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선거 비리에도 각성조차 없는 농협

광주일보 2026. 3. 17.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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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 주고 받고 눈 감는 일 허다
광주·전남 4년간 위법 108건
자정결의 소용 없이 고질적 비위
정부, 금품선거 구조적 문제 규정
처벌 수위 상향 등 개선 추진
조합장 선거 관련 금품수수 정황을 묘사한 자료 이미지. <제미나이(Gemini) 생성 이미지>
농·축·수협 조합장, 이사 등 임원 선거철마다 금품을 건네고, 받고, 눈감아주는 행태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광주농협 이사 선거과정 비리 의혹<광주일보 3월 13일 6면>뿐 아니라 지역에서 농·축·수협 조합장이나 이사를 하려면 금품을 주고받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10년 전인 지난 2015년 조합장 선거를 직선제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위탁선거로 바꾼 취지마저 무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2023년 3월) 과정에서 금품을 주고받았다가 적발돼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법원은 장성농협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1800만 원 상당의 현금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지난해 4월 징역 1년 선고를 확정했다.

진도농협 조합장 B씨도 조합원 마을 이장에게 “밥값하고 각시 맛난 것 사주라”며 현금 30만 원을 건넸다가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광주지법에서 파기환송심 심리를 받고 있다. 앞서 항소심에서는 벌금 400만원 선고를 받았다.

위탁선거법상 금품 제공자에게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며,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화된다.

선거와 관련된 기부행위를 한 혐의가 인정돼 벌금형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여수수협 조합장 C씨는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27일 항소심에서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았다. C씨는 여수시의 한 식당에서 조합원에게 현금 30만 원을 건네는 등 혐의로 1심에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서 감형받았다.

조합장 뿐 아니라 이사, 조합원 사이에서 금품 수수가 오가는 일도 위·아래 가릴 것 없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남농협 조합원 D씨는 조합장 후보자를 돕겠다며 다른 조합원에게 현금 70만 원을 건넸다가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화순농협 비상임이사 E씨도 선거를 앞두고 대의원들에게 현금과 음료를 건넨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25일 1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적발된 건수는 725건(고발 188건·수사의뢰 46건·경고 491건)에 달한다.

광주·전남에서만 적발 건수가 108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에서는 22건(고발 10건·수사의뢰1건·경고 11건), 전남에서는 86건(고발 27건·수사의뢰 9건·경고 50건)이었다.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된 광주·전남선관위의 조치 건만 해도 광주가 18건, 전남 80건으로 총 98건에 달한다.

현행 제도상 선관위 위탁 관리 대상은 조합장 선거 뿐이라 드러나지 않은 위법행위는 더욱 많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의원·이사·비상임이사 등 임원 선거는 각 지역 농협이 자체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는 점 등으로 외부 감시가 미치지 않는 구조를 고려한 분석이다.

정부도 뒤늦게나마 선거 구조 개선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모양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1일 당정협의회에서 농협개혁 추진방안을 논의하고 금품선거를 농협의 구조적 문제로 공식 규정했다. 정부는 금품선거 처벌 수위를 상향하고 신고포상금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범농협 통합 감사기구인 ‘(가칭)농협감사위원회’ 신설, 중앙회·조합에 한정된 지도·감독권을 지주·자회사까지 확대를 검토할 방침이다. 준법감시인 외부전문가 임명 의무화, 임직원 범죄행위 고발 의무화 등도 검토 대상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조합장 선거 이외 임원 선거에 대한 외부 관리 체계는 다루지 않아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재기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위탁선거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도 금품 선거가 반복되는 것은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선거 관리뿐 아니라 조합 내부의 견제와 감시 장치를 강화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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