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나비효과? 현대엘리베이터 폭탄배당: 1화 [이환주의 시선]

[파이낸셜뉴스] 우리 정부가 스위스 엘리베이터 회사 쉰들러가 2018년 제기한 3000억대 국제투자분쟁(ISDS) 본안 소송에서 완전 승소했다. 이번 승소로 정부는 배상금 3250억원에 대한 책임 면제는 물론 96억원의 소송 비용까지 돌려 받게 됐다.
조아라 법무부 국제법무국 국제투자분쟁과장은 16일 과천정부청사 브리핑을 통해 "지난 14일 새벽 2시경 PCA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중재판정부로부터 100% 승소했다"며 "총 10년이 걸린 론스타, 5년이 걸린 엘리엇과 함께 쉰들러 승소는 8년 가까이 걸린 쉽지 않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쉰들러 사건은 단순하게 보면 우리 정부가 ISDS에서 승소해 약 33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아낄 수 있게 됐다는 좋은 뉴스다. 하지만 이를 조금 더 깊게 살펴보면 우리나라 재벌들이 소액주주를 무시하며 이익을 추구해온 어두운 관행은 물론, 2800에서 단숨에 6000을 돌파한 우리 자본시장 선진화 역사의 일면을 이해할 수 있다. 쉰들러 ISDS 소송이 불러온 현대엘리베이터의 전무후무한 폭탄배당의 연결고리를 살펴본다. 이는 과거 후진적인 자본시장을 유지했던 대가를 현재 우리정부가 ISDS라는 형태로 돌려 받고 있으며, ISDS를 통한 우리 정부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자 법률 전문가들이 고군분투 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쉰들러는 2018년 10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한· EFTA(유럽자유묵역연합) 투자협정에 근거해 ISDS를 제기했다. 쉰들러의 주장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주주에게 손해를 끼치면서 불법적인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해당 자금을 '엄한 곳(파생상품 계약)'에 썼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유상증자를 하지 못하게 막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현대 그룹과 정부간 유착(정경유착)이 의심된다."
쉰들러는 당시 현대엘리베이터에 투자한 상태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을 제외하면 2대 주주인 상황이었다. 현정은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27%였고, 쉰들러는 약 15%로 국민연금공단보다 3배나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쉰들러는 한때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약 35%까지 보유하며 경영권을 위협했으나 2013년~2015년 현대엘리베이터가 수차례 대규모 유사증자를 단행하며 지분율이 15%대까지 급락했다.

'유상증자'란 말 그대로 기업이 추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받고 새 주식을 찍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주식이 총 1000주인데 1000주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경우 기존에 500주를 가지고 있던 A의 지분율은 50%에서 25%로 줄어들게 된다. 유상증자를 한다고 해서 기업의 가치(수익성)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니 1주당 주식 가격은 떨어지는게 보통이다. 다만 유상증자의 목적이 미래의 더 큰 수익을 위해 공장을 짓는 등 설비투자라면 주식 가격이 오르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다. 미래에는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이 주가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반면 최악의 유상증자는 증자를 통해 마련한 돈을 회사의 대출을 갚는데 쓰거나, 대주주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는 경우 등이 꼽힌다.
그렇다면 당시 현 회장은 자신의 지분율 희석을 감수하고서라도 왜 무리한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를 단행해야만 했을까. 이유는 '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범현대가(현대중공업)는 현대그룹의 핵심인 현대상선을 노리고 있었다. 현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대상선 주식을 사야했지만 자금이 부족했다. 이에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마련한 뒤 파생상품 계약의 담보나 수수료로 사용한 것이다.

현 회장 편에 서기로 한 금융사들은 현 회장을 대신해 현대상선 주식을 샀다. 그리고 의결권은 현 회장측에 유리하게 행사하기로 약속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그 대가로 연 5.4%~7.5%의 고정수익을 금융사에 보장했다.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나눠 갖지만, 주가가 떨어지면 그 손실을 현대엘리베이터가 전부 현금으로 보전하는 구조였다. 현 회장은 지배권을 유지해서 좋고, 금융사는 확정 수익을 거둬서 좋고, 그 사이에서 현대엘리베이터 주주만 손해를 보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현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총 9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파생상품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약 7000억 원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해운업황 전체적인 악화로 현대상선 주가가 급락했고 손실폭도 커진 것이다. 쉰들러 입장에서는 '회사가 내 지분 가치를 깎아서 만든 돈으로 회장의 지배권을 유지하는데 썼다'고 억울해 할 만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쉰들러는 ISDS 소송과 별개로 현 회장을 비롯한 이사 4명을 상대로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해 우리나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1700억원(원금)과 9년간의 지연이자 1100억원 등 총 28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현 회장은 이 배상금을 갚기 위해 또 다시 현대무벡스 주식 등을 활용했다.
쉰들러는 한국 재벌의 매운맛을 보고 학을 떼며 현대엘리베이터와 결별했다. 3월 현재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0.01% 미만이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소송을 지속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분만 남겨 놓은 것으로 보인다.

쉰들러와 별개로 현대엘리베이터에 투자한 개미(소액주주)들도 피눈물을 흘려야 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2011년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와 맞물려 17만원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유상증자와 함께 하락을 지속했다. 2015년 당시에는 고점대비 70% 이상 하락한 4만원~5만원대를 기록했다. 2011년 700만주 정도였던 주식이 4년만에 2500만주, 3.5배 이상 늘었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2014년 당시 현대증권 노조 등 소액주주들은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비용을 왜 주주들이 분담해야 하느냐"며 약 68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별도로 제기했다. 주주소송은 쉰들러 소송과 병합된다. 하지만 총 2800억원에 달하는 승소 배상금은 주주들 손에 돌아가진 않았다. 해당 소송은 주주 대표 소송이었기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 회사 곳간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 돈은 최근 현대엘리베이터가 실시한 역대급 배당(1만2010원)의 일부로 사용됐다.

■'이환주의 시선'은 특정 이슈를 기존의 단순 기사 형식을 넘어 기자수첩, 내러티브 등 다양한 형태로 풀어나가는 온라인 전용 코너입니다. 다음화에서는 이례적인 현대엘리베이터 폭탄배당과 우리 증시 개미의 투자 잔혹사를 ISDS와 함께 다룰 예정입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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