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카트 운용법도 통일… 서비스 디테일 조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모두 이용해본 승객이라면 두 항공사의 유니폼은 금방 구분한다. 하지만 승무원이 기내 카트를 미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아는 승객은 많지 않을 것이다. 비상구 점검을 한 명이 하는지 두 명이 교차 확인하는지, 기내에서 각자 담당 구역을 정하는지 전 구역을 함께 담당하는지도 마찬가지다. 이 ‘숨은 디테일’들은 두 항공사가 수십 년간 각자의 방식으로 쌓아온 서비스 철학의 압축판이다. 이르면 올해 말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그 디테일들이 하나씩 통일되고 있다.
특히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에 특별한 자부심이 깃들어 있다는 점은 이 통합 작업을 예민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돼 혹독한 교육을 거쳐 유니폼을 입는 순간부터, 이들은 해당 항공사의 얼굴이자 브랜드 그 자체가 된다. 각자 항공사에서 배운 서비스 방식은 직업적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카트운영부터 인사제도까지 차이
통합 논의에서 가장 먼저 가시화된 것이 기내 카트 운용 방식이다. 아시아나는 승무원 한 명이 카트를 미는 방식이었다. 기내식 서비스 때 여러 대의 카트를 동시에 활용해 빠르게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 반면 대한항공은 2명이 카트 한 대를 함께 미는 ‘2인 1카트’ 방식이다. 카트 이동 과정에서 승객과의 충돌이나 안전 사고 가능성을 줄이고, 두 명이 호흡을 맞춰 더 세심하게 승객을 살필 수 있다. 속도보다 안전과 서비스 품질을 우선한 방식이다. 통합 이후 아시아나 노선에서도 대한항공 방식이 적용될 예정이다.
기내 서비스 담당 체계에서도 색깔 차이가 드러난다. 아시아나는 승무원마다 담당 구역을 정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내 구역 승객은 내가 책임진다는 명확한 책임 구조다. 대한항공도 담당 구역은 나눠놨지만, 사실상 모든 승무원이 객실 전체를 함께 담당하는 방식이다. 어느 자리의 승객이든 가장 가까운 승무원이 즉각 대응하는 팀워크를 강조한다. 이륙 전 비상구 점검 때 아시아나는 두 명이 교차 확인하는 방식을, 대한항공은 승무원 한 명이 수행하는 방식을 각각 유지해왔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 힘들지만, 통합 항공사는 하나의 기준을 선택해야 한다.
근무 시작 방식도 달랐다. 아시아나 객실 승무원들은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먼저 브리핑을 진행한 뒤 셔틀버스로 함께 공항으로 이동했다. 브리핑이란 사무장 주관 아래 안전·보안·서비스 지시 사항을 공유하고 승객 수, VIP 명단, 기내식 현황까지 점검하는 핵심 준비 절차다. 반면 대한항공은 바로 공항으로 출근해 공항 내 브리핑룸에서 이 절차를 진행해왔다. 운항 상황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이젠 두 항공사 객실 승무원 모두 공항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조직 문화 융합 공들이는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두 조직의 문화를 한데 녹여내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핵심 전략이 코로케이션(Co-location), 즉 통합 전부터 양사 직원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근무하게 하는 방식이다. 통제센터와 정비본부, 인재개발원 등 주요 조직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다.
업무 현장 밖에서도 교류를 쌓고 있다. 작년 5월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를 개방해 양사 임직원과 가족 약 2만명이 함께하는 ‘패밀리데이’를 열었다. 몽골 사막화 방지를 위한 나무 심기, 지역 아동 주거환경 개선과 청소년 교육 기부 활동도 양사 직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최근 창립 기념사에서 “두 항공사가 서로 장점을 배우고 단점을 보완하면서 더 높은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같은 목표를 바라본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8일간 벌어진 이란판 ‘왕자의 게임’…모즈타바 선출 막전막후
- 1980년대에도 美 군함·유조선 피격…지금 호르무즈는 더 위험해졌다
- 신세계, 단일 기업 국내 최대 AI 데이터센터 짓는다
- 우린 미국인과 다르다… 고기 많이 먹어도 괜찮다
- “쏘리! 지나갈게요” 대신 ‘squeeze by’
- “200만원치 주고 전집 사줬는데…" 왜 아이가 안 읽을까요?
- 보카치오가 찬양한 ‘천국의 음식’… 파마산 원조지만 맛은 천지차이
- 근력 운동할수록 더 아픈 무릎… 통증 줄이는 3분 무릎 풀기
- 춘마 서상대교 구간에 대비, ‘남산 업힐 맛집’을 뛴다
- “일본제 무기를 팔 절호의 기회”… 다카이치의 치밀한 방위산업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