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만 고지도 넘은 '왕사남'… "반드시 만들겠다 다짐한 작품" [인터뷰]

2026. 3. 1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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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 첫 작품 '왕사남'으로 눈길
"장항준 감독이면 해낼 수 있을 거란 확신"
'왕과 사는 남자' 누적 관객 수 1,300만 돌파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가 흥행 소감을 밝혔다. 쇼박스 제공

개봉 한 달이 지난 시점에도 멈출 줄 모르는 흥행 기세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신작 개봉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새로운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모두가 결말을 알고 보는 역사 영화지만, 작품이 전하는 여운과 감동은 여느 작품과 비교하기 어려운 깊이로 관객에게 전달되고 있다.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는 지난 15일 누적 관객 수 1,30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42일째 이룬 성과다. 이로써 역대 박스오피스 10위에 올랐다. 영화 제작을 맡은 제작사 온다웍스의 임은정 대표는 "감사한 나날"이라며 "천만 달성 직전까지는 '조금만 더 가보자'는 마음이었다면 지금은 함께했던 모든 사람들이 떠오른다. 이 정도의 흥행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제작사 온다웍스 임은정 대표로부터 출발한 작품이다. 2019년 CJ 영화사업부 재직 시절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아이템이었다. 그동안 작품의 중심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단종 이홍위와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엄흥도의 이야기가 임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다. 역사에 기록된 자료가 방대하지는 않았지만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기획 논의 단계에서 코로나19를 비롯해 여러 상황이 더해져 제작이 무산됐고, 임 대표는 마음 한편에 담아두고 있던 '왕과 사는 남자'를 제작사 온다웍스의 첫 작품으로 완성하게 됐다.

"마음을 기울이게 된 아이템이었어요. 시나리오 초고가 2안까지 나왔던 시점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어요. 그때 시나리오를 써주신 작가님께 '언젠가 타이밍이 오면 반드시 만들겠다'고 약속했어요. 이후 퇴사하고 제작사를 운영하게 되면서 창작자들과 지키지 못했던 약속을 지킬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흥행 축하보다 '고맙다'는 연락 많아… 더 다양한 영화 탄생하길"

영화제작사 온다웍스를 이끄는 임은정 대표가 '왕과 사는 남자'에서 활약한 배우 박지훈을 언급했다. 쇼박스 제공

코로나19의 여파는 영화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었고, 신작 개봉 위축은 곧 제작 감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임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영화관이 존재하는 한 영화는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장항준 감독을 찾아가 설득을 이어갔고, '왕과 사는 남자'의 윤곽이 점차 잡혀갔다.

"제작자로서 불안함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거예요. 하지만 작품과 장항준 감독을 매칭하면 '될 것 같다'는 믿음이 있었어요. 오랫동안 영화 일을 하면서 '완성도가 아쉬운 시나리오도 장항준 감독의 손을 거치면 달라진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만큼 각본가로서 뛰어난 분이죠. 장 감독님이 합류한 이후 감독님, 박윤호 PD와 함께 합숙하며 시나리오를 계속 수정했어요. 마지막 수정고를 덮고 술자리를 가졌는데 감독님께서 '이거 안 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런데 이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울었어요.(웃음) 그때 어떻게든 이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주연 배우들의 호연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단종 이홍위를 연기한 박지훈은 보이그룹 개인 브랜드평판 1위를 차지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에 대해 임 대표는 "지금까지 박지훈 배우의 작품을 보면 주로 또래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선배 배우들과의 연기는 어떨지 궁금했는데, 현장에서의 태도를 보고 믿음이 생겼다"며 "촬영 초반에는 '지훈아 지금 괜찮아?'라고 묻는 경우가 많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지훈아 믿는다'는 말을 하고 있더라. 연기적으로나 태도적으로 믿음을 준 배우"라고 말했다.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은 더욱 의미가 깊다. 지난해 '천만 영화 실종'이라는 영화계의 뼈아픈 평가 속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산업 전반에 활기를 되찾게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장항준 감독은 한 방송에서 거장 박찬욱 감독으로부터 "너무 큰 일을 했다"는 축하 연락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만큼 한 작품의 흥행을 넘어 영화계 전체의 경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흥행 자체에 대한 축하도 있지만 '고맙다'는 연락을 많이 받고 있어요. 제가 큰 일을 했다기보다는 어려운 시기에 용기를 잃지 않고 미친 듯이 달려줘서 고맙다는 의미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보자는 메시지이기도 하겠죠. 영화를 준비하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재능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큽니다."

김연주 기자 yeonju.kim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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