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복지기금 '부당 독식'한 공기업 대표…"35억 아파트 팔아서 갚을게" / 풀버전
[앵커]
강남 아파트를 무리해서 샀다가 돈이 필요해지자 사내 복지기금을 대출 받아 쓴 공기업 대표가 있습니다. 코스포영남파워의 권도경 전 대표입니다. 직원들만 받을 수 있는 생활안정자금 대출을 대표도 받을 수 있게 규정을 고친 뒤 전체 기금의 70%에 달하는 6억원을 빌려갔습니다.
먼저 정해성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정해성 기자]
울산의 복합화력발전소, 코스포영남파워입니다.
모회사인 남부발전이 이곳 권도경 전 대표이사에 대한 특정감사에 착수한 건 지난 1월.
권씨가 일반 직원들의 생활안정자금 용도로 만든 복지기금에서 부당하게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겁니다.
JTBC가 입수한 남부발전의 감사 보고서입니다.
2023년 11월 대표가 된 권씨는 취임 넉 달 뒤 자신이 포함된 기금협의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 복지기금 정관을 고쳤습니다.
대출 대상을 '근로자'에서 '임직원'으로 넓히고, 기존 5000만원이던 대출 상한을 없앴습니다.
대표도 복지기금을 쓸 수 있도록 스스로 규정을 바꾼 셈입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2024년 5월부터 총 세 차례 대출을 받았습니다.
액수는 모두 6억원, 전체 기금 8억5000만원 가운데 70%를 독차지한 겁니다.
이렇게 받아 간 6억원은 권씨가 소유한 시세 30억원대 서울 강남 개포동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충당하는 데 썼습니다.
권씨는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내주느라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렸고, 복지기금 일부로 그 돈을 갚았다"는 취지로 진술했습니다.
남부발전은 대표도 기금을 쓸 수 있도록 정관을 바꾼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모회사인 남부발전 이사회를 거치지 않았고,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도 받지 않는 등 절차를 위반했단 겁니다.
이를 통해 노동자를 위해 써야 할 돈을 '사금고화'했다고 질타했습니다.
권씨는 취재진에게 직원들이 알아서 규정을 고친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권도경/전 코스포영남파워 대표 : {두 번 (규정이) 바뀐 이후로 수혜를 받은 게 대표님밖에 없어요.} 제가 지시한 건 전혀 없어요. 상한을 없앤 건 신청을 안 하니 직원들이…]
남부발전은 권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앵커]
권도경 전 대표는 앞서 빌린 6억원에 이어 또다시 2억원을 추가로 빌리려 했습니다. 당시 녹취를 저희 취재진이 입수했는데 담당 간부가 대출을 거부하자 압박을 가하면서 현 정부의 대출규제 탓을 했습니다. 하지만 취재가 시작되자 처음부터 무리해서 강남 아파트를 산 것이 맞다고 실토했습니다.
이어서 양정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양정진 기자]
지난해 12월 초 권도경 전 코스포영남파워 대표는 사내 복지기금을 담당하는 경영지원실장을 불렀습니다.
이 자리에서 기존 6억 외에 2억원을 추가로 대출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권도경/전 영남파워 대표 (지난해 12월) : 내가 금액(6억원)을 떼어먹은 것도 아니고 이자를 안 낸 것도 아니고 단지 도덕적 비난은 있을 수 있어도]
실장은 위험이 너무 크다며 곤혹스러워 합니다.
권씨가 그동안 담보도 제공하지 않고 차용증만 냈기 때문입니다.
[영남파워 경영지원실장 (지난해 12월) : 첫 번째 회수 리스크고, 지금도 일단 5억짜리 그거(차용증) 써놓으신 것밖에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권씨는 문제가 생기면 강남 개포동 집을 팔겠다며 계속 압박했습니다.
[권도경/전 영남파워 대표 (지난해 12월) : 현재 집이 33억에서 35억 가는데, 한 5억 쓴다는데 큰 리스크는 없지 않냐]
시중에선 대출받기 어렵다며 이재명 정부 탓을 하기도 했습니다.
[권도경/전 영남파워 대표 (지난해 12월) : 대출 규제를 좀 해소했으면 좋겠다. 옛날에 박근혜 때는 그때는 대출받아서 집 사라고 그랬거든 오히려 잘 됐다 XX. 왜 나만 계속 피해를 보냐고]
실장은 남들이 알면 큰일 난다며 대출을 끝내 거부했습니다.
[영남파워 경영지원실장 (지난해 12월) : 100% 우리가 회수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아니다 보니까. 이거 터지면 그냥 다 죽는다는 거죠.]
이후 모회사인 남부발전으로 제보가 들어가자 권씨는 그제서야 30억원대 강남 개포동 아파트를 내놨고, 매매대금으로 대출금 6억원을 갚았습니다.
권씨는 JTBC에 "강남 아파트를 사느라 무리했다"며 "복지기금 일부는 제2금융권 대출을 갚는데 썼고 대부분 생활비로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권도경/전 코스포영남파워 대표 : 처음부터 무리했어요.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닌데. 그 아파트 하나로 굉장히 힘들었죠.]
한국남부발전은 권씨가 기금의 4% 낮은 이율을 이용해 10%가 넘는 제2금융권 대출을 갚는 등 부당이익을 취했다며 '악의적 수익자'로 규정했습니다.
[자료제공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
[영상취재 김진광 조용희 영상편집 정다정 영상디자인 곽세미 조성혜 한새롬 허성운 이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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