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리포트] "금도 비트코인도 싫다"…계속된 한은 자산운용 보수성

이예빈 기자 2026. 3. 17.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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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호 한국은행 4년 점검 ③] 13년째 '104.45톤'…멈춘 금 시계
[편집자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4년 임기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고물가·고환율·가계부채·정치 일정이 얽힌 지난 4년은 한국은행의 역할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시간이었다. 금리 결정의 타이밍은 적절했나. 자산운용은 지나치게 보수적이지는 않았나. 통화정책 외에 한국은행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충분했나. 동행미디어시대는 이번 기획을 통해 이창용 총재 재임기의 공과를 점검하고, 변화한 환경 속에서 중앙은행이 수행해야 할 바람직한 역할을 조망한다.

한국은행의 포트폴리오 자산 운용 '보수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6년 2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은행이 13년째 금 보유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한은 포트폴리오 자산 운용의 '보수성'이 과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대응해 금 보유량을 늘리고 일부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까지 준비자산으로 편입하는 것을 검토하는 흐름과 대조적이다.

한은은 금의 낮은 수익성과 보관 비용,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현행 전략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중앙은행은 수익 극대화보다 물가 안정과 금융시스템 안정을 목표로 하는 기관으로, 외환보유액 운용에서도 수익성보다 안전성을 우선한다. 그럼에도 수익률은 도외시하는 보수적인 준비자산 운용이 적절한지에 비판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다.

한국의 외환 보유액은 4307억달러(약 621조8015억원)로 세계 9위이지만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2%로 주요국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한국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김중수 전 총재 재임 시절 금 보유량을 11톤에서 104.4톤으로 대폭 늘린 이후 현재까지 추가 매입이 없다. 13년째 동결 상태다. 2013년만 해도 32위였던 금 보유량 순위는 2025년 4분기 기준으로 39위에 머문다.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의 순위가 떨어진 것은 주요국이 금 보유 확대 흐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해마다 1000톤이 넘는 금을 사들였다. 세계 중앙은행 금 보유량 1위는 8133톤을 보유한 미국이며 독일(3352톤), 이탈리아(2452톤), 프랑스(2437톤)가 뒤를 잇는다. 달러 패권에 대한 경계심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금은 여전히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다.



"금 5%였으면 136억달러 증가"…시뮬레이션 제시한 국회


국회에서도 관련 문제 제기가 나왔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 총재에게 "금 비중을 경쟁국처럼 5% 수준으로 확대했을 경우 외환보유액이 약 136억달러 더 늘어날 수 있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언급하면서 외환보유액 운용 의사결정 구조 확대 가능성을 물었다.

금 가격 상승 국면에선 외환보유액의 평가액이 증가하며 완충 역할을 강화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금값이 온스당 상승할 경우 한은 보유 금의 평가이익이 확대되며 외환보유액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금 가격이 급락하거나 매입 시점의 가격·환율이 불리할 경우 단기적으로 운용 수익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그것이다. 매입 시점의 가격 변동성에 따라 단기적 평가손이 발생할 위험도 따른다.

당시 이 총재는 "2013년 이후 금보다 해외주식 수익률이 높았다"며 "장기 보유를 한다고 치더라도 금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최근 3~4년 동안 외환보유고가 계속 줄어드는 국면이 있었기 때문에 금을 매입한다면 가진 자산을 팔아야 하는 문제 또한 있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그는 "한은에서만 운영하다 보니까 보수적일 수 있어서 외환보유고를 운영할 때 자문역을 한은 중심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를 조금 더 모셔서 투명성도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도 금의 이런 특성에 대해 언급했다. 강 교수는 "금은 안전자산으로 간주되지만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이자가 발생하는 자산은 아니다"라며 "가격 상승 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운용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대외 여건도 변수로 꼽힌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는 환율 변동에 대한 단기 대응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나라"라며 "외환시장 안정화라는 정책 수단 측면에서 보면 금보다는 달러 자산이 훨씬 적합하다"고 했다.

이어 "한은이 금보다 달러를 선호하는 이유도 외환시장에 필요할 경우 미세 조정을 해야 하는 현실적 필요성 때문"이라며 "금은 그런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금 비중 확대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강 교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안전자산 중요성이 커지는 환경에서는 금 보유를 일정 부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최근 금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급격히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부담이 있을 수 있어 점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한은은 금 보유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분석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현재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비트코인은 더더욱 어렵다"…디지털 자산엔 '회의적'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해선 한층 더 신중한 시각이 제기된다.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일부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연구·검토를 확대하는 흐름과 비교하면 한은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 교수는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고 최근에도 가격이 급락하는 등 불안정성이 높아 중앙은행이 외환보유고 차원에서 보유하기에는 부담이 상당히 큰 자산"이라고 했다.

또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자산이 아니라 국가 신뢰와 금융안정을 위한 최후의 방어선"이라며 "비트코인은 제도적 안정성이나 가격 안정성 측면에서 아직 미비한 부분이 많아 금보다도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중앙은행이 수익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진 않아 현 단계에서는 비트코인의 편입 여부를 논하기보다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예빈 기자 yeahvin@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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