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동시대 미술 작품을 통해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주권적 의미를 되새기는 기획전이 경남도립미술관에서 펼쳐진다.
경남도립미술관은 2026 동시대 미술 기획전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을'을 오는 18일부터 6월 28일까지 미술관 1·2층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가나 제도, 가족, 조직 등 전통적인 공동체의 형식을 넘어 개인의 경험과 감각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개인이 자신의 신체와 기억, 삶의 조건을 통해 사회와 관계 맺는 방식을 살펴보며 '개인'과 '우리'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전시는 고도로 발전한 과학 기술 시대에 온전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이유·방법을 탐구해 현재 우리가 당면한 과제들을 함께 공유한다.
전시에는 오묘초, 오화진, 이은희, 서성협, 이진주, 박영숙, 안유리, 뮌, 추미림, 황효덕, 오주영, 이민진, 해파리 등 한국 작가 13명(팀)과 핀란드 출신의 뉴미디어 작가 에이샤 리사 아틸라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동시대 작가 14명(팀)이 참여한다. 3가지 주제로 회화, 설치, 사진,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 51점을 선보인다.
◇1전시실=1전시실에서는 '나에게서 시작된,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를 주제로 자전적 서사와 신체 감각을 통해 자신과 세계의 경계를 다시 짚어보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오화진은 분열한 자아와 죽음·생명의 경계를 조각적 서사로 풀어내며, 폐차 부품과 섬유를 결합한 설치로 생명의 기준을 묻는다. 오묘초는 심해 생명체의 생존 방식을 금속과 유리 조형으로 표현해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생명의 형상을 제시한다.
◇2전시실·영상전시실·특별전시실=이들 공간에서는 '남겨진 얼굴들, 이어지는 목소리들'을 주제로 사진과 영상, 텍스트를 통해 삭제되거나 주변부에 머물렀던 목소리들을 현재로 소환한다. 이은희의 '무색무취'는 반도체 산업 재해 피해자들의 업무 기록과 아카이브 자료를 따라 첨단 산업의 이면에 놓인 취약한 몸들의 현실을 드러낸다. 안유리의 '스틱스 심포니'는 전쟁과 폭력의 이야기를 여성 시인의 시와 목소리로 되살려, 이름 없이 사라진 존재들의 영혼을 불러내는 초혼의 장면을 연출한다.
박영숙의 '미친년 프로젝트' 연작은 가부장제 사회 속 여성의 분열과 저항을 연기하며, 서성협의 설치는 회화와 구조물을 결합해 '겹쳐진 기념비'를 제시한다. 이진주는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과 경험에서 비롯된 감각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며 현실과 기억이 교차하는 독자적인 화면을 구축한다.
◇3전시실=3전시실은 '인간 이후를 상상하는 방법들'을 주제로 '인간 중심' 이후의 감각과 관계 방식을 실험하는 설치 작업으로 채워진다. 오주영은 인공지능 드론과 조류 충돌 문제를 다룬 영상으로 인간 중심적 기술이 다른 종의 삶과 얽히는 방식을 질문한다. 황효덕은 우주 탐사선 보이저의 통신 구조를 로우 테크(단순 기술) 장치로 재구성해, 신호와 데이터로 환원되는 세계에서 감각의 지연과 손실을 물질적으로 드러낸다.
경남도립미술관이 의뢰한 추미림 신작 '픽셀 스페이스 2026'은 미술관과 주변 위성 지도에서 추출한 기하학 도형과 색면을 유리창에 배치해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를 탐색한다.
◇'MMCA 지역동행=국립현대미술관 기획의 'MMCA 지역동행' 다원예술 프로그램과 공동 주최로 진행하는 교육·공연도 눈에 띈다.
2022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상·음반상을 수상한 듀오 해파리는 17일 오후 4시 개막식에서 전통 음악과 전자 음향을 결합한 개막 공연 'Born by Gorgeousness(본 바이 고저스니스)'에 나선다.
무용가 이민진은 5월 31일부터 6월 21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1시 30분 관람객과 워크숍 '너무 커서 공연할 수 없을 때', 그리고 6월 28일 오후 2시 동명의 폐막 공연에 나선다. 참여자들은 각자의 질문과 감각으로 불가능을 해석하는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박금숙 관장은 "이번 전시는 각자의 자리에서 시작되는 작은 질문과 선택들이 어떻게 새로운 '우리'를 만들어 갈 수 있는지 상상해 보는 자리"라며 "관람객 여러분께서는 자신이 속해 있다고 믿어 온 공동체의 윤곽을 잠시 멈춰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