墨香에 스며든 春香…응축된 삶의 생명력을 보라

최명진 기자 2026. 3. 1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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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달재, 삶을 품다’展…6월14일까지 전남도립미술관
고요 속의 움직임, 절제 속의 생명력, 전통 속의 새로움
신작 ‘돌’ 시리즈 등 삶·예술에 새겨진 新남종화 한자리
허달재 화백
화면 가득 피어난 매화 사이로 색점을 하나하나 찍어 쌓은 꽃잎들이 봄의 생동감을 전한다. 허달재 화백의 그림은 고요 속의 움직임, 절제 속의 생명력, 전통 속의 새로움이라는 역설적 조화로 오늘날 수묵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전통 수묵의 동시대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그 예술적 지평을 넓히는 작품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허달재 화백이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삶을 품다’를 주제로 전시를 선보인다.

남종화의 거장 의재 허백련의 손자이자 소치 허련의 후손인 허달재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삶과 예술에 남도 문인화의 맥이 이어졌다.

그는 1980년대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와 스토니브룩대학교에서 객원교수를 지냈고, 이후 프랑스 파리 피에르 가르뎅 미술관 초대전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여러 나라에서 전시를 열며 한국화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왔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해 온 그는 남도 문인화의 전통에 현대적 감각을 조화시킨 ‘신(新)남종화’라는 독자적 예술세계를 이뤘다.

사실적 묘사에 치중하는 북종화와 달리, 작가의 내면과 상징성을 중시하는 남종화의 정수를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한 것은 그의 그림만의 특징이다.
‘백매(白梅)’

‘백매(白梅)’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이때껏 작업해온 매화, 모란, 돌 시리즈 등을 소재별로 구성해 작품 세계를 보다 밀도 있게 소개한다.

‘매화’ 시리즈는 고요함 속 응축된 생명력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허달재 수묵 미학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만물을 순환시키는 자연의 근본이자 침묵 속 오랜 세월을 견뎌온 산수의 원형인 ‘돌’ 시리즈를 통해서는 관조를 통해 본 아득히 먼 선경(仙境)을 선사한다.

처음 공개되는 ‘섬’ 시리즈도 있다.
‘섬’

허달재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는 이 시리즈는 관물취상(觀物取象)의 태도로 자연을 재구성한 풍경이다. 자연을 사유와 정신의 원천으로 바라본 가운데, 마음으로 노니는 ‘와유(臥遊) 산수’의 경지를 구현한 것이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 관장은 “허달재 화백의 예술은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내재적인 생명을 자각하고, 표현하는 행위인 그의 삶 자체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며 “묵향 속에서 피어난 봄의 생동감과 거장의 깊은 철학을 느껴볼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시는 오는 18일부터 6월14일까지 진행되며, 개막식은 18일 오후 3시 예정이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4월 아티스트 토크가 준비돼 있다. 전시에 대한 이해를 심화하고, 작가의 작업 세계를 보다 깊이 공유하는 장을 마련한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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