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위협-CCTV 감시… 작년 직장 내 괴롭힘 1.6만건 ‘역대 최다’

이문수 기자 2026. 3. 17.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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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폭언에 멍드는 일터
2020년 5823건… 5년 새 3배로, 모욕-명예훼손 경험자 가장 많아
‘법 사각지대’ 프리랜서-용역 등… 불이익 걱정에 문제 제기 포기도
전문가 “피해 발생 땐 증거가 중요… 문자-녹취-주변인 진술 등 도움”
신재생에너지 업체 대표 김모(가명) 씨는 직원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며 사무실에서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고 여러 차례 위협했다. 흉기를 꺼내 “찌르겠다”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김 대표가 사무실 곳곳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매일 직원들을 감시했다는 회사 관계자 증언도 나왔다. 고용노동부는 직원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13일 김 대표에 대한 특별감독에 착수했다. 이번 근로 감독을 통해 근로기준법상 폭행의 금지 위반 및 직장 내 괴롭힘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 작년 직장 내 괴롭힘 역대 최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2020년 5823건에서 2024년 1만2253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엔 역대 최대인 1만6373건으로 집계됐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은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뜻한다. 누구나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인지한 뒤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사실 확인을 위해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할 때가 여전히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33%는 ‘최근 1년 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무시·비하 등 모욕 및 명예훼손(17.8%)이 가장 많았다. 이어 사적 용무 지시나 야근 강요 등 부당 지시(16.4%), 회식·음주·노래방 등 업무 외 활동 강요(15.4%) 등이 뒤를 이었다.

프리랜서나 특수고용 노동자, 하청업체 직원 등은 괴롭힘, 성희롱 등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더 취약하다.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남녀고용평등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돼 원·하청 노동자가 서로 다른 사업장에 소속된 경우 남녀고용평등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여수진 공인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매년 늘고 있지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문제 제기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다”며 “경비원, 청소노동자 등 용역이나 하청 노동자, 방송업계 등 프리랜서가 많은 업종이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등에서 사각지대로 꼽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현재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회사 측이 조사를 맡고 있는데, 내부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가 상급자일 경우 공정한 조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인 서혜진 변호사는 “중소 사업장에서는 조사 절차나 대응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사례가 많다”며 “외부 조사위원 제도 등을 도입해 객관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피해 발생하면 문자-녹취 등 증거 자료 확보를”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먼저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이나 단순 성희롱 사건은 형사 처벌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회사 징계나 손해배상 등의 절차에서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메신저 기록이나 문자, 녹취 등 피해 사실을 보여 줄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야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녹음이나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당시 상황을 기록한 메모나 주변인의 진술도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보통 직장 내 괴롭힘은 단발성이 아니라 지속적인 형태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괴롭힘 피해를 겪고 있다면 초기부터 노동 상담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여 노무사는 “피해자들이 처음에는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여기거나 상황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괴롭힘 초기부터 노동 상담센터나 노무사 상담을 통해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라면 노조를 통해 중재를 요청하거나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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