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의 날, 밴스는 마러라고에 초대받지 못했다

한겨레 2026. 3.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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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의 트럼프 2.0 읽기
미국 워싱턴 국무부에서 4일(현지시각) 열린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서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밤, 다음날 상·하원 합동 연두교서 연설을 한창 준비하고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긴급한 전화 요청이 들어왔다. 상대는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였다. 정상 간 비밀통화선이 연결되자 네타냐후는 결정적인 정보를 전달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혁명수비대 수뇌부 등 핵심 지도부가 2월28일 오전 테헤란의 특정 장소에 모두 모일 예정이라는 첩보였다. 이 정보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통해 미국 정보당국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는 트럼프에게 “단 한번의 타격으로 이란 지도부를 궤멸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하며 공격을 설득했다. 트럼프는 즉시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정보의 신빙성을 확인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연두교서 연설에서는 이란을 언급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뒤 28일을 공격 시점으로 정해 대규모 이란 공습 작전 ‘장엄한 분노’(Epic Fury)를 승인했다.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원래 3월 말이나 4월 초 작전 개시를 논의하고 있었지만, 이 정보 때문에 일정을 앞당겼다. 전쟁의 씨앗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뿌려지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가능성을 비밀리에 논의해왔다. 특히 네타냐후는 워싱턴과 끊임없이 접촉하며 트럼프를 압박했다. 미국 내에서는 이란과의 군사 충돌이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여론과 마가 진영 내부의 강한 비개입주의 반대가 존재했다. 그럼에도 네타냐후는 트럼프에게 공격 필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에 계속 회의적 입장을 보였던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주변화되었다는 이야기가 워싱턴 정가에 돌고 있다.

초기에는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도 여전히 외교적 해결 가능성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은 상태였다. 미국과 이란은 핵 프로그램 문제를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고 외교적 해법의 가능성도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11일 백악관에서 열린 조찬 회동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네타냐후는 트럼프와 거의 오전 내내 마주 앉아 전쟁 가능성과 공격 시점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3월 말이나 4월 초 공격 가능성을 포함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했고, 동시에 이란과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도 형식적으로 논의했다.

지난달 18일 백악관 상황실에서는 대이란 군사 계획을 논의하는 핵심 회의가 열렸다. 트럼프는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장,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을 불러 구체적인 작전 옵션을 검토했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제한적 공습부터 정권 전복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작전까지 여러 선택지를 제시했다. 그는 정권 전복을 목표로 하는 작전의 경우 미군 사상자 발생 위험과 막대한 무기 소모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이 자리에서 밴스 부통령은 개인적으로 군사 공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공격이 불가피하다면 “대규모로 신속하게 공격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날 밴스 부통령이 신중한 반대 입장을 보인 것 외에 군사 행동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정확히 열흘 뒤 트럼프는 실제 전쟁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밴스 부통령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지난달 27일 밤, 트럼프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자선 갈라 행사에 참석했다. 군중과 왈츠에 맞춰 춤을 추던 그는 잠시 뒤 마이크를 잡고 “여러분, 나는 일을 하러 가야 합니다”라고 말한 뒤 연회장을 떠났다. 몇 시간 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기가 테헤란을 공격했다. 당시 트럼프는 마러라고에서 루비오 국무장관, 와일스 비서실장, 랫클리프 국장과 함께 폭격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반면 그 시간에 밴스 부통령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보좌진과 함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전쟁 결정의 중심과 주변의 차이는 그 장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2022년 상원으로 입성할 때부터 ‘고립주의 외교 노선’을 견지해온 밴스 부통령은 마가 내 일부 지도급 우파 인사들과 일론 머스크나 피터 틸 같은 기술기업(빅테크)의 거부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부통령이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둘째부터)이 지난달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함께 이란을 겨냥한 ‘장엄한 분노’ 작전의 경과를 보고받고 있다. 팜비치/UPI 연합뉴스

