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미혼이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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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꽤 많은 지인이 자녀를 낳고도 서류상 미혼 상태다.
모두 '부동산을 위한 미혼'이다.
"알겠는데, 나랑 우리 애한테는 뭐가 도움이 되느냐고." 3선 국회의원이자 장관 후보자에 오른 인물마저 청약을 위한 '자녀 위장 미혼' 의혹으로 낙마한 실정에 공자 왈 맹자 왈식 발끈은 그만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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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꽤 많은 지인이 자녀를 낳고도 서류상 미혼 상태다. 아이가 셋인 집도 있다. 모두 '부동산을 위한 미혼'이다. 세 부담을 지지 않고 아파트 두 채 이상을 보유하려는 전략가도 물론 포함이다.
편·불법을 끄집어내는 일을 업으로까지 삼은 나로선 도통 쓴소리를 참지 못하다가 "혼인신고 하면 뭐가 좋은데?"란 반문엔 어김없이 버벅거린다. '사회 구조가 정확히 그려져야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한테 지원이 가게끔 정책이 설계될 수 있고…' 같은 당위적인 반론은, 현실 파악 못 하고 윤리적 허영만 그득한 나를 방증하는 것 같아 괴롭다. "알겠는데, 나랑 우리 애한테는 뭐가 도움이 되느냐고." 3선 국회의원이자 장관 후보자에 오른 인물마저 청약을 위한 '자녀 위장 미혼' 의혹으로 낙마한 실정에 공자 왈 맹자 왈식 발끈은 그만 두기로 했다.
지난달 열린 제1회 청년정책 관계장관회의에서 한 청년단체 이사장이 '결혼이 페널티'인 사회를 짚자 온오프라인에서 공감의 말이 쏟아졌다. 집값은 걷잡을 수 없이 비싸지는데 대출받기 위한 소득 기준은 엄격하고, 신혼부부와 신생아 가구 청약 특례가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인 현실. 게다가 지난 한 해에만 서울 아파트값이 9%(송파구는 무려 21%) 올랐다고 하니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공포에서 어느 누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부동산 고민에 결혼은커녕 연애도 못 하는 형국이라는데 계산기를 두드릴수록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에 닿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출 규제와 세금 압박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고 있지만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다. 종합 대응 없이 몇 가지 정책과 규제로 부분 땜질해서는 언제든 끓어오를 준비가 된 부동산 시장을 잡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020년대 부동산 급등기를 경험하며 '큰손'이 된 3040세대 사이에선 '부동산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평생을 시달린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불안감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못하면 자녀 세대에까지 흘러가 부동산 문제가 사회를 흔드는 지금의 구조가 만성화될 가능성도 크다.
'부모로부터 상속·증여받았거나 부채를 적절히 활용해 일찍 부동산을 취득한 집단은 이후 자산 축적 과정에서 우위를 유지했다'는 결론의 최근 국책연구기관 보고서는 '사는(live) 집으로서의 부동산'을 강조하는 정부의 외침을 공허케 한다. 집 많이 가진 자들, 거주도 안 하는데 비싼 집을 보유한 자들을 우선 겨냥하는 현재 전략도 존중하지만 부동산을 둘러싼 시각을 완전히 전환하려면 전에 없던 촘촘한 접근이 필요하다. 부동산 정책을 세금, 금융뿐만 아니라 청년, 가족, 출산, 복지 등 사회 각종 분야와 연결지어 예리하게 조각해야 할 때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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