 움직이는 현실을 언급하며, 제도가 보편화되려면 준비·상담·이동까지 포함한 업무 특성이 반영된 현실적 보상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고 봤다.
약대생의 시선: 약국을 넘어, 지역사회 약료 역량을 준비해야
약대생의 관점에서 돌봄통합은 초고령사회에서 올바른 약물 사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필수적 전환이며, 약사가 약국이라는 공간적 한계를 넘어 지역사회에서 주도적으로 약료를 제공할 기회가 열리는 중요한 흐름이다. 재택 환경에서의 방문약료, 복약관리, 다제약물 조정 등 약사의 전문성이 실질적 가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예비 약사들도 '약국 밖 약사'가 보편적 직능으로 자리 잡는 시대를 대비해 역량과 진로 선택지를 넓혀야 한다.
돌봄통합의 성패는 '연결의 품질'… 약료는 '퍼즐 조각'이 아니라 '핵심 인프라'
돌봄통합지원법은 분절된 서비스를 통합해 '살던 곳에서의 삶'을 가능하게 하려는 제도다. 다만 제도가 현장에 뿌리내리려면 투약이력 등 데이터 접근성, 표준 절차와 교육 체계, 인력·보상 기반, 다학제 협업의 역할 정교화가 함께 구축돼야 한다. 3월 27일 이후 돌봄통합이 이름 그대로 '통합'으로 작동할지, 현장의 실행력과 설계의 정교함이 성적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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