트럼프 2기 권력의 출발부터 백악관 내에선 정통 보수주의 노선의 루비오 국무장관과 비개입 고립주의 노선인 밴스 부통령 사이에 전선이 그어졌다. 지난해 6월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기 시작할 때는 트럼프가 루비오의 손을 들어줬지만, 신속한 승리 선언을 하고 공격을 끝낼 때는 밴스 쪽에 섰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네타냐후가 빈번하게 백악관을 왕래하고 트럼프가 점점 이란 개입 쪽으로 기우는 상황을 지켜보던 루비오 국무장관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구체적 작업에 나섰다. 쿠바계 루비오 장관은 우파 성향이 강한 망명 쿠바인 커뮤니티가 전략적으로 키워낸 정치인이다. 지난 1월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제거 작전이 성공하고 루비오 장관이 베네수엘라 정권을 트럼프 쪽으로 돌리는 데 성공하자 트럼프는 수시로 루비오를 불렀다. 루비오 장관은 이렇게 점점 트럼프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경쟁자인 밴스 부통령을 밀어내는 데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년 상원의원 경력의 루비오 장관을 2년 상원의원을 거쳐 부통령이 된 밴스가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던 측면도 있다. 더구나 루비오 주위엔 테러와의 전쟁에서 실패한 네오콘계 전략가들이 자리하고 있다. 네타냐후가 직접 트럼프를 이란 공격 쪽으로 설득하고, 루비오가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에 성공했고,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측근 스티브 윗코프 특사가 이란과의 핵협상을 결렬시키는 것을 본 밴스 부통령이 부랴부랴 이란과의 협상을 중재해온 오만 장관을 만났지만, 버스는 이미 떠난 뒤였다. 이번 이란 공격 과정에서 나타난 루비오 국무장관과 밴스 부통령의 미묘한 충돌은 앞으로 트럼프 정부 핵심부에서 거대한 권력 투쟁으로 번져나갈 가능성이 있다. 곧 밴스 쪽의 역공이 준비된다는 소문도 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서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이 전쟁 종료 방식과 관련해 주목할 움직임은 미국 내 우파 유대계의 동향이다. 이스라엘의 테헤란 석유 저장소 폭격으로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불길과 검은 연기는 그야말로 지구의 종말을 예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인들은 미국이 세계 각지에서 벌이는 전쟁에 더 이상 민감하지 않다. 민간인들이, 여성이, 어린이가 폭격으로 몰살되었다는 뉴스에도 그렇다.

그렇지만 경제적 여파에는 민감하다. 중간선거의 표심은 애국심보다 경제로 결정된다. 이란과의 전쟁을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의 공화당은 상·하원 모두를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쟁 열흘이 지나자 트럼프 대통령은 슬쩍 “전쟁을 곧 종결시킬 수 있다”는 발언을 띄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항복 선언이 없어도 승리를 선언하고 전쟁을 끝낼 궁리를 하고 있다는 신호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목표는 이란의 완전한 권력 교체다. 트럼프로서는 하루빨리 끝내야 할 전쟁이고 네타냐후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더 끌어야 한다.

지금 미국 내 우파 유대인들은 워싱턴 민주·공화 양당 상원·하원 의원들을 상대로 사력을 다해 로비를 하고 있다. 망명 이란인들과 미국 우파 세력의 깊은 결탁도 주시해야 한다.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쫓겨난 팔레비 국왕의 장남 레자 팔레비는 40년 이상 이란 반체제 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이란이 과거에는 한국보다 잘살았는데 지금은 ‘중동의 북한’이 되었다며 호메이니, 하메네이 타도를 외쳐왔다. 필자가 미국 유대계의 정치조직인 에이팩(AIPAC) 행사에서 그를 직접 만났던 때가 2008년이다. 그는 나에게 한국의 민주화를 달성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롤 모델로 언급하기도 했다. 오래전이라 잊을 만했는데 얼마 전 초청 메일을 보내왔다. 오는 26일 미국 우파의 대표적 정치 행사인 시팩(CPAC)의 연례 콘퍼런스에 자신이 연설자로 나선다는 내용이다. 트럼프 정부의 고위층에서 이란 레짐 체인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를 무대에 세우는 듯하다. 미국 우파 정치를 대표하는 두 조직 시팩과 에이팩이 전략적으로 내세워 키워낸 레자 팔레비가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격에 가장 설레는 사람이다. 해마다 미국 시팩 행사에 단골로 찾아오는 한국의 우파 종교인들과 정치인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레자 팔레비의 연설을 듣는 역설적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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