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와의 동행’ 강조하는 서울시…중소 업체는 ‘들러리’?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 배달 서비스, '서울배달+' 입니다. 공공 배달앱의 시장점유율을 높여 배달앱 시장 전체의 수수료를 낮추고, 합리적인 중개수수료로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게 목표인데, 전국 대부분 지자체에서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배달앱 시장이 급격히 성장한 2020년부터 공공 배달앱을 운영해 왔습니다. 지난해 1월부터는 신한은행의 '땡겨요'가 '서울배달+'의 단독 사업자로 선정됐는데, 그전까지는 '땡겨요'를 포함한 5개 사업자가 이를 운영해 왔습니다. 중소 사업자인 '먹깨비'도 그중 하나입니다.
■ "회의 일주일 만에 '업무협약 종료' 통보…업체 거부에도 종용"
'먹깨비'를 비롯한 5개 사업자는 지난 2024년 12월, 서울시와 이듬해 공공 배달앱 운영 전략에 관한 회의를 가졌습니다. 12월 24일에 열린 회의에서 '먹깨비' 측은 내년도 운영 전략을 서울시에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당초 운영 전략을 논의하자고 안내한 것과 달리 이 자리에서 '사업자를 1~2개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회의가 있고 나서 정확히 일주일 뒤인 31일, 서울시는 돌연 5개사에 공문을 보내 '업무협약 종료'를 통보했습니다.
서울시는 5개 사업자 모두에게 업무협약 종료에 합의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먹깨비' 김주형 대표는 "내정된 업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업무협약 종료에 동의하기 어려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1~2개 업체를 선정할 것이니 시를 믿고 합의서를 내달라'고 여러 차례 종용했고, 김 대표는 이를 믿고 결국 이듬해 1월 6일, 업무협약 종료 합의서를 제출했습니다.

문제는 바로 다음 날에 발생했습니다. 1월 7일, 서울시가 올린 '서울배달+' 운영사 선정 공고에는 당초 약속과 달리 '1개사'만 선발하는 것으로 돼 있었습니다.
'먹깨비' 측이 항의하며 업무협약 종료를 철회하겠다고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당초 공고대로 최대 2개사를 선발해달라는 요청 역시 거부됐습니다.

■ "'공정한 기준' 믿고 입찰했더니…중소 업체에 불리한 '평가표'"
이 같은 서울시의 반응에 '먹깨비' 측은 사업 중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서울시가 다시 '먹깨비' 측을 접촉해 왔습니다. '땡겨요' 단 1개사만 입찰에 응한 상황에서 먹깨비에도 입찰을 요청한 겁니다.
"입찰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들러리'를 설 수 없다"는 먹깨비 측 주장에 서울시는 '평가 요건이 공정하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식으로 설명해 왔다고 합니다. 결국 먹깨비 측은 고민 끝에 입찰에 응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서울시가 공개한 '평가 기준'은 먹깨비 측을 좌절하게 했습니다. 평가 항목은 사실상 동일한 점수를 받는 '가격 평가(10점)'을 제외하면 '정량평가(20점)'와 '정성평가(70점)'로 구성됐습니다. 문제는 '정량평가'의 항목입니다. 국내 신용평가 등급을 기준으로 한 경영 상태, 서울시 내 가맹점 수, 보유 인력 현황 등이 주 내용이었습니다.

중소 사업자와 국내 주요 시중은행이 신용평가 등급과 보유 인력 현황에서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나머지 '정성평가'에서 10점 이상의 압도적 우위를 점한다 하더라도 유리하기 어려운 상황. 예상했던 대로 결과는 신한은행 '땡겨요'의 승리였습니다.
■ '약자와의 동행' 내세우는 서울시…업체 "약자라는 이유로 버려져"
2024년 12월 31일에 업무협약 종료 방침을 안내한 서울시. 업무협약 종료 제출 기한은 불과 일주일 후인 1월 6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7일에 입찰 공고가 이뤄졌고, 24일에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기까지 전체 과정은 불과 한 달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먹깨비 측은 뒤늦게나마 서울시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주형 대표는 "서울시가 '약자와의 동행'을 시정 철학으로 내걸었지만, 우리는 약자라는 이유로 버려졌다"며 "시가 수백억 원을 들여 배달 상품권을 발행해 지원하는 사업이 대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전했습니다.
기존에 사업을 진행해 온 또 다른 업체 대표도 KBS와의 통화에서 "서울시가 특정 업체를 내정하고 사업을 진행하려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입찰에 응할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당시 최대 2개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1개 사업자를 통해 사업을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먹깨비 등 기존 사업자와의 업무협약에 대해서는 "애초에 기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 '기술 유용' 주장에 업체 간 분쟁도
한편, 신한은행은 먹깨비와 '핵심 기술'의 유용 여부를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먹깨비의 신고를 받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전 심사를 마치고 지난해 말 사건 번호를 부여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먹깨비 측은 "초창기 신한은행에서 협업을 언급하며 접근, 주요 자료를 모두 넘겨줬으나 돌연 신한은행 측이 자체 플랫폼을 출시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은 "먹깨비의 주장은 2021년 투자 검토 과정에서 공유된 범용 자료를 '핵심 기술'로 과장·왜곡한 것으로 사실과 다르다"며 "'땡겨요'는 신한은행의 독자적 기술력과 자본·상생의 가치를 바탕으로 개발된 플랫폼이며, 먹깨비의 기술을 유용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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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새배 기자 (newboa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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