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밀리고 인건비에 치이고…日 자판기 철거 가속

이완기 기자 2026. 3.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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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음료 자동판매기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인건비와 물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한때 일본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자판기가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자판기시스템제조업협회 집계 기준 현재 일본 내 음료 자판기 수는 220만 대로 나타났다.

일본 3위 자판기 운영업체인 다이도(DyDo)는 이달 사상 최대 연간 손실을 기록한 뒤 자사 27만 대 자판기 네트워크 가운데 약 7.5%를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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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왕국’ 일본 약 220만 대 남아
1980년대 거품 경제 대비 23% ‘뚝’
주요 업체들 수익성 악화에 구조조정
日, 편리함에 자판기 선호했지만
물가 상승에 편의점 저가 제품 확산
만성적 인력 부족도 사업 모델 부담
EPA연합뉴스

‘자판기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음료 자동판매기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인건비와 물가 상승 등이 겹치면서 한때 일본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자판기가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자판기시스템제조업협회 집계 기준 현재 일본 내 음료 자판기 수는 220만 대로 나타났다. 이는 거품 경제 시기였던 1985년 정점과 비교하면 23% 감소한 규모다.

최근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기존 사업 모델의 취약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본 3위 자판기 운영업체인 다이도(DyDo)는 이달 사상 최대 연간 손실을 기록한 뒤 자사 27만 대 자판기 네트워크 가운데 약 7.5%를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다카마쓰 도미야 다이도 사장은 “자판기 사업 환경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과제는 손실 확대를 막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녹차 업체인 이토엔(Itoen)도 자판기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영업 환경이 크게 악화됐다”며서 136억 엔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일본 소비자들은 자판기의 판매가격이 비교적 높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편리함 때문에 선호해 왔다.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이 소비 패턴을 바꾸면서 자판기 사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생성 이미지

여기에 편의점의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자판기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명 차와 커피 브랜드 제품은 인근 편의점에서 약 2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며 편의점들은 즉석 원두커피 판매도 확대하고 있다. 드럭스토어와 대형 슈퍼마켓에서는 할인된 자체 브랜드(PB) 음료까지 등장하며 가격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 부족 역시 자판기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판기는 정기적으로 상품을 보충할 인력이 필요하지만 일본은 심각한 트럭 운전사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일본트럭협회에 따르면 인력난 속에서 2024년 운전사 임금은 7.1% 상승했다.

독립 리테일 분석가 나카이 아키히토는 “자판기는 자동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운영은 여전히 사람에 의존한다”며 “자동화된 것은 판매 과정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떤 상품이 팔렸는지 사람이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데이터를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판매 정보와 재고 관리가 제대로 디지털화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FT는 “자판기는 일본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이 얼마나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아사히음료(Asahi Soft Drinks)는 자판기 시장의 하락세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운영업체들은 자판기 수를 늘리기보다 설치 위치를 재정비하고 기기 크기를 확대해 재고 보충 횟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기기당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사무실 건물 등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해 수익을 높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전체 산업을 되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FT는 “교외 지역과 농촌에 설치된 대부분의 자판기는 여전히 고도화된 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며 “이미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추가 투자에 나설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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