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청약’ ‘선당후곰’ 옛말…서울·브랜드·반값 아파트로 쏠린다
청약시장, 실수요자 중심 재편
신중한 판단에 전국 청약 경쟁률 반토막

한때 청약시장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줬던 ‘묻지마 청약’ ‘선당후곰(일단 청약 접수하고 당첨된 뒤 고민)’이 이제 옛말이 됐다. 청약 접수 자체가 1년만에 ‘반토막’ 난 것이다. 대신 서울 아파트와 대형 건설사 브랜드 단지, 분양가가 낮은 공공분양 ‘반값 아파트’ 등을 골라 접수하는 ‘선별 청약’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1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 1순위 청약 접수 건수는 70만9736건으로 집계됐다. 2024년 152만3986건의 46.6% 수준으로 1년 만에 절반 가량 줄어든 것이다. 청약 접수 건수가 100만건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3년(36만9942건) 이후 12년 만이다.
청약 수요 감소의 주된 배경으로는 서울과 비서울 간 양극화가 꼽힌다. 지난해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은 7.1대1이었지만 서울은 155.9대1을 기록했다. 비서울 지역 평균 경쟁률은 4.1대1에 머물렀다. 전체 1순위 청약 접수의 42.7%(30만3217건)가 서울에 집중됐다. 전국적으로 청약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절반 가까운 수요가 서울에 몰린 셈이다.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 선호도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 아파트는 3만8467가구 공급에 50만7054명이 청약해 경쟁률 13.2대1을 기록했다. 기타 건설사 단지는 6만5074가구 공급에 19만4882명이 청약해 경쟁률 3대1 수준에 그쳤다. 브랜드 단지의 청약 경쟁률이 4배 이상 높은 셈이다.

시장에서는 과거 청약시장을 지배하던 ‘묻지마 청약’ ‘선당후곰’ 분위기가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일단 청약을 넣고 보자는 심리가 강했다. 고민하더라도 당첨된 뒤에 하라는 의미로 ‘선당후곰’이라는 용어가 생겼으나 최근에는 청약 참여 자체를 신중히 판단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강화된 대출 규제에 분양가 상승이 맞물려 자금 부담이 커진 영향이 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998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4% 상승했다. 서울은 3.3㎡당 5264만원으로 1년 전보다 19.5% 올랐다.
수도권에서는 높은 분양가 때문에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분양한 경기 성남 분당구 ‘더샵 분당센트로’는 1순위 경쟁률 51대1을 기록했지만 상당수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해 84가구 중 50가구가 무순위 청약으로 전환됐다. 이 단지 84㎡ 최고 분양가는 21억8000만원으로 주변 아파트 실거래가보다 6억원 이상 높았다.
분양가가 크게 낮은 공공분양 단지에 수요가 많이 몰리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마곡지구17단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지난 12~13일 특별공급에서 162가구 모집에 1만998명이 신청해 평균 67.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자곡동 강남브리즈힐 이후 14년 만에 나온 서울 내 토지임대부 아파트다. 땅은 공공(서울주택도시공사)이 소유한 채로 건물만 분양하는 형태로 전용 59㎡ 분양가가 3억4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돼 청년과 신혼부부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청약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입지와 브랜드, 분양가 경쟁력에 따라 수요가 갈리는 ‘옥석 가리기’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고분양가 상황에서 청약 수요는 줄겠지만 입지와 가격 경쟁력이 있는 단지로의 쏠림은 더 심해질 것”이라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3기 신도시 공급이 본격화되면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트럼프 “이란 전쟁으로 미·중 정상회담 한 달 연기 요청”···새 날짜는 언급 안 해
- 엔비디아 추론 칩 공개···젠슨 황 “삼성에 감사, AI로 마침내 생산적인 일 가능”
- ‘묻지마 청약’ ‘선당후곰’ 옛말…서울·브랜드·반값 아파트로 쏠린다
- [단독]‘윤 정부 경찰국 반대’ 류삼영 전 총경, 정직 취소소송 패소에 “재판소원 내겠다”
- [단독]‘교과부진’ ‘한부모’ 명단을 복도에?···학교서 5년간 266만명 개인정보 유출
- 이 대통령, 여당 초선들과 이틀째 만찬서 “국민과 직접 소통 더 노력해야”
- “의회 000들” 김돈곤 청양군수, 통화 중 의회 지칭해 욕설 파문
- 김민석 “언론은 무협지공장 아니다”…김어준 ‘대통령식 차기 육성’ 주장에 즉각 반박
- 한화에어로, KAI 지분 4.99% 확보···‘한국형 스페이스X’ 구상 가속
- 테헤란서 5250㎞ 거리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인도양 작은 섬, 미·이란 전쟁 ‘요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