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소원 시행 6일간 60건 넘어...3대 특검도 법왜곡죄로 고발 당해

김성태 기자 2026. 3.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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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을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한 ‘사법개혁 3법’이 공표된 첫날인 12일 서울 헌법재판소 민원실에 관련 안내문이 비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허용하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나흘 동안 40건이 넘는 사건이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재판소원 신청 건수가 폭증해 헌재의 업무 과부하로 인한 국민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6일 헌재에 따르면 이달 14일과 전날 접수된 재판소원 심판청구 사건은 각각 3건, 4건이다. 전날까지 접수된 누적 접수 건수는 총 44건이다. 이 가운데 전자 접수는 31건, 방문 접수는 5건, 우편 접수는 8건으로 파악됐다.

하루 10건꼴로 접수되고 있는 재판소원 사건은 법 시행 전부터 우려했던 대로 사실상 4심제 기능을 하고 있다. 헌법의 기본권 침해보다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승복할 수 없어 헌재의 판단까지 받아보겠다는 의도가 뚜렷한 사건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법원에서 이달 12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장영하 국민의힘 경기 성남시수정구 당협위원장은 최근 “죄형법정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판결”이라며 재판소원을 제기했다. 장 위원장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폭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꺼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송철호 전 울산시장 불법 정치자금 수수’ 수사 과정에서 별건으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A 씨 등 3명이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대법원에서 상고를 기각하면서 “3명에게 모두 똑같은 사유를 판결문에 적어 기본권이 훼손됐다”는 이유에서다.

11억 원 불법 대출 등 혐의로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양문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을 협박해 수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로 징역 3년이 확정된 유튜버 구제역(본명 이준희) 측도 재판소원 청구 가능성을 시사했다.

성범죄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도 다시 법적 대응이 가능해졌다. 한 법무법인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에는 이달 8일 “재판소원은 피고인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재판소원 건수가 폭증하며 분쟁 해결이 지나치게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무처리 과부하로 헌재 본연의 기능인 ‘위헌법률심판’ 수행에 차질이 생기는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헌재는 재판소원 도입으로 연간 1만~1만 5000건의 사건이 추가 접수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헌재가 지난해 처리한 헌법재판 건수는 3111건인데 이보다 3.2~4.8배 많은 수준이다. 헌재는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서 사전심사를 통해 상당수 사건을 걸러내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사법 개혁 3법’으로 불리는 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 법안을 재차 비판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인정하는 4심제가 도입되자마자 양문석 전 의원과 성폭력범, 금품 갈취 협박범 등 세상을 공분케 한 온갖 파렴치범들이 4심제 트랙을 타기 시작했다”며 “대한민국 사법체계는 그야말로 대혼돈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모두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 산하 연구회인 헌법실무연구회는 이달 20일 재판소원 사전심사 운영 방안을 주제로 정기발표회를 진행한다. 재판소원 도입으로 사건 수가 연간 1만 건 이상 증가해 재판관들의 업무 과부하, 심리 지연 문제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판관과 연구관, 학계 및 실무 연구자들이 모여 사전심사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최근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 후속조치 연구반을 꾸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체계적으로 검토한다. 법원행정처장 직무를 대리하는 기우종(사법연수원 26기) 행정처 차장은 이날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이른바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법원행정처가 추진할 방안과 대책을 공유했다. 기 차장은 재판소원 도입과 관련해 “사법제도의 큰 틀을 변경하는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충분한 준비 과정 없이 개정 헌법재판소법이 시행됐고, 아직 법리적으로 불분명한 부분이 많아 제도가 안정될 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사법부 내부에 ‘재판소원 후속조치 연구반’을 구성한다. 그는 “향후 문제 될 수 있는 여러 쟁점에 관해 체계적 검토와 연구를 지원하는 한편, 필요한 부분에서는 관계기관들과 협의체를 구성해 합리적 제도를 만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법왜곡죄 시행과 관련해 판관이 위축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형사재판 보호·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

한편 재판소원과 같은날 시행된 법왜곡죄 역시 실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마트솔루션즈(전 에디슨EV) 주주연대 총괄대표 A씨는 이달 14일 국민신문고를 통해 공수처에 1심 재판장이었던 김상연 부장판사를 직권남용과 법왜곡죄 등으로 처벌해달라는 취지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법왜곡죄 도입에 따라 일선 형사 법관에 대한 고소·고발이 불거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지속해서 제기됐지만 실사례가 알려진 것은 ‘1호 사건’ 격인 조희대 대법원장 건 외에는 처음이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경찰청에 오동훈 공수처 처장과 이재승 차장,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팀 관계자 26명을 직권남용과 법왜곡죄 등으로 고발했다. 12·3 비상계엄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전 대통령, 김건희 여사,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에 대한 수사·기소·재판 과정에서 인권침해 등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취지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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