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은 발견하는 것이 아닌 함께 가꿔가는 공동의 바람[문화대상 이 작품]

최희재 2026. 3. 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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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은 발견되는 낙원이 아니다.

최인호 작가가 '삼국사기'에 수록된 '도미부인전'에서 착안한 고전적 정절 서사는 뮤지컬 '몽유도원'에 이르러 압제를 딛고 목소리를 내는 동시대적 공동체 서사로 거듭난다.

넘버 '도원은 어디에'는 서로의 빛이 되어 함께 만들어가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도원임을 강조한다.

도원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사람들이 가꾸어가는 공동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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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리뷰
에이콤 뮤지컬 ‘몽유도원’
초연 이후 24년 만의 화려한 귀환
'한국적 뮤지컬'의 정체성 증명
동시대 공동체 서사로 재해석
내달 11일부터 샤롯데씨어터서 2차 공연

[이주영 문화칼럼니스트] 도원은 발견되는 낙원이 아니다. 무너진 공동체가 다시 세우는 세계다. 뮤지컬 ‘몽유도원’은 속세의 고통과 정치적 혼란이 거세된 평화의 공간 ‘도원(桃源)’을 재정의하며 ‘한국적 뮤지컬’의 정체성을 직시한 대작이다.

뮤지컬 ‘몽유도원’의 한 장면(사진=에이콤)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다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도원은 어디에 있는가’는 상실된 공동체의 재건자로 관객을 호명한다. 무대 위 도미(이충주·김성식 분), 아랑(하윤주·유리아 분), 여경(민우혁·김주택 분)의 비극은 현대의 안온함 속에 잊힌 도원을 새로이 길어 올리는 마중물이 된다. 더불어 ‘한국적 뮤지컬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이 작품의 시작점을 소환한다. 2002년 초연작을 24년 만에 완연히 다른 미학으로 재해석해 낸 창·제작진들의 집념은 그 자체로 묵직한 응답이다. 잘 벼려진 장면화와 넘버들, 상징적 군무 등은 ‘한국적 뮤지컬’이라는 오래된 화두를 현행화한다. 언어와 문화를 넘어 한국적 정서가 어떻게 보편적 감동으로 전이될 수 있는지 스스로 증명하는 작품이다.
뮤지컬 ‘몽유도원’의 한 장면(사진=에이콤)
뮤지컬 ‘몽유도원’의 한 장면(사진=에이콤)
여경은 꿈에서 본 이상향을 수소문한 끝에 아랑을 왕비로 낙점한다. 은둔하며 명맥을 이어가던 옛 목지국 도미의 부인이다. 여경의 폭력적인 왕비 만들기는 여백과 기세를 군무와 조명으로 장면화한 바둑 대결을 통해 도미를 파괴하고 공동체를 해체한다. 탈출한 아랑은 제사장 비아(홍륜희·정은혜 분)의 집전으로 도미를 천도하고, 스스로 얼굴을 망가뜨린 채 유랑한다. 최인호 작가가 ‘삼국사기’에 수록된 ‘도미부인전’에서 착안한 고전적 정절 서사는 뮤지컬 ‘몽유도원’에 이르러 압제를 딛고 목소리를 내는 동시대적 공동체 서사로 거듭난다.
뮤지컬 ‘몽유도원’의 한 장면(사진=에이콤)
뮤지컬 ‘몽유도원’의 한 장면(사진=에이콤)
한국화 같은 무대 미학 속 ‘역동적 여백’과 국악과 서양음악, 록과 발라드가 융합한 ‘정제된 넘버’들은 욕망과 파국, 애도와 성찰을 감각케 한다. 택견부터 고전무용과 탈춤, 컨템포러리 댄스가 스며든 군무는 한국적 뮤지컬의 상징이다. 입체적으로 설계된 수묵 영상이 배우의 움직임과 한 몸처럼 맞물리는 ‘몽유(夢遊)’ 장면은 개로왕 여경의 일그러진 무의식에 동행하는 듯한 착시를 선사한다. 도미와 아랑이 일출을 받으며 나아가는 조각배 항해는 관객들 역시 도원으로 향하는 민초임을 자각하도록 이끈다.

‘몽유도원’은 여경으로 대변되는 권력의 질서와 도미와 아랑으로 대변되는 유민들의 삶을 병치한다. 집착으로 점철된 여경의 질서는 공동체를 대변한 도미와 아랑의 질서에 무너진다. 넘버 ‘도원은 어디에’는 서로의 빛이 되어 함께 만들어가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도원임을 강조한다. 도원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사람들이 가꾸어가는 공동의 바람이다. ‘한국적 뮤지컬’은 공감하는 관객들의 바람으로 구체화되고, 도원과 한국적 뮤지컬은 ‘몽유도원’을 통해 상생으로 수렴된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1차 상연을 마무리한 후 내달 11일부터 5월 10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다. 이어 뉴욕 링컨센터에서 관객들을 만날 계획이다.

이주영 문화칼럼니스트

최희재 (jupi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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