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 “한국, 호르무즈 안전 협력해야”
사실상 ‘호위 선단’ 동참 요구
트럼프 “참여 여부 기억할 것”
한국 포함 7國에 노골적 압박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6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 확보를 위한 협력’을 강조했다. 직접적으로 ‘군함 파견’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 시각) 한·중·일·영·프 등에 요구한 ‘다국적 호르무즈 호위 선단’ 구성에 참여해 달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이날 저녁 미국 측 요청으로 이뤄진 한미 외교장관 통화에서 루비오 장관이 “중동 지역 평화와 안정 회복을 위한 한국의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히 루비오 장관은 “장기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제와 국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국가들 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긴밀히 소통해 나가자”고 했다고 한다. 조 장관은 “계속해서 긴밀히 협의해 나가자”고 답했다고 한다. 한미 장관은 심도 있는 협의를 위해 조만간 만나기로 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도 이 문제에 대해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미일 외교장관 간 연쇄 통화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작심한 듯 거친 압박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병 요구 대상국이 애초 거론한 5국에서 7국으로 늘었다고 밝히며 “지원을 받든 받지 않든, 나는 이건 말할 수 있다. 누가 우리를 도왔는지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 여부가 향후 미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언론에 이르면 이번주내 ‘호르무즈 해상 호위 연합’을 띄운다는 구상을 흘리며 주요국의 동참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고 버티기 전략에 들어간 상황에서, 조기 종전과 해협 정상화를 위해 동맹국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부담 분담(burden sharing) 압박전’에 나선 모양새다.

◇트럼프, 동맹에 “불참 땐 나쁜 영향”… 中엔 “정상회담 미룰 수도”
트럼프 대통령은 파병을 요구한 7국에 대해 “나는 정말로 이들 국가가 나서서 자신들의 영토를 보호할 것을 요구한다. 그곳은 실제 그들의 영토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에너지를 얻는 곳”이라며 연합 전력이 구성되는 대로 호르무즈에서 작전이 “곧바로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전화 인터뷰에서는 개별 국가를 지목해 직설적인 청구서를 내밀었다. 이란의 주요 원유 구매국이자 정치적 후원국인 중국을 향해 “중국은 이 해협을 통해 석유 90%를 얻고 있어 도와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함정 파견을 요청한 나라 중 유일하게 미국의 동맹국이 아니다. 트럼프는 특히 이달 말로 다가온 자신의 중국 방문 및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2주는 긴 시간이다. 연기될 수도 있다”고 했다. 중국이 미국의 협력 요구에 대한 답변을 정상회담 전에 내놓지 않으면 회담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도 호르무즈 협력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향해서도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응답이 없거나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 나토 미래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그들을 도왔다. 이제 그들이 우리를 도울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유럽이 미국보다 훨씬 많은 기뢰 제거선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보낼 것과 특수부대 지원을 요구했다. 트럼프는 “그들(이란)은 해협에서 약간의 문제를 만드는 것 외에는 남은 것이 없지만, 소수를 감시하려면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15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는 직접 통화하며 파병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에드 밀리밴드 영국 에너지안보 장관은 기뢰 탐지 드론 지원을 포함해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트럼프는 스타머 총리를 겨냥해 “우리가 사실상 이란의 위협 능력을 제거하자마자 그들은 ‘그럼 배 두 척을 보내겠다’고 했다. 나는 승리를 하기 전 함선이 필요하지, 승리한 이후에 필요한 게 아니다”라고 쏘아붙였다.
미국 고위 관료들도 일제히 여론전에 가세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전 세계 모든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품에 의존하고 있다”며 중국, 일본, 한국 등의 호위 연합 참여가 “상당히 논리적인 일”이라고 측면 지원했다. 아시아 주요국 등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는 원유에 의존하는 점을 부각해 ‘실질적 수혜국’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일본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과 전날 밤 전화 회담에서 중동 상황과 관련한 협조를 요청했다. 오는 19일 워싱턴에서 열릴 트럼프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보다 노골적인 파병 요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 내에서는 트럼프가 밝힌 아이디어를 ‘호르무즈 연합’으로 부르고 있다”면서 이번 주 후반쯤 내용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해상 호위 연합 구성을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WSJ는 “실제 호위 작전을 (미국과 이란 간의)적대 행위가 끝나기 전에 시작할지 아니면 종료된 이후 시작할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아직 해당 국가들에서는 파병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미국과의 온도차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호주와 독일은 미국의 참여 요청이 있었는지 공개하지 않은채 각각 “호르무즈에 군함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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