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에 LNG 비중 낮춰…“에너지믹스 재설계” 목소리도
LNG 수입량 절반은 발전에 사용
공기업 재무관리·물가 완화 기대
“태양광 발전량 급감 등 대비 위해
脫석탄 이후에도 설비 보존 필요”

정부가 전력 발전원에서 석탄과 원전의 비중을 높인 것은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전체 LNG 수입량 약 4672만 톤의 49%에 해당하는 2289만 톤이 발전용으로 쓰일 정도로 전력의 LNG 의존이 높기 때문이다. 호르무즈해협 폐쇄의 영향을 받는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LNG가 약 721만 톤(15.5%)인 만큼 발전용 수요만 줄여도 수급 불안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글로벌 LNG 가격이 공기업 재무 구조와 소비자물가에 가하는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중동 사태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간사를 맡고 있는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정부와 여당이 함께한 대책 회의를 마친 뒤 “지금은 LNG 수급 선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석탄과 원전 발전량을 늘리고 LNG 발전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2018년부터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봄철에는 석탄발전을 줄이고 LNG를 적극 활용해왔다. 석탄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미세먼지는 거의 배출하지 않는 장점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 역시 18개월에 한 번씩 받아야 하는 계획예방정비를 최대한 봄·가을에 배치해 이용률을 낮추는 것이 관행이었다. 봄·가을철 전력 수요가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다.
이렇다 보니 LNG 발전소는 봄·가을철이면 기저전원인 석탄·원자력 발전보다 발전량 비중이 더 높아지고는 했다. 실제 이날 태양광발전소가 본격 가동되기 전인 아침 6시 기준 LNG 발전소는 19.9GW(기가와트)의 설비를 가동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 총수요 56.6GW의 35.2%에 달하는 규모다. 같은 시간 석탄(17.2GW)과 원자력 발전소(17.4GW)보다 LNG 발전이 전력 수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았던 셈이다.
문제는 LNG 가격이 지정학적 위기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당장 4년 전만 해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글로벌 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력 생산 비용이 가중된 바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당시 누적한 영업적자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당정은 발전용부터 LNG 사용을 줄이기로 결정했다. 석탄발전소에 31일까지 적용될 예정이던 이용률 80% 상한은 이날부로 폐지한다. 석탄발전소 이용률 상한을 중간에 해제하는 것은 2018년 해당 제도가 시범 도입된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실제 석탄발전소 이용률은 1월 기준 55%대에 불과해 LNG 발전소를 대체할 역량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석탄발전소는 켜고 끄는 데 오래 걸리지만 이용률 조정은 LNG 발전소 못지않게 쉬운 편”이라며 “유연성 대응 자원으로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탄을 한 번 데우는 데는 시간이 걸려도 일단 불이 붙으면 불 조절은 쉽다는 의미다.
원전은 진행 중인 계획예방정비를 서둘러 마무리하는 식으로 이용률을 높인다. 안 의원은 “현재 6기의 원전을 수리 중인데 3월 2기, 5월 4기 총 6기 원전 발전소 정비를 조기에 달성해 원전 이용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한 화석연료 가격 급등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탈석탄을 추진하더라도 설비 자체는 예비적 성격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탈탄소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면서도 “다만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석탄발전소 가동을 멈추더라도 해체하지 않고 설비를 보존하는 ‘콜드리저브’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상당수 가동을 정지하고도 해체는 하지 않았다가 최근 다시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운호 민간발전협회 부회장도 “유럽 국가들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나 둥켈플라우테 사태 당시 남겨둔 석탄발전소 설비를 활용해 위기를 넘긴 바 있다”며 “아직 감가상각 기간도 다하지 않은 발전소를 폐쇄하기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둥켈플라우테는 일조량과 바람이 동시에 줄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감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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