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하버마스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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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타계한 위르겐 하버마스(1929~2026)는 세계 지성계의 슈퍼스타였다.
하버마스는 비판이론 중심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막내둥이로서, 공론장(또는 공론 영역, 독일어로는 Oeffentlichkeit, 영어로는 Public Sphere) 이론으로 현대 민주주의 방향을 제시했다.
하버마스 말년, 즉 최근 10년간 공론장을 위협하는 많은 문제가 생겨났다.
하버마스 말년에 발생한 공론장 위기를 이제는 한국적 시각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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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타계한 위르겐 하버마스(1929~2026)는 세계 지성계의 슈퍼스타였다. 하버마스는 비판이론 중심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막내둥이로서, 공론장(또는 공론 영역, 독일어로는 Oeffentlichkeit, 영어로는 Public Sphere) 이론으로 현대 민주주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이성의 힘을 믿었다. 편견과 자본 논리에서 해방된 공론장에서 숙의를 거치면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으로 생각했다. 공론장이란 시민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의견을 교환해 공공 문제를 논의하는 공적 공간으로 정의된다. 하버마스는 근대 유럽의 살롱 대화에서 이 이론을 착안했다고 한다. 하버마스는 칸트의 영구평화론에 접목해 세계 평화에서 유엔의 역할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내 지성계는 하버마스와 그의 이론을 열심히 연구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은 누구나 하버마스를 인용하는 교수들의 강의를 한 번쯤 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과 하버마스의 고향 독일은 분단이라는 비슷한 경험을 했기에 한국과 더욱 친숙할지도 모른다. 하버마스 타계 이후 한국의 많은 철학자, 정치사회학자, 비평가들이 그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추모하는 것은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1996년 한 차례 방한했던 하버마스는 이후에도 방한을 생각했지만 건강 등 여러 문제 때문에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하버마스 말년, 즉 최근 10년간 공론장을 위협하는 많은 문제가 생겨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플랫폼 독점 체제로의 전환이 대표적 사례다. 플랫폼의 유통망 장악과 미디어 독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은 초기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는 평등한 공론장처럼 여겨졌지만 그렇지 않다. 독점 자본, 자극적 콘텐츠로 수익을 올리는 유튜버, 이를 이용하는 정치 세력의 결집 공간으로 변질됐다. 확증 편향된 지지층을 이용한 정치 세력이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방한 당시 국내 지성인들은 하버마스로부터 ‘대단한 유럽식 이론’을 기대했지만 하버마스는 의외였다. 그는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둘러본 뒤 “한국의 불교 전통 내에 배타성을 극복할 수 있는 성찰적 학습 능력과 윤리적 보편주의가 살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마스 말년에 발생한 공론장 위기를 이제는 한국적 시각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하버마스 이론을 열렬히 연구하고 추모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국적 상황에 맞는 한국적 이론과 대안 모색이 아닐까.
정옥재 서울정경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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