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급 1500원 환율…국내수급 아닌 '대외변수'에 당국 카드도 제한적

이강 기자 2026. 3. 17.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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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리스크·유가급등에 '강달러' 지속…에너지 취약한 원화 직격탄
"작년과 다른 구조적 상승"…환율 1500원 안팎 '고변동성' 지속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대비 6.80원(0.46%)오른 1,500.50으로 개장하고 있다. 2026.3.16 ⓒ 뉴스1 김명섭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달러·원 환율이 장중 1500원을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 선에 진입했다.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글로벌 달러 강세가 이어진 결과다.

다만 지난해와 달리 국내 외환 수급 문제가 아니라 대외 요인이 환율 상승을 주도하고 있어 외환당국도 정책 대응만으로 환율 흐름을 바꾸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당분간 1500원 안팎에서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500원 돌파한 환율, '중동 리스크·고유가'가 끌어올린 달러 강세

1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날 7.3원 오른 1501.0원으로 출발해 1497.5원에 마감했다. 주간거래에서 환율이 1500원을 넘긴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2일(장중 고가 1500원) 이후 처음이다.

최근 환율 상승은 글로벌 달러 강세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국제유가 상승이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고 글로벌 자금이 달러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XY)도 100선을 웃돌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 13일 100.36, 15일 100.35에 마감한 데 이어 지난 16일 100.32를 기록하며 3거래일 연속 100선을 웃돌았다. 지난 13일 장중에는 100.54까지 오르며 지난해 5월 19일(100.4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인덱스는 유로화·엔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통상 100을 웃돌면 달러 가치가 장기 평균 대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국제유가 상승 역시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 원유 결제에 필요한 달러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이란 분쟁 장기화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는 상황"이라며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까지 겹치면서 달러 선호가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원화는 이번 중동 리스크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통화로 평가된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 비중도 커 중동 에너지 위기에 원화가 특히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2026.2.26 ⓒ 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와 다르다"…수급 쏠림 아닌 '중동사태·달러 강세' 원인

시장에서는 이번 환율 상승이 지난해와 달리 대외 요인에 의한 구조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에는 국내 외환 수급 쏠림에 따른 일시적 상승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 상승은 글로벌 달러 강세라는 펀더멘털이 반영된 흐름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11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환율 상승을 "내국인의 해외 주식 투자 증가에 따른 쏠림 현상"으로 분석한 바 있다. 당시에는 서학개미 투자 확대와 기업 외화예금 증가가 맞물리며 국내 수급이 달러 매수 쪽으로 쏠린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반면 이번 상승의 직접적 배경은 글로벌 달러 강세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해외투자 비중 조정이나 외화 유동성 확대 등 지난해 논의됐던 정책 수단들은 이번 상황에서는 환율 방향 자체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국내 자본 유출이 환율 상승의 주요 요인이었지만 현재 국내 자본 흐름 자체는 비교적 안정적"이라며 "중동 에너지 위기가 핵심 변수로 작용하면서 달러 인덱스 상승과 원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수급 문제가 아니라 대외 환경 변화가 달러 강세를 촉발한 상황"이라며 "에너지 수급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내 정책만으로 환율 흐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당국 "시장 모니터링 강화"…방향 전환보다는 '변동성 관리' 주력

다만 환율이 단기간 급등할 경우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이나 미세 조정 등으로 투기적 달러 매수 심리를 억제하는 수준의 변동성 관리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민 연구원은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하면서 시장에서는 '더 오를 것'이라는 롱 심리가 자극될 수 있다"며 "이 경우 구두 개입이나 미세 조정을 통해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조치는 환율 방향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단기 변동성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민 연구원은 "현재 환율 상승은 지정학 리스크와 글로벌 매크로 환경 변화에서 비롯됐다"며 "정책 대응의 초점도 환율을 낮추기보다는 시장 쏠림을 완화하는 안정화 조치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외환당국은 실개입 여부 등 구체적인 대응 수단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면서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할 경우 안정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환율 레벨과 실개입 여부 등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지만 모든 걸 다 고려하고 있다"며 "원화가 쏠리는 등 이상하게 움직일 때는 필요하면 시장 안정 조치를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떤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지, 시점은 언제가 적절한지 타이밍을 보고 있다"며 "다만 현재는 원화만 괴리돼 움직이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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