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코스피, 변동성 잡기가 먼저다

2026. 3. 1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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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코스피 시총 佛 앞섰다지만
5~10%씩 널뛰는 극심한 변동성
개인투자자 위주의 시장이 문제
외국인 매도 받아줄 기관도 부재
현금성자산에 묶인 공공기금
범정부 차원 운용 개혁 나서야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란 전쟁의 여파로 지난 3일과 4일 이틀 동안 코스피는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3월 초 코스피지수가 7000을 바라보며 프랑스 시가총액을 넘어섰다고 하나, 하루에 5~10%씩 널뛰는 극심한 변동성은 여전히 우리 증시의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총 1~2위의 우량주가 오늘 10% 오르고 내일 다시 10% 빠지는 시장은 건전한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카지노에 가깝다. 지수가 아무리 높아도 급등락을 반복하는 시장이라면 건강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극심한 변동성은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지속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장기 자금은 이런 롤러코스터 시장을 피하게 된다. 꼭짓점에서 물린 투자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존버’(무조건 버티기)하며 고통받고, 시장에는 “역시 주식은 위험한 도박”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진다. 단기 변동성을 노리는 투기적 자금은 다소 몰릴 수 있지만, 꾸준히 투자하는 장기 자금은 오히려 떠날 가능성이 높다. 단기 변동성만을 노린 투기적 자금이 몰리는 시장에서 건강한 자본시장 형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 주식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최근 미국 주식 수익률이 특별히 높았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이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낮은 변동성에 있다. 미국 S&P500지수는 과거 수십 년간 매년 많지도 적지도 않게 평균 10%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쌓아왔다. 매달 월급이 들어오면 고민 없이 S&P지수에 적립식 투자를 해도 문제없는 시장, 그것이 미국 시장의 가장 큰 매력이다. 환율 상승 압박이라는 논란이 있지만, 달러화 자산이라는 특성은 위기 상황에서 달러 가치가 상승해 주가 하락분을 상쇄해 주는 ‘자연 헤지(natural hedge)’ 효과까지 덤으로 제공한다.

한국 시장의 고변동성 문제는 개인투자자 위주의 시장 구조에 기인한다. 외국인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때 이를 받아줄 장기 기관 자금이 온데간데 보이지 않는다. 국내 연기금은 이미 국내 주식 투자 한도를 꽉 채워 놓은 상태다. 상승장에서 리밸런싱(자산 재배분)을 통해 주식 보유 비중을 줄여 숨통을 틔워 놓아야 시장이 급락할 때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기관 자금의 주식시장 유입 또한 확대해야 한다. 한국에는 꽤 많은 규모의 공공기금이 존재하지만 상당 부분이 예금,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현금성 자산에 머물러 있다. 각 부처 및 기관의 사업성 자금이라는 이유로 극도로 위험을 회피하는, 즉 안정성 위주의 운용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수십조원의 자금이 생산적인 투자 대신 단기 예금상품에 묶여 있는 셈이다. 이렇게 자금이 은행에서 잠자는 동안 자본시장은 얄팍해지고 변동성은 더 커진다.

이를 개선하려면 범정부 차원의 기금 운용 개혁이 필요하다. 여러 기금에 흩어져 있는 현금성 자산을 풀링해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하게 많은 현금을 각 기금이 따로 보유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대학 기금, 퇴직연금 등 다양한 기관 자금 역시 주식과 같은 모험 자본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결국 ‘생산적 금융’의 확대와도 맞닿아 있다. 자본시장이 활성화돼야 기업의 혁신 투자도, 국가 경제의 성장잠재력도 커질 수 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장기 기관 자금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이들은 단기 차익이 아니라 장기 수익을 목표로 투자하기 때문에 시장의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이런 장기 기관 자금이 유입될 때 시장의 변동성은 떨어지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코스피지수가 5000이든 10,000이든 숫자 자체가 목표가 될 필요는 없다. 연 10%의 수익이라도 매년 꾸준히 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시장이 형성될 때 비로소 외국인 투자자도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주식=도박’이라는 인식도 차츰 사라질 것이다.

한국 증시의 진짜 과제는 지수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변동성을 낮추는 것이다. 지수의 신기록에 환호하기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충격에도 안정적으로 버틸 수 있는 시장의 체질을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다. 숫자의 고점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의 두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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