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민일보가 만난 사람] 33. 최오규 재경강릉시민회장·글로벌성형그룹 대표원장
상경 55년 재경강릉시민회장 취임
율곡선원 훈장 조부·교육자 출신 부모
서울 땅 일궈온 강릉인 기개 결집
뼛속 새겨진 자부심은 고향발전 씨앗
어머니 초충도 일화 영향 미술반 활동
압구정 36년 K-뷰티 외길 미적 원천
메이크오버 예능·해외특강 명성 권위
온고지신 정신 계승 시민회 운영 포부
“선후배 정 넘치는 따뜻한 단체 만들 것”
“서울 한복판서도 못 버린 고향 말씨…‘강릉 사람’ 자부심”
최오규 신임 재경강릉시민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 사람들은 그의 고향이 강원도라는 것을 바로 알아챈다. 어투와 톤, 음성에 깊게 새겨져 있는 ‘강릉 말씨’ 때문이다.

-취임식에서 고향 강릉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는 소감을 밝혀주셨다. 고향이 삶에서 갖는 의미는.
“금학동에서 태어나 중앙유치원, 중앙국민학교, 경포중 재학 시절까지 강릉에 살았다. 15살에 서울로 유학와서 떠난지 55년이 됐지만 여전히 고향이 자랑스러운 뼛속 깊이 강릉 사람이다. 특히 가장 강릉답고 강원도스러운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평생 생각해 왔다. 국내외 어느 학회에서든 늘 마지막 문장은 ‘not 코리아 넘버원 but 글로벌 넘버원’이라고 마무리한다(그가 운영하는 병원 이름도 ‘글로벌성형외과’다). 쉬운 영어 관용구이지만 훨씬 영어가 유창한 사람들도 뜻을 쉽게 알아듣는다. 촌스러운 것이 세계적일 수 있다는 증거다.”
- 고향 사람들에 대한 애정도 깊어 보인다.
“강원도 사람들은 대부분 맑고 깨끗하고 묵직하다. 병원 총무과와 줄기세포연구소 등에도 춘천·속초 등 강원도 출신이나 강원대 나온 분들이 일하고 있다. 강원도라고 하면 무조건 뽑는다. 화천에서 군 복무를 하고 춘천 인성병원에서 근무한 적도 있어서 강원 곳곳에 두루 인연이 깊다.”
-어린 시절을 회상해 본다면.
“학자 집안이다. 할아버지가 율곡선원이라는 한문학당을 하셨고 그곳의 마지막 훈장이셨다. 그래서 한글보다 한문을 먼저 뗐다. 입학 절차가 워낙 공정하고 투명해서 손자·손녀라거나 같은 종중이라고 해서 봐주시는 것도 없었다. 인재가 없으면 입학생이 없는 해도 있었다. 30대에 농림수산부 장관을 지낸 최각규 전 도지사, 최명희 전 강릉시장, 홍윤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이 우리 학당 출신이다. 될성 부른 나무의 떡잎을 찾는데는 할아버지가 최고셨다.”
-서울로 고교 진학을 했는데 강릉지역 학교 교가들은 어떻게 잘 아시나(그는 취임식에서 중앙고와 강릉여고 교가를 즉석에서 불렀다).
“제2의 모교가 2곳이다. 아버지가 교감을 지내신 중앙고(옛 강릉농고)와 어머니가 졸업하신 강릉여고다. 어머니는 밥을 지으시거나 설거지할때 마다 모교 교가를, 아버지는 약주 한잔 하시면 농고 교가를 늘 부르셨다. 강릉을 떠난지 5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외운다. 중앙고 교정에는 교장을 지낸 큰아버지(최용근 전 국회의원)의 흉상이 있다. 아버지는 조순 전 총리와도 매우 절친하셨다. 아버지 돌아가신 후 조 전 총리가 상가에서 2박 3일 울다 가시기도 했다.”
-교육자 출신 부모님의 미래 세대 투자나 교육철학도 투철하셨던 것 같다.
“강릉 최씨 중에서도 우리 종중이 유일하게 장학재단을 갖고 있다. 선산 보상금을 나눠 갖는 대신 아버지가 법인으로 묶어 장학회를 출범시켰고, 그 옛 시절에 벌써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며 출생축하금을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선견지명이다. 강릉사범학교를 졸업한 어머니도 훌륭하셨다. 오죽헌에 현장학습을 가면 초충도를 정말 잘 설명해 주셨다. 사임당이 그림을 펼쳐놓으면 새들이 와서 쪼았다는 일화를 듣고 나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술을 좋아하셨나.
