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향기] 오산천의 2월

박수봉 2026. 3. 1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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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의 마른 기침소리를 물고 흐르는
오산천의 하늘이 깊다

물의 관절이 꺾이면서 쏟아내는 물소리가
물을 나눠 쓰는 것들의
잠의 뿌리를 흔들고

다리 밑의 추위를 빠져나온 비둘기들은
일제히 날아올라
허공에 파닥이는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물가에 선 버드나무 풀어진 머리채로
바람의 냄새를 감고
점점이 물에 뿌려진 오리들이
물의 온도를 더듬는 사이
한 떼의 잉어가 강을 거슬러 오르고 있다

장미가든 "이젠 네가 꽃 필 차례" 문장 아래서
먹선으로 새긴 노인의 사랑
참새 떼가 소문을 물어 나르고 있다

죽은 듯 눈을 감고 있는 2월의 입김이
시나브로 발밑을 녹이는 오후

나는 흔들의자에 앉아 어둠을 품고
마른 시간을 살아낸 목련의
부풀어 오르는 심장 소리에 귀를 세우고 있다
 

박수봉 시인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상 '전태일 문학상', '중봉 조헌 문학상' 외 다수
시집 '편안한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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