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스토킹 살해’ 피해자 직장 주변서 범행 준비 정황
이틀에 걸쳐 인근 왕래 CCTV 포착
전자발찌 경보 울렸다면 예방 가능
李 대통령 “관계당국 대응 더뎠다”

남양주시에서 40대 남성이 과거 교제하던 20대 여성을 스토킹 살해한 사건(3월16일자 7면 보도)과 관련해, 이 남성이 사건 며칠 전부터 여성의 직장 인근에서 범행을 준비한 정황이 드러났다.
스토킹 가해자가 접근하면 피해자에게 알림과 경찰 자동 통보가 이뤄지는 ‘전자발찌 부착 잠정조치’만 이뤄졌으면 사건 당일은 물론, 며칠 앞서 참극을 막았을 수 있었던 것이다.
16일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4일 남양주 오남읍 팔현리에서 과거 교제하던 여성을 살인한 40대 A씨는 렌터카를 탄 채 피해자 직장 근처에서 한동안 대기했다. 이후 직장에서 퇴근해 차량을 타고 길목을 내려오던 피해자 B씨를 발견하자 차량으로 길을 가로막은 뒤, 창문을 부수고 흉기를 휘둘러 피해자를 살해했다.
조사 결과, A씨가 범행을 위해 기다렸던 곳은 피해자의 직장 인근이자 살해된 장소에서 차량으로 3분 거리에 불과했다. 포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굽이진 마을길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2㎞ 이내 접근’ 경보를 알리는 전자장치 부착 잠정조치가 내려졌으면 A씨의 접근이 포착될 가능성이 컸다.
이 조치(잠정조치 3의2)를 통해 위치추적 전자발찌를 착용한 가해자가 피해자 반경 2㎞ 이내로 접근할 경우 피해자에게 알림(문자)이 가고, 경찰도 이를 인지해 신속한 대응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A씨는 게다가 범행 전날과 전전날 이틀에 걸쳐 피해자가 다니던 직장 주변을 왕래한 사실이 현장 CCTV 분석 결과 드러났다. 추가 조치가 있었다면 범행 당일뿐 아니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범행이 사전에 발각됐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A씨가 B씨의 직장 퇴근 외길 동선을 미리 알고 있었고, 시점 또한 알고 있었을 것을 가정해서 대기하고 범행했다”며 “어느 정도 대기했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피의자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토킹 신고뿐 아니라 B씨는 A씨가 자신의 차량에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했다는 신고를 두 차례(지난 1월28일, 2월21일)나 경찰에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은 1월 신고 한 달이 된 시점에서야 해당 전자장치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의뢰해 이에 대한 늑장 대응 비판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계성 범죄 특성상 예방 강화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위치추적 잠정조치가 시급했다고 지적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관은 “여러 차례 경찰 신고가 있었고 가해자에게 성범죄 전력까지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적용할 수 있었다. 수사기관이 여전히 ‘사건이 발생해야 개입한다’는 시각에 머물러 있어 막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관계당국의 대응이 더뎠고, 국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경찰청은 경기북부청 차원의 조사와 별개로 사건 전반에 대한 감찰 조사에 착수했고, 검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목은수·조수현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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