“하교하면 산으로 들로 이젤을 들고 돌아다녔다. 강릉 남대천과 나무다리 등에 자주 갔고, 공설운동장을 건너며 대궐같은 집도 그렸다. 그림 그리고 있으면 새들이 어깨에 앉거나 집에 쫓아오기도 했다. 새똥에 맞아 가도 어머니는 “오규야, 오늘 그림 많이 그렸구나”하며 반겨주셨다. 머리를 감겨주며 “새도 너를 좋아하니까 앞으로 사람들도 주위에 많이 모일거다”라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난다. 4학년 때 한국일보 전국 소년소녀사생대회 강원도 특선을 하고, 서울 창경원에서 1박2일로 열린 본선에 나갔다. 처음 서울에 가 본 날이다. 그런데 서울 학생들은 제목도 보기 전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결과는 가작이었다. 어머니는 “네 그림이 더 가능성 있다. 서울 애들은 ‘짜배기’ 같다”며 위로해 주셨다.”
-계속 그림을 그렸다면 진로가 바뀌었을까.
“아마도 디자이너를 했을 것 같다. 유명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의사 출신이다. 이탈리아는 아르마니처럼 의사를 그만두고 디자인 쪽으로 진로를 바꾼다고 해도 박수치고 인정하는 사회라는 뜻이다. 그래서 문화로 유명한 나라가 된 거다. 우리 같으면 절대 안된다고 했을 것이다. 밀라노 의대 후배 의사의 소개로 그를 만날 기회가 두 번 있었다. 나도 미대 지망생이었다고 하니 ‘한국이라는 나라는 너무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라 힘들겠다’고 위로해 주더라.”
-좋아하는 미술을 접고 의대로 진학한 계기는.
“큰아버지가 강릉에서 3·4·5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용근 전 의원이다. 이후 최돈웅 전 의원과의 경쟁에서 낙선하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우리를 모아놓으시고는 ‘우리 집안에서는 선출직에 나가지 말라’는 말씀을 유언처럼 남기셨다. 다른 사람의 표를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셨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다음부터 우리 집안에서는 법대에 가지 않고 의대나 치대로 진학했다. 미대 가는 것은 반대하셨다. 의대에 입학한 후에도 적성에 안 맞아서 미술을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도구를 모두 태우셨다. 이후에도 너무 그림이 그리고 싶어서 홍대 앞 미술학원에서 아르바이트 교사로도 일하기도 했다. 그래도 다른 과목이 아닌 성형외과를 하는 것이 다행인 것 같다.”
-K-뷰티의 중심지인 압구정에 자리잡고 오랜 경험을 쌓아오셨다(그는 압구정의 작은 병원으로 시작해 2009년 지금의 전문성형그룹을 세워 옮겼다).

-2015년 과기부 승인을 받은 줄기세포센터도 만드셨다고 들었다. 중국·일본·동남아 등 해외환자도 많아 K-뷰티에 대한 관심을 실감하시겠다.
“K-미용·성형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내일(14일)도 협력병원이 있는 중국 장안과 시안 등으로 출장을 간다. 베이징대에서 국내 성형외과 의사로는 처음 특강을 했는데 기립박수까지 나왔다. 이후 여러 군데에서 특강 요청을 계속 받았다. 강연과 시연 등으로 한국 의학의 우수성을 전하고 있다.”
-성형외과그룹 경영과 고향사랑이 이어지는 것 같다.
“K-미용·성형을 이끄는 서울 압구정 중심에 강릉 사람이 있다는 것은 지역의 자랑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경포중 졸업 사은회를 열어 미술을 가르치신 윤영희 선생님을 서울로 모신적이 있는데 내게 ‘세계적 성형외과 의사가 되어 정말 자랑스럽다’고 해주셔서 매우 감동이었다. 당시 사진까지 가져오셔서 경포중 미술반이었다는 것을 최근에 다시 알게 됐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강릉 사투리는 못버린다. 모래알까지 보이는 경포 앞바다의 깨끗한 바닷물처럼 맑은 강릉 사람의 마음을 간직해 나가겠다.”
-재경강릉시민회는 어떻게 꾸려갈 예정인가.
“역대 회장님들의 전통을 이어가며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화합의 장을 넓히겠다. 선후배 간의 예우와 정이 살아 숨 쉬는 따뜻한 단체를 만들고 싶다. 고향의 발전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강릉인의 기개와 긍지를 실천으로 증명하겠다.” 김여진 기자
◇ 프로필
#강원도 #성형외과 #어머니 #아버지 #한복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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