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우리미술관 개관 특별전Ⅱ ‘괭이부리말 사진전’

박경호 2026. 3. 16. 18:1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굴곡진 인천역사 세월의 결을 읽다

19일부터 내달 30일까지 2전시관서
지역·방향성 한눈에 보여주는 기획
권순학 슬레이트 지붕 피사체 눈길
서은미 대야에 담긴 달래 감성 자극

권순학 作 Layer of Moments, 2026, Giclee print, 160×120㎝.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 동구 옛 김치공장을 리모델링해 공간을 확장·이전한 우리미술관의 개관 특별 전시 ‘괭이부리말 사진전’은 미술관이 그동안 지향해 온 ‘지역성’과 앞으로 추구할 방향성을 동시에, 그리고 간결하게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오는 19일부터 내달 30일까지 기존 우리미술관 2전시관에서 개최된다. 우리미술관이 위치한 괭이부리마을과 그 일대를 사진에 담아 온 권순학, 김성환, 류재형, 서은미, 안우동, 유동현, 유동훈, 임기성 작가가 전시에 참여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최근 새로이 작업한 권순학 작가의 ‘Layer of Moments’(2026)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괭이부리마을의 한 주택 지붕을 다초점으로 화면 가득 담았다. 구도심의 낡은 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슬레이트 지붕을 피사체로 가장자리부터 작가와 가장 가까운 부분까지 수십 장을 촬영해 중첩한 이미지다. 뚜렷하게 보이는 지붕의 겹이 마을에 쌓여 온 시간의 겹으로도 보인다. 지붕 위로 손톱만큼 보이는 풍경이 이 이미지가 오래된 지붕임을 알린다.

서은미 作 전(前), 2020, Archival Pigment Print, 80×60㎝.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서은미 작가의 ‘前’(2020) 또한 작가가 코앞에서 마주한 장면을 통해 괭이부리마을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동네 할머니가 ‘고무다라이’라 불리는 대야에 물을 채워 달래 묶음을 담가 놓은 모습을 근접 촬영했다. 그냥 먹으려던 달래가 아니었다고 한다. 사진 속 달래를 자세히 보면 씨가 붙어있다. 씨를 빼서 다시 심으려고 물에 담갔던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대야 속 물에는 동네 모습도 살짝 비친다. 서은미 작가는 “집 앞, 음식을 만들기 전, 동네 모습이 바뀌기 전 등 중의적 의미로 제목을 지었다”고 말했다.

권순학 작가는 전시 기획에도 참여했다. 전시는 류재형 작가의 2009년 당시 괭이부리마을 일대 전경과 옛 풍경을 비교하는 것에서 출발해 마을 풍경과 아이들 모습을 함께 담은 유동훈 작가의 작품들(1997), 집집이 화장실이 없던 시절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한 수세식 공중화장실 터를 위트 있게 찍은 유동현 작가의 ‘이웃흔적’(2022) 등은 아카이브 역할을 한다.

마을의 밤 풍경을 담은 임기성 작가의 작품들(1997), 안우동 작가의 신작 ‘#37º29′06.6N 126º37′26.9E’(2026) 등으로 이어지는 모노톤의 사진들은 구도심 풍경으로 예술성을 부각했다. 김성환 작가가 2011년에 담은 연작 ‘괭이부리2011’ 또한 과거와 현재 사이 어딘가에 있었을 풍경들이다.

이번 전시는 우리미술관이 개관을 기념해 마련한 두 번째 전시다. 미술관의 새로운 1전시관에서는 오는 19일부터 7월30일까지 ‘우리미술관 소장품전’을 진행한다. 두 전시에 이원규 소설가가 서문을 부쳤다.

이원규 소설가는 “인천은 개항, 이주, 산업, 분단으로 이어진 100년의 역사를 엮으며 역동적으로 성장한 도시이고 만석동은 그 대표적인 곳”이라며 “미두 1만 석을 실어오는 포구였다가, 일제강점기 공장지대로 바뀌면서 착취당한 노동자들의 땀이 고인 곳”이라고 했다. 이어 “만석포구 앞 갯골을 타고 조수가 100년을 흘렀듯이 역사는 다시 또 100년을 흐를 것”이라며 “이곳은 고독한 예술가들이 작가정신을 불태운 결실을 감상하는 미술관으로 살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