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모텔촌에 아파트 지으려다… SK에코, 방이동 사업 HUG에 매각
대량 미분양 우려 속 1000억 넘는 신용공여 부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리츠로 개발사업 인수키로
입지 파악 못 하고 사업 추진, 본 PF 전환 전 포기

SK에코플랜트가 서울 송파구 몽촌토성역 역세권에 개발하려던 공동주택(아파트) 사업을 포기하고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매각하기로 했다. SK에코플랜트는 이 사업을 위해 주요 투자회사와 함께 1000억원이 넘는 대출에 대한 신용공여를 제공했지만, 미분양 우려 등에 따라 수년째 끌어온 사업을 착공도 하지 못하고 포기했다. 유흥 시설 등이 밀집한 지역에 아파트를 분양하려다 사업이 몇 년씩 지연됐고, 결국 공기업이 임대주택을 조성한다.
17일 개발 업계에 따르면 송파구 ‘방이동 56번지 공동주택 건설사업’의 시행·시공권이 이달 말 HUG로 넘어갈 예정이다. 이 사업은 서울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인근 방이동 56번지 외 10필지에 지하 6~지상 27층, 2개 동, 472가구의 아파트와 부대 복리 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3년 코람코자산신탁·운용, KB증권, NH투자증권 등 투자사와 함께 이 사업 시행을 위해 ‘케이스퀘어에코송파PFV’를 설립했다.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는 대규모 부동산 개발 등 특정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과 운영을 위해 설립하는 특수목적회사(SPC)다. SK에코플랜트의 지분율은 19.9%였고 NH투자증권(14.9%), KB증권(14.9%), 코람코자산신탁(10%), 코람코자산운용(0.3%) 등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PFV는 토지 매입을 위한 브릿지론 2340억원을 받았고, SK에코플랜트는 대출이 상환되지 못했을 때 대신 책임을 지는 신용공여도 제공했다. 자산관리회사(AMC)는 코람코자산운용이 맡았고 시공은 투자사였던 SK에코플랜트가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업은 3년 동안 지연됐고 이달 중 HUG에 통매각될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이달 중 HUG가 조성한 리츠(REITs·부동산간접투자회사)에서 토지와 사업 시행권을 인수할 계획”이라며 “PFV는 청산되고 리츠 규정에 따라 투자사 중 SK에코플랜트만 일부 리츠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분양을 진행하려던 사업은 전체가 임대주택용으로 전환된다. 자산관리회사는 HUG가 설립한 HL리츠운용이 맡고 SK에코플랜트는 시공에서 손을 뗀다. 업계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와 다른 투자사들이 미분양 가능성과 이에 따른 1000억원대 중반의 PF 대출 신용 공여에 부담을 느껴 사업을 접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애초 SK에코플랜트는 이 사업을 건폐율 58.5%, 용적률 674.98%를 적용해 472가구를 조성하고 이 중 323가구를 일반분양, 149가구를 역세권장기전세주택(일명 시프트)으로 공급할 계획이었다. 역세권장기전세주택은 서울시가 지하철역 인근 350m 이내 민간 개발 사업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고, 그 대신 늘어난 주택 일부를 무주택자에게 시세의 80% 이하로 최장 20년간 전세로 공급하는 주택을 말한다.
그러나 미분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브릿지론은 수년 동안 본PF로 전환되지 못했고 1000억원이 넘는 신용공여를 제공한 SK에코플랜트 등은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입지 등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 사업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대상지가 송파구 잠실동과 가까운 강남 3구에 속해있고 서울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과 가깝다는 이유로 미분양 위험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송파구 방이동은 같은 법정동이지만 방이동 학원가와 명문 학군이 가까운 방이1동에 대한 주거 수요가 높다. 반면 석촌호수, 방이동 먹자골목, 신천동 등과 인접한 방이2동은 술집, 모텔 등 유흥·숙박시설이 밀집한 지역이라 주거 수요가 상당히 낮은 지역이다. 방이2동에 아파트를 분양하려고 2000억원이 넘는 대출을 일으킨 것이 입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성인 남녀들의 유흥·숙박 시설이 밀집된 곳이라 아파트를 분양하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인데 이를 고려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동네톡톡] 사람도 돈도 빠진다… 행정수도 세종시의 ‘위기’
- [단독] 모텔촌에 아파트 지으려다… SK에코, 방이동 사업 HUG에 매각
- [법조 인사이드] 사건당 60만원 헌재 국선대리인… 재판소원 시대엔 ‘경력 프리미엄’
- 불 꺼진 화장장, 튀김 없는 식당… 이란전 여파로 남아시아 에너지 대란 현실화
- ‘당첨되면 9억 번다’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청약 20만명 몰려… 평균 경쟁률 10만 대 1
- 한화·크래프톤이 주목한 ‘몸값 46조’ 안두릴… AI로 전장 지휘하는 신흥 방산 강자
- “쇼룸서 팰리세이드 다 빼”… 현대차의 긴박했던 금요일, ‘효자 모델’은 왜 문제가 됐나
- 삼성전자, 美 GTC서 업계 최고 속도 HBM4E 공개…“엔비디아와 밀착 협업”
- [비즈톡톡] 삼성전자표 ‘잔디깎기 로봇’ 나오나… 상용화 수준 기술 확보
- 재계 총수들이 입는 명품… 로고 없는 ‘조용한 럭셔리’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