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수출 실적·수익성 바닥…공장 돌릴수록 적자

조혜정 기자 2026. 3. 1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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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울산 석화업계, 지금이 ‘골든타임’]
(상) 불황 넘어 구조적 생존위기
중국 자급률 100%…특수 사라져
중동사태 발발 국제유가 고공행진
미포산단 수출 2024년 이후 최저점
수익성 악화 ‘역마진 구조’ 고착화
울산 석유화학 공단 전경. 울산매일 포토뱅크
대한민국이 '세계 5대 화학 강국'으로 도약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해온 울산 석유화학 업계가 공장 문을 연 이후 가장 혹독한 생존기를 쓰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중동의 설비증설로 인한 저가공세는 몇년째 여전하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장기화 우려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하며 석유화학 원가 부담마저 가중됐다.

작년엔 중국이 '기초유분 자급률 100%'을 달성, 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하면서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감이 더 커졌다. 과거 국내 석유화학 호황의 키워드인 '중국 특수'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16일 울산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들은 "울산 3대 주력 산업 중 석유화학은 자동차·조선과 달리 유일하게 회복 기미가 없다. 단순 불황을 넘어 구조적 생존 위기에 처해 있다"라며 "석유화학 불황이 'V'자로 반등하지 않고 'L'자형으로 장기화되면서 생존 위기감이 임계점까지 치닫고 있다"라고 한탄했다.

울산은 1967년 3월 국내 최초의 석유화학산업단지로 지정돼 △전국 화학산업 총 생산액의 30% 이상 △연간 석유화학 생산액 전국 1위를 담당하며 국가 비전인 '세계 5대 화학 강국' 실현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울산 내에서도 제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지역 수출액의 1·2순위를 다투는 업종이 바로 석유화학인데, 최근 몇년 새 '유일하게 회복 기미가 없는 주력 산업' 신세로 전락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석유화학 업종이 밀집한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의 최근 수출 실적은 업계의 '혹독한 경영위기'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실제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발표한 <국가산업단지 분기별 산업동향> 자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울산미포국가산단 내 석유화학 업종의 수출액은 41만4,8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공단이 분기별 통계를 발표한 2024년 2분기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으로 기록됐다. 울산미포산단의 입주기업은 작년 4분기 기준 252개사, 가동 기업은 177개사다.

분기별 수출 실적은 2024년의 경우 △2분기 64만1,800만 달러 △3분기 55만700만 달러 △4분기 48만1,300만 달러로 갈수록 줄었다. 이어 2025년들어서도 △1분기 45만3,100만 달러 △2분기 45만1,100만 달러 △3분기 50만8,800만 달러 △4분기 41만4,800만 달러로 작년 3분기에 잠시 반등한 것을 제외하곤 계속 줄어 4분기엔 최저점을 찍었다.

울산 석유화학공단 전경
수출 실적 뿐 아니라 수익성 지표도 바닥이다. 석유화학 기업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의 경우 지난 2022년 이후 4년째 손익분기점에 미달된 채 수익성 악화로 치닫고 있다. 에틸렌 제품에서 원료인 나프타 가격을 뺀 값이 바로 에틸렌 스프레드인데, 통상 t당 300달러이면 손익분기점 기준이다.

공장을 돌리면 돌릴수록 적자가 쌓이는 '역마진' 구조도 고착화하고 있다. 고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원료인 나프타 값은 비싼 반면, 제품 가격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폭락한 탓에 많이 팔수록 적자를 면하기 힘든 구조다.

'울산 NCC(나프타 분해설비) 가동률'은 손익분기점(80%)에 못미치는 70%대 이하로 낮추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고정비 부담은 여전해 적자 폭을 줄이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중국발 공급과잉의 역습이라는 시장 구조의 변화도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중국은 과거 한국 석유화학의 호황을 이끌어준 최대 고객이었다. 하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자급률 100%'를 달성하며 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의 경쟁력을 갖췄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지원 속에 글로벌 시장에 저가물량을 쏟아내고 있어 가격 경쟁력을 잃은 울산지역 수출 기업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형국이다.

산업연구원 등 전문가그룹은 "중국의 설비 증설이 2026년 이후에도 계속될 예정이어서 공급과잉 문제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면서 "현재의 위기는 과거와 같은 일시적 사이클상의 저점이 아니라, 산업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뒤집어지는 구조적 위기"라고 진단했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