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기후 변화…남동배 농가 한숨 푹
봄 '동해' 여름 '일소' 피해 심각
농가 “과실 무르거나 흑성 생겨
상품성 좋은 배 생산량 줄었다”
노지 재배 탓 날씨 영향 직격탄
재해보험 실효 낮아 농민 고통

"최근 5년 사이 날씨가 오락가락하면서 상품성 좋은 배 생산량이 확 줄었습니다. 무르거나 흑성이 생겨 상품화 못 하는 게 많아요."
인천 남동구에서 50년 가까이 배 농사를 지어온 윤태식 하나로배연구회 작목반장은 최근 농사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봄에는 꽃샘추위가 나타나고 여름에는 폭염이 이어지는 등 기후 변동성이 커지면서 인천 대표 과수인 '남동배' 재배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16일 국가데이터처 농작물 생산 통계에 따르면 인천 배의 재배면적 1000㎡(0.1㏊)당 생산량은 한때 1500㎏ 안팎을 유지했지만 2021년 555㎏, 2022년 836㎏, 2023년 734㎏, 2024년 533㎏ 등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기준 인천 배 재배면적은 약 25만㎡로 집계됐다.
기상 피해가 비교적 적었던 지난해에는 2070㎏으로 회복됐지만 농가들은 생산량 수치만으로는 최근 재배 환경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농가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수확량보다 과실의 상품성이다. 과거에는 선물용으로 출하 가능한 A급 과실 비율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동해와 일소 피해, 흑성 발생 등으로 등급이 낮아지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윤 작목반장은 "배 나무에 달리는 과실 수 자체보다는 상품화 가능한 과실이 확실히 줄었다"며 "최근에는 가공용으로만 판매 가능한 B급이나 C급 비중이 많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봄철 갑작스러운 저온과 여름 폭염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배는 3~4월 개화기에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꽃이 얼어 열매가 제대로 맺히지 않는 '동해'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여름철 고온이 이어지면 과실이 햇볕에 타는 '일소' 피해가 나타난다.
기후 지표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인천 연평균 기온은 13.28도로, 2015~2019년 평균 12.92도보다 0.36도 상승했다. 2024년 봄에는 최저기온이 영하 7.7도까지 떨어지며 늦서리 수준의 저온이 기록됐고, 열대야 일수는 2024년 46일, 지난해 41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강수량도 늘었다. 인천의 연평균 강수량은 2015~2019년 919.82㎜에서 2020년 이후 1312.5㎜로 증가했다.
인천시 농업기술센터도 기후 변화가 과수 재배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인천에서 재배되는 주요 과수는 남동배와 사과대추, 사과 등인데 이 가운데 배는 대부분 노지에서 재배돼 기후 영향을 직접 받는다는 설명이다.
남동배 재배 농가들은 동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온풍기 설치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이 커 도입이 쉽지 않다. 농작물 재해보험도 있지만 전체 과실의 약 80% 이상 피해가 발생해야 보상이 가능해 현실적인 도움이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2024년에는 배 개화 시기에 갑작스러운 저온으로 동해 피해가 발생했고 여름철에는 고온으로 과실이 타는 사례도 보고됐다"며 "하우스 재배와 달리 노지 과수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슬기 기자 za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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