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비만 유병률 37.2%

국민 100명 중 37명꼴로 앓고 있는 병이 있다. 뭘까. 바로 '비만'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인의 비만 유병률은 37.2%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의 37.2%가 비만이라는 뜻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집계가 시작된 1998년 한국의 비만 유병률은 26%에 불과했다. 그러나 해마다 증가하기 시작해 24 년이 지난 2022년 37.2%를 기록해 현재까지 38%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10명당 4명 가까운 인구가 비만인 셈이다.
비만이 현대인의 재앙이자 '질병'으로 규정된 결정적인 계기는 1997년 세계보건기구(WHO) 특별회의였다. 이날 회원국들은 제네바 WHO 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비만을 '전 세계에 퍼지고 있는 유행병이자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고 공식 정의했다. 근거는 오랜 기간 축적된 각종 치료·임상 기록이었다. 당시 참석한 보건의학 전문가들은 '비만이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암 등 수많은 치명적 합병증의 근본 원인'이라고 견해를 같이하고, 비만이 WHO의 질병 분류 체계에 처음 등장한 1948년 이후 49년 만에 '만성 질환'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비만이 공식적으로 세계 의학계에서 질병으로 받아들여진 시기는 WHO 선포 16년이 지난 2013년이었다. 미국의학협회(AMA, American Medical Association)가 비만의 정의를 놓고 격론 끝에 '공식적인 질병(Disease)'으로 규정한 것이다. '단순히 생활 습관의 문제에서 초래되는 만성 질환이 아니라 생물학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병임을 인정한 것이다.
AMA의 이 같은 결정은 세계 보건의학계가 비만에 대한 시각을 획기적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비만 치료에 대한 선진국들의 건강보험 적용 논의가 시작됐고, 의학적 치료와 관련 신약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비만이 미국에서 질병으로 인정된 것과 달리 아직도 몇몇 선진국을 제외하곤 우리나라와 대부분의 국가가 비만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으로 보고 있다. 비만을 질병으로 공식 분류할 경우 건강보험 급여 적용 등 여러 난제들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공통으로 의학계는 비만 여부를 체질량지수(BMI)로 판단한다. 사람의 체중(kg) 숫자에 키(신장, m)의 제곱값을 나눈 결과로 표시하는데,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태평양 기준으로는 25 이상이면 비만이고, 서양에서는 30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한국인 기준으로는 키가 170cm일 경우 몸무게가 75kg 이상이면 1단계 비만에 해당된다. 미국 기준으로는 같은 키(170cm)에 87kg이 넘어야 비만인 것이다.
AMA가 비만을 질병으로 공식 인정하면서 가속화한 비만 치료제 개발은 성과가 일취월장해 최근 들어 마침내 실제 효능을 갖춘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위고비, 마운자로 등이 대표적인 것들인데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부작용이 있다. 바로 편리성의 패러독스(역설)다. 먹기만 하면 살을 뺄 수 있다는 편리성으로 사람이 자신의 신체 관리를 소홀히 해 근손실 부작용이나 복용 중단 후 요요 현상 등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비만 치료제가 병을 완치하진 못한다는 증거다. 명약이지만 이에 기대어 신체 활동을 소홀히 하는 인간의 게으름에는 되레 독약으로 변질할 수 있는 비만약. 그 사용에 앞서 두고 새겨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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