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 "이번에도 기회 놓쳤나", 반복되는 한은의 실기 논란 왜?

홍지인 기자 2026. 3. 17.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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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호 한국은행 4년 점검②]
[편집자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4년 임기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고물가·고환율·가계부채·정치 일정이 얽힌 지난 4년은 한국은행의 역할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시간이었다. 금리 결정의 타이밍은 적절했나. 자산운용은 지나치게 보수적이지는 않았나. 통화정책 외에 한국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충분했나. 동행미디어 시대는 이번 기획을 통해 이창용 총재 재임기의 공과를 점검하고, 변화한 환경 속에서 중앙은행이 수행해야 할 바람직한 역할을 조망한다.

2026년 2월 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같은 날 발표된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8%에서 2.0%로 상향 조정됐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월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사진=뉴스1
2026년 2월 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같은 날 발표된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8%에서 2.0%로 상향 조정됐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소비 회복세가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이유에서다. 대개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조정되면 물가 압력 확대 가능성 때문에 금리 인상 요인이 커진다. 반대로 경기가 둔화될 경우에는 금리 인하 논의가 힘을 얻는다.

그런데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치 조정은 금리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2025년 5월 기준금리를 종전 2.75%에서 2.50%로 내렸을 당시 한은은 통상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성장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1.6%로 하향조정했다. 이후 성장률 전망치와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두 차례(2025년 11월, 2026년 2월) 상향조정됐으나 그 이후 올 2월까지 6차례의 금통위에서 금리는 요지부동이었다. 성장세가 회복되고 환율이 치솟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야 함에도, 막대한 가계부채와 내수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때 덜 올리다보니 내려야 할 때 충분히 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2022년 코로나19 이후 경기 정상화와 그 해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붕괴의 영향으로 인한 물가가 상승했을 때부터 현재까지 4년여 기간의 행보에 대한 평가도 그렇다.

코로나 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해왔던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22년 3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이후 자이언트스텝과 빅스텝을 반복하며 2023년 7월 기준금리를 5.25~5.50%까지 끌어올렸다. 한은도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속도와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기준금리는 2023년 1월 3.50%까지 오른 뒤 인상이 멈췄다. 그 결과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최대 2%포인트까지 벌어졌고 이는 역대 최장기 금리 역전 국면으로 이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각 나라의 중앙은행은 경제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미국의 금리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며 "기준은 결국 우리 경제의 물가와 금융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은 통화정책방향문에서도 금리인상 폭을 일정 부분 제한한 것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충격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미국은 물가가 잡히지 않았던 반면 한국은 3.50% 기준금리 수준에서 물가가 잡혔다는 점도 금리를 더 올리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2022년 원/달러 평균환율은 1291.95원에서 현재(2026년 3월16일 1497.50원)까지 15.91% 올랐다. 이달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불거진 중동 리스크와 한미간 금리 역전 구조가 맞물리며 환율이 물가를 다시 자극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사진은 3월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장대비 4포인트(0.27%) 상승한 1,497.70원에 거래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그러나 당시의 결정은 지금까지 44개월 연속 한미 금리 역전으로 이어졌고 이는 원/달러 환율상승(원화절하)의 구조적 고착화를 더 공고하게 했다. 2022년 원/달러 평균환율은 1291.95원에서 현재(2026년 3월16일 1497.50원)까지 15.91% 올랐다. 이달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불거진 중동 리스크와 한미간 금리 역전 구조가 맞물리며 환율이 물가를 다시 자극하는 악순환에 빠졌다. 성장률이 오르고 환율이 폭등해도 가계부채 때문에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거꾸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환율과 물가 때문에 내리지 못하는 '외통수'에 걸린 셈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상화 과정에서도 한은은 '올려야 할 때 못 올리고 내려야 할 때는 내릴 여지가 없는'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통화정책이 정부의 경기 부양 기조와 보조를 맞추는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중앙은행 한은의 정부 종속 논란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현재의 한은이 미국과의 금리역전 상태를 유지해 온 기간에도 2022년 지방선거, 2024년 총선, 2025년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 일정들이 있었다.

허준영 서강대학교 교수는 "현재 국내 경제 정책 환경을 고려했을 때 이 총재보다 더 나은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 있었을지 의문이 있다"며 "당시 정책 여건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도 많았다"고 했다. 다만 "물가상승세가 꺾이고 주택 가격이 조정받던 시점에 금리를 조금 더 올려 정책 여력을 확보했더라면 이후 금리 인하 국면에서 운신 폭이 더 넓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들어 한은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은 더 좁아졌다. 최근 들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향조정되기는 했음에도 여전히 잠재성장률(물가상승을 초래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은 1%대 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한은은 적극적으로 통화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시도할 여력이 없다. 금리를 내리면 대출이 늘고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실제 채권시장 보고서에서도 "부동산 가격 때문에 금리 인하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그렇다고 금리를 더 내릴 여력도 없다. 이미 역대 최장기 한미 금리 역전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이달 들어 17년만에 장중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돌파하는 등 외환시장의 상황은 환율상승발 물가상승에 따른 금리인상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편 한은의 통화정책 실기(失期) 주장에 대한 반론도 있다. 한은법에 의해 한은 조직의 제1 목표가 물가안정으로 규정된 상황에서 그 외의 경기지표 등을 고려해 유연한 통화정책을 펼칠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한은이 실물경제를 지원할 수 있도록 설립목적에 '물가안정' 외에 '고용안정' 등을 명시해 경기 둔화에 대응할 정책여력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홍지인 기자 helena@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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