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씨 마른 빌라···아파트 전·월세 폭등 부른 나비효과
전세사기 공포에 빌라 외면
공사비 폭등 빌라 공급 중단
주거 사다리 끊겨 아파트 쏠림
현실 외면한 매입임대 헛발질

지하철역으로 가는 지름길 하나. 낡았지만 정겨운 골목길이다. 굽이굽이 돌아가긴 해도 8차선 대로변으로 가는 것보다 15분은 족히 아껴주는 고마운 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 골목에 들개 한 마리가 나타나 출근하던 사람의 종아리를 물어뜯는 사건이 발생했다.
동네가 발칵 뒤집혔다. 뉴스에는 연일 죽음의 골목길이라는 기사가 대서특필됐고 구청은 요란하게 폴리스라인을 쳤다. 결국 들개는 포획됐다. 한데 사람들의 머릿속엔 들개보다 더 무서운 공포가 남았다. 들개가 사라진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사람들은 더 이상 그 골목길을 걷지 않는다. 모두가 15분을 더 걸어 매연 가득한 8차선 대로로 쏟아져 나왔다. 그 결과 골목길 안쪽 백년가게 꽈배기 집과 세탁소는 줄도산했고 8차선 대로는 밀려드는 인파로 매일 아침 지옥철을 방불케 하는 병목현상에 시달린다.
지금 대한민국의 주택시장이 딱 이 꼴이다. 트랜서핑 관점에서 보면 작금의 빌라 시장 붕괴는 집단 감정 에너지의 붕괴 즉 공포라는 거대한 펜듈럼이 현실의 구조를 기괴하게 뒤틀어버렸다.
빌라왕 사태와 삭제된 선택지
빌라왕 사태는 시장에 나타난 들개였다. 트랜서핑에서 펜듈럼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 에너지를 먹고 거대하게 자라난다. 전세사기라는 범죄는 언론 보도와 정치권의 호통을 거치며 빌라는 전 재산을 날려 먹는 위험한 덫이라는 강력한 집단 슬라이드를 대중의 뇌리에 박아버렸다.
과거에는 아파트가 너무 비싸면 일단 빌라에서 시작한다는 훌륭한 대안이 있었다. 한데 이제 수요자들의 현실 지도에서 빌라라는 선택지 자체는 하얗게 지워져 버렸다. 계산기를 두드려보고 안 가는 게 아니다. 그냥 본능적으로 삭제해버린 것이다.
이것이 바로 트랜서핑이 말하는 전형적인 균형력의 반작용이다. 사회가 사기꾼을 멸하자며 특정 대상에 과도한 중요성을 부여하자 시장은 빌라 전체를 잠재적 범죄 소굴로 낙인찍는 폭력적인 방식으로 응답했다. 정직하게 집을 짓고 세를 놓던 선량한 임대인과 건축주들마저 하루아침에 예비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시장에서 쫓겨났다. 펜듈럼은 이토록 맹목적이다.
허리 끊어진 사다리와 폭발하는 수요
수요가 실종되니 공급이라는 톱니바퀴가 멈추는 건 당연지사다. 원래도 빌라 장사는 이윤이 박한 동네다. 여기에 지난 5년간 건설공사비지수가 27% 폭등했다. 공포 펜듈럼에 비용 상승 펜듈럼이 합세하니 빌라 공급은 그야말로 숨통이 끊어졌다.
여기서 진짜 비극이 시작된다. 한국의 주거 사다리는 고시원·원룸·빌라·아파트로 이어지는 절묘한 완충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사회 초년생들이 빌라라는 골목길을 거쳐 아파트로 가는 길목을 다졌건만 이 골목길이 폐쇄되니 모든 수요가 8차선 대로인 아파트 시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트랜서핑에서는 현실 선택지 축소라 부른다. 갈 곳이 하나밖에 없으면 모든 에너지는 그곳으로 쏠려 폭발한다. 최근 아파트 전·월세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이유는 아파트 말고는 선택할 현실선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빌라 공급 절벽은 빌라 업자들의 눈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주택시장 전체의 허리가 부러졌다는 경고음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그래서 내놓은 게 신축 매입 임대주택 제도다. 민간이 빌라를 지으면 정부가 사서 싼값에 임대를 주겠다는 아주 아름다운 계획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펜듈럼이 엇박자를 낸다. 트랜서핑에서 관료제나 정책 펜듈럼은 종종 차가운 현실보다 따뜻한 이상에 에너지를 쏟곤 한다. 공사비는 우주로 가고 있는데 정부가 매입하겠다고 제시하는 단가는 여전히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다. 손해 보고 집을 지어다 바칠 자선사업가가 시장에 어디 있겠는가. 결국 정책이라는 그럴싸한 메뉴판은 걸려있는데 주방에는 요리사가 없는 기막힌 상황이 연출된다.
결론적으로 지금의 빌라 공급 절벽은 세 가지 거대한 펜듈럼의 충돌 사고다. △전세사기라는 괴물이 만든 공포 펜듈럼 △27% 폭등한 비용 펜듈럼 △현실을 외면한 정책 펜듈럼이다.
이 꼬일 대로 꼬인 실타래를 푸는 해법은? 빌라라는 자산에 덧씌워진 위험 슬라이드를 벗겨내는 것이다. 사기를 막는 촘촘한 그물망은 치되 빌라는 정상적이고 훌륭한 주거 대안이라는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 동시에 공사비 현실을 반영한 제대로 된 혜택을 쥐여줘야 민간이 움직인다.
언제까지 잡혀간 들개 그림자만 보고 떨면서 막히는 8차선 대로에서 매연만 마시고 있을 텐가. 지름길은 죄가 없다. 다시 그 골목길을 안심하고 걸을 수 있게 가로등을 켜고 길을 닦는 것, 무너진 주거 사다리를 다시 세우는 유일한 방법이다.
☞트랜서핑= 대중의 집단 에너지가 현실에 미치는 파동역학적 영향을 분석하며 긍정적 에너지를 통해 원하는 현실을 선택할 수 있다는 심리 이론이다.
☞펜듈럼=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 에너지가 모여 만들어진 독립적인 구조체로 대중의 선택과 행동을 통제하려는 성질을 지닌다.
☞슬라이드= 특정한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 마음속에 굳어진 왜곡된 이미지나 고정관념으로 사람들의 현실 인식과 선택을 제한하는 틀을 뜻한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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