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500원·고유가 ‘비상’…섬유기업 곡소리·차부품·ICT도 수익성↓

이동현(경제)·이승엽 2026. 3. 16.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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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 “유가 10% ↑ 제조업 생산비 0.71%↑”
지역 부품사 원가 압박 가중·장기화 땐 타격 불가피”
섬유업계 40% 차지 제직업종 원사 수입 의존
운송료 상승 더하면 차익 손실 더 커져
지역 ICT·스타트업도 달러 결제 고정비 ↑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이란 전쟁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산업연구원 미-이란 전쟁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발췌>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장중 1500원을 돌파했다. '고환율·고유가' 복합 위기가 덮치면서 대구 지역 주력 산업인 자동차 부품과 섬유를 비롯한 ICT 업계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섬유기업의 경우 대부분 영세한데다 원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중간재 형태여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실정이다.

◆섬유업계 '곡소리'

16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3년 기준 대구지역 섬유기업은 총 548개소로 파악됐다. 제직업종이 228곳, 염색업종이 184곳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직업종은 대부분 원사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이들 업종은 수출 비중이 높지만, 원자재 상승분도 커져 환율 상승이 곧바로 수익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운송료 상승도 부담스럽다. 섬유 원사는 대부분 바다를 통해 들여오는데, 이 운임은 달러 결제여서 고환율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런 비용이 모이면 수출업체라도 제직 기반 업체들의 비용은 오히려 더 상승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박은경 한국섬유마케팅센터 본부장은 "지역 섬유기업들이 대부분 원사를 받아 가공하는 중간재 형태여서 원자재 및 운송료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이 크다. 특히 중동 전쟁 여파로 중동 쪽 수출은 배편을 잡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높아진 원자재 구매비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장기적으로는 수출 다변화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열병합발전에 필요한 유연탄을 전량 수입하는 염색업종도 힘들기는 매한가지다. 작년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의 유연탄 구매량은 25만t, 금액은 377억원 규모에 달한다. 필수 원자재인 유연탄 가격의 상승은 곧 섬유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염색업계 관계자는 "유연탄 수입량이 연간 수백억원 규모인데, 환율이 50원가량 오르면 연간 15억~20억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지금 상황이 여러모로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섬유업계가 이 위기를 견딜 수 있도록 '범퍼링(충격완화)'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진 대구시 국제통상과장은 "수출기업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통상 불확실성이 커지면 바이어들이 대금 결제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 수출기업은 보통 3~4개월 정도 납기 지연을 감수하고 수출에 들어가는데, 그 기간이 더 늘어나면 견디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며 "변동성을 견딜 수 있는 '맷집'을 키우기 위한 수출 보험료 지원 등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태 장기화 땐 실적 악화 불가피

16일 산업연구원이 발간한 '미-이란 전쟁 리스크 확산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0% 오를 때마다 국내 제조업 평균 생산비용은 0.71%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별로는 석유제품(6.30%), 화학제품(1.59%), 고무·플라스틱(0.46%)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분야의 타격이 컸다. 연구원은 사태 장기화 시 원자재 가격 급등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글로벌 경기 둔화를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역 산업계는 사태 장기화에 따른 2분기 실적 악화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의 수출입 동향 통계에 따르면, 대구의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부품은 환율 상승 시 단기적으로 수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환율 효과'를 일부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고유가가 동반된 복합 위기라는 점이 치명적이다. 물류비 급등과 함께 석유화학 기반 플라스틱, 고무 등 원부자재 수입 단가가 동시에 뛰어오르면서, 수출로 얻는 환차익보다 생산 원가 상승분이 영업이익을 더 크게 갉아먹는 현상이 우려되면서다.

정운진 평화홀딩스<주> 경영관리부장은 "수출입을 병행하고 있어 당장의 큰 타격은 없다"면서도 "고유가 국면이 장기화하면 수입 비중이 큰 기업부터 원가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광호 <주>씨엠에스 연구소장은 "현재는 선도거래를 통한 환차익으로 원자재가 상승분을 상쇄하고 있다"며 "다만 원자재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 2분기 수익성 악화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ICT업계도 비용 절감 '압박'

지역 ICT 및 스타트업 업계도 고정비 부담에 비상이 걸렸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만큼 원자재 타격이 크진 않지만, 인프라 유지 비용이 문제다.

김승윤 브로즈 대표는 "규모가 큰 기업들이 해외 클라우드나 서버를 이용할 경우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 급등은 곧바로 지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업계는 환율 상승이 서버·네트워크 장비 등 하드웨어 수입 단가를 끌어올려 지역 기업들의 자체 IT 인프라 확충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산업경제데이터분석실장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에너지 공급망 불안을 키워 국내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에너지 공급망 안정화와 더불어 기업 차원의 철저한 글로벌 리스크 관리가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현(경제)·이승엽기자 shineast@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