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당국에서 물가당국으로?… 물가 단속 나선 공정위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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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 안정에 앞장서면서 일각에서 "역할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관가에 따르면,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최근 선정한 '23개 특별관리품목' 가운데 공정위의 관리 대상은 9개(39%)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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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관리 TF'서도 주도적 역할
대통령 언급에 조사권 발동하고
시장 가격 내려가는 사례 생기자
"기업 활동 위축 가능성" 지적도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 안정에 앞장서면서 일각에서 "역할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쟁당국이 아닌 '물가당국'으로 기능하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16일 관가에 따르면, 민생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최근 선정한 '23개 특별관리품목' 가운데 공정위의 관리 대상은 9개(39%)나 된다. 돼지고기와 밀가루, 가공식품을 비롯한 먹거리부터 석유류와 생리용품에 이르기까지 생필품 전반에 걸쳐 위법 행위 여부에 대한 집중 단속이 펼쳐진다.

공정위는 물가 대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는데, TF 의장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고, 부의장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다. 재경부와 공정위는 TF 회의 상시 참석 기관이다. TF 출범 당시 주 위원장은 "민생물가를 높이는 구조적인 근원 요인을 해결하는 데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임무는 기본적으로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 담합이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행위를 감시하고 조사, 제재함으로써 시장의 경쟁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파수꾼 역할을 한다. 불공정행위를 바로잡으면 결과적으로 시장 가격이 안정되는 효과가 생기는 원리다.

그런데 최근에는 공정위가 조사권을 적극 발동하면서 시장 가격에 즉각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생리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이 공정위 업무보고 당시 "생리대 가격이 비싸다"고 지적하자, 공정위는 일주일도 안 돼 주요 업체들에 대한 현장 조사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업체들은 초저가 제품을 출시하며 가격 인하에 나섰다. 속 시원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관치 논란도 제기된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시장 개입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공정위 조사가 남발되면 '행정리스크'에 따른 기업 비용을 늘려 경영에 부담을 주고, 인위적 가격 통제는 제품 공급의 다양성을 떨어트려 시장을 경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법 집행으로 인한 당장의 효과와 경제 전체에 중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을 비교해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 역할을 둘러싼 논쟁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김상조 위원장 체제에서 공정위가 전방위 조사에 돌입하자 BBQ는 치킨값 인상을 철회했다. 시장에서는 '김상조 효과'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공정위는 물가 관리기관이 아니며, 그런 차원에서 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세종=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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