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달러 사모 대출, 글로벌 금융 위기 뇌관 되나

김신영 기자 2026. 3. 1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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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 “대출 부실, 금융권 덮칠 수도”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의 사모 대출 펀드에 투자했다가 최근 대출을 상각 처리했다고 발표한 미국 대표 투자은행 JP모건의 뉴욕 본사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사로 인공지능(AI)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 중인 메타는 지난해 루이지애나주에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300억달러를 빌렸다. 메타는 은행 대출이나 회사채가 아닌 ‘사모 대출’을 썼다. 사모 대출이란 대출 펀드에서 돈을 빌리는 일종의 사채다. 최근 AI 열풍으로 시설 투자에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는 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규모의 사모 대출을 받아 쓰고 있다.

AI 과잉 투자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AI 거품’이 꺼질 경우 관련 기업이 대거 받아간 사모 대출이 글로벌 금융 위기를 초래할 ‘뇌관’이 될지 모른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16일 분기 보고서에서 “AI 시설 투자가 이례적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미국의 AI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해 사모 대출을 크게 늘렸다”며 “AI 산업이 흔들릴 경우, 사모 대출의 부실이 금융권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BIS는 사실상 대출이지만 장부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미로 사모 대출을 ‘그림자 대출’이라고 지칭했다.

/BIS

BIS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 대출 잔액은 10년 전 약 5000억달러에서 지난해 2조1000억달러(약 3142조원)로 급증했다. 지난해 메타 외에도 오라클·xAI 등의 AI ‘공룡’ 기업이 대규모 사모 대출을 받았다. 사모 대출 펀드엔 핌코·블랙록 같은 자산운용사 및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월가(街)의 전통 금융사 자금도 최소 1200억달러 투입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테크 업계가 대거 받아간 사모 대출의 위험을 키우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AI 자체라고 BIS는 지목했다. 최근 ‘소프트웨어를 알아서 만드는 AI’의 능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위기론이 번진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Software as a Service) 기업에 집행된 사모 대출이 지난 3년간 특히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BIS 분석 결과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의 사모 대출 잔액은 2022년 600억달러에서 지난해 4800억달러로 급증했다. 전체 사모 대출 중 소프트웨어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도 약 10%에서 20%로 올라갔다. 세바스천 도어 BIS 이코노미스트는 “소프트웨어 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가 사모 대출 시장으로 번질 위험이 생겼다”며 “실제로 지난해 10월 이후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가 30% 하락하는 동안 사모 대출 운용사 주가는 10% 동반 하락했다”고 했다.

/BIS

사모 대출을 ‘틈새 상품’으로 여겨온 월가에서도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주요 금융사들이 우회적으로 투자한 사모 대출 회수를 포기하고 상각 처리하거나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모 대출에 자금을 댄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은 커지는 상황이다.

이달 들어서만 블랙록·클리프워터·모건스탠리 등이 각 사가 운용하던 사모 대출 펀드의 환매 제한 조치를 발표했고, 지난 11일엔 JP모건이 일부 소프트웨어 기업에 집행한 사모 대출을 회수하기 어렵게 돼 손실 처리한다고 발표하는 등 ‘위험 신호’는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대출 기업의 신용등급이나 담보 가치가 하락하면 은행으로 타격이 번질 수 있어 느슨한 사모 대출 관련 규제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gemini

◇사모 대출

기업이 비(非)은행 금융사가 조성한 펀드를 통해 돈을 빌리는 일종의 사채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은행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최근엔 새로운 막대한 시설 투자금이 필요한 AI 관련 빅테크 기업들이 많이 받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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