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뢰·모기 함대·미사일 ‘독침 3종 세트’… 첨단 이지스함도 멈칫한다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6. 3. 1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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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호르무즈 뚫을 수 있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한국 등에서 호송함을 보내도 이란의 거센 공격을 뚫기 쉽지 않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호르무즈 해협의 한 유조선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에 군함 파견을 요구한 가운데, 각국이 호위함을 보낸다고 해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이란의 비대칭 공격으로 대규모 군함 투입이나 상당한 규모의 지상 작전을 펼쳐야 할 가능성까지 있다는 것이다.

현재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일대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기다리는 선박은 600여 척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국적 해상 호위 연합을 구성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보호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유일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가장 좁은 지점의 폭이 약 33㎞에 불과해 병목 현상이 일어난다. 대형 유조선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 항로는 더 좁아, 들어오는 배와 나가는 배를 위해 각각 약 3.2㎞ 폭의 항로가 설정되어 있다.

그래픽=박상훈

호위 작전이 시작되면 미국 군함은 동맹국 호위함과 협력해 유조선과 나란히 해협을 이동하게 된다. 이때 가장 먼저 기뢰를 제거해야 한다. 미 국방정보국(DIA)에 따르면 이란은 6000여 기의 기뢰를 보유하고 있다. 기뢰 몇개로도 미국의 첨단 이지스 구축함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어 위협적이다. 해수면에 떠다니는 부유 기뢰 등 종류도 다양하고, 크기도 작아 찾아내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바레인에 본부를 둔 제52기동부대가 기뢰전을 전담하는 핵심 부대다. 수중 로봇, 특수 레이저 기뢰 탐지 시스템을 장착한 헬리콥터 등이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기뢰를 찾아내 제거한다 해도 이란의 드론, 소형 고속정으로 구성된 이른바 ‘모기 함대(mosquito fleet)’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이지스 구축함은 먼 거리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은 요격하지만, 사방에서 수십~수백 척의 소형 고속정이 동시에 모기떼처럼 달려들 경우 대처가 힘들다.

게다가 이란 해안에서 쏘는 미사일은 도달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 방어 체계가 작동하기 전에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이 지역을 ‘킬 박스(死地·kill box)’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브라이언 클라크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WSJ에 “최소한 12대의 ‘리퍼(Reaper) 드론’이 상공을 순찰하며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발사대가 해안에 나타날 때마다 타격해야 한다”고 했다. 뉴욕포스트는 “이란에 얼마나 많은 드론과 순항 미사일 부대가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또 공격받은 두바이 공항 16일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연기에 휩싸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 상공에서 항공기가 착륙을 준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미국·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주변 국가를 겨냥한 이란의 반격이 집중된 곳이다./AFP 연합뉴스

폭이 좁은 호르무즈 해협 특유의 지형으로 인해 아군 선박 간 충돌 등의 돌발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09년 3월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 해군의 원자력 추진잠수함인 USS 하트퍼드함과 상륙함인 USS 뉴올리언스함이 부딪쳐 잠수함 승조원 15명이 다치고 상륙함 연료 2만5000갤런(약 9만4000L)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위험 요소를 극복하고 모든 작전이 성공한다고 해도 각종 보안 조치와 가용 군함 수를 고려하면 걸프 지역에 묶여 있는 600척 이상의 선박 통행을 위해서는 최소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이란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공격할 수 없도록 이란 남부 지역에 지상군을 보내 통제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대부분 산악 지대의 험한 지형에서 상륙 공격을 감행해야 한다는 점, 최정예 군사 조직 이슬람혁명수비대 내 특수부대인 쿠드스군의 게릴라전과 맞닥뜨릴 수 있다는 변수가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또 해협을 따라 해안선을 장악해도 내륙 깊은 곳에서 걸프 지역을 향해 발사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과 드론의 위협이 상존한다.

미 국방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전략 자산을 재배치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해상 기반 상륙 공격, 특수 작전 등을 수행하는 상륙준비군(ARG)과 부속 해병 원정대(MEU) 파견을 요청했고, 국방부가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호위를 돕기 위한 구축함 추가 투입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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