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톡신 기술 해제 로비’ 논란…항소심·산업부 결정 변수로
[이데일리 송영두 기자] 메디톡스(086900)와 대웅제약(069620) 간 보툴리눔 톡신 균주·제조공정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추진 과정에서 제기된 대웅제약 로비 의혹이 파장을 키우고 있다. 이번 논란이 향후 항소심 재판과 정부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유지 여부 판단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익위 통해 사실상 해제 시도…소송 영향까지 노렸나
지난 15일 보도된 이데일리 기사 '유철환 시절 '대웅제약 민원 셀프접수'…권익위 국장 직위해제'에 따르면 유철환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됐다. 이는 국무조정실 조사와 권익위 감사 결과 대웅제약이 2023년 9월 권익위에 보툴리눔 톡신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민원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특정 기업과의 유착 정황이 있었다는 판단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유 전 위원장 재임 시절 권익위 내부에서는 해당 민원에 대해 각하 의견이 모아졌지만 이후 민원이 수차례 셀프 접수 방식으로 다시 접수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에 유리한 시정 권고나 제도 개선을 도출하기 위한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위원장뿐 아니라 권익위 A국장도 최근 직위 해제라는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조정실 조사와 권익위 감사 결과가 공개되면서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특정 기업과 정부 기관 간 유착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 로비가 정부 기관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여부는 현재 제약바이오 업계의 핵심 관심사다. 지정 해제 여부에 따라 기업 간 이해관계가 크게 갈리는 데다,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와 보툴리눔 톡신 균주 도용을 둘러싼 민·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사안의 민감도도 높다.
정부는 2010년 보툴리눔 톡신 생산공정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정부는 2016년 균주까지 국가핵심기술 지정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기술 수출이나 외국인 투자, 해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산업통상부(이하 산업부) 승인 또는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보툴리눔 톡신업계에서는 만약 보툴리눔 톡신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서 해제될 경우 진행 중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인 독점적 영업비밀 여부와 기술 보호 가치에 대한 판단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해당 기술이 국가 산업 경쟁력과 안보 측면에서 보호 가치가 높다는 정책적 판단을 의미한다. 반대로 지정이 해제될 경우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이 낮아졌다는 해석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 경우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기술 보호 필요성이 과도하게 평가됐다는 논리를 제기하거나 해당 기술이 일반 산업 기술 수준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익위 사태 후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신중론 전망도
권익위 권고가 산업부가 결정하는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지목된다. 권익위의 시정 권고나 제도 개선 권고가 있을 경우 산업부 정책 판단 과정에서 참고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일부 언론 등은 원점 재검토, 해제론 급부상 등의 표현으로 산업부의 해제 결정 전망에 힘을 실은 바 있다. 다만 권익위 관련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오히려 산업부가 정책 판단 과정에서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 지정 변경이나 해제 여부는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제11조와 제12조에 규정된 절차와 기준에 따라 검토되는 사안”이라며 “기술 진보나 산업 환경 변화 등 법정 요건을 중심으로 판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제12조는 국가핵심기술 지정 변경 또는 해제 사유로 기술 진보, 산업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해당 기술의 보호 필요성이 감소한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상황만으로는 이러한 법정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산업부 판단이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약·바이오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그동안 대웅제약과 마찬가지로 수출 절차 부담 등을 이유로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기해 왔다. 협회 측은 이번 권익위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면서도 “보툴리눔 균주의 경우 이미 전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고 범용화돼 국가적 보호가 절실히 필요하지 않다. 이러한 보호 정책이 오히려 국내 기업의 해외 경쟁력을 저해한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핵심기술 지정에서 해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메디톡스와 휴젤(145020) 등 주요 기업들은 기술 보호와 산업 보안 측면에서 지정 유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제약·바이오협회 등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 제기하는 해제론의 근거가 논리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다.
톡신 업계 관계자는 “보툴리눔 톡신은 균주와 제조 공정이 결합된 복합 기술로 공정 기술 보호가 필요하다”며 “국가핵심기술 지정이 유지돼야 산업기술보호법 적용과 수사기관 협조 체계가 가능해 가품 유통 등 문제 대응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 제기하는 수출 규제 논리는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절차 개선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기술 해제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술 보호와 규제 제도가 산업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과 달리 국내 톡신 기업들의 실적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메디톡스와 휴젤 매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대웅제약 톡신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보툴리눔 톡신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절차 간소화 관련해서는 정부에서 수출 활성화를 위해 심사기간 단축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따라서 핵심기술 해제만이 유일한 정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 1위 톡신 기업인 애브비(옛 앨러간) 전략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애브비는 공정 핵심 내용은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하며 제조 공정 기밀성 유지와 적응증 확장을 병행해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즉 특허 만료나 자연계 존재만으로 국가핵심기술 해제를 논하는 것은 기술 특성과 위험성을 간과한 주장이라는 게 보툼리눔 톡신업계의 설명이다.
해외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관리가 매우 엄격하게 이뤄진다. 스웨덴 등 유럽의 경우 톡신은 위험물질 중 가장 높은 등급으로 분류되고 유럽 외 국가간 이동시에는 정부 기관의 엄격한 검증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에서는 균주 도용 논란이 불거질 정도로 관리 체계가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툴리눔 톡신 업계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통한 보호 관리로 국내 뷰티산업의 위상을 해치는 기술 유출, 불법 의약품 유통 등을 차단함으로써 소비자 안전은 물론 산업 경쟁력과 신뢰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보툴리눔 톡신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 여부는 앞서 다수 언론보도를 통해 산업부가 이달 중순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산업부는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산업부가 특정 시점을 정해 결정한다고 밝힌 적은 없다”며 “현재 절차는 초기 단계가 진행하고 있으며 결정 시점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안은 지난해 12월 수요조사 공고 이후 전문위원회 검토 등을 거쳐 심의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톡스 측은 이번 권익위 로비 의혹 사태와 대웅제약과의 소송 관련 입장에 대해 "해당 사안은 현재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특별한 입장을 드리기 어렵다"면서 "메디톡스는 기술 보호와 공정한 경쟁 환경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관련 사안 역시 법과 절차에 따라 판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데일리는 권익위 사태와 관련해 대웅제약 측에 공식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송영두 (songzio@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모즈타바, 러시아 극비 이송…푸틴 제안으로 현지서 수술”
- 코스피 하단 최악은 '0000'…증권가 "역사적 저평가" 한 목소리
- ‘17년간 96건’ 함양 산불 용의자, 방화범 ‘불다람쥐’였다
- "주식 판 돈으로 뭐하겠냐"...'다주택자' 황현희, 버티는 이유?
- 아들 결혼 앞두고 ‘10억’ 당첨…“새 며느리가 복덩이”
- "삼성전자, 지금이라도 사라"...특별배당 9650원 파격 전망도
- 美 ‘호르무즈 연합체’ 압박에 실익 계산 복잡해진 李 정부
- "이란戰, 관세보다 충격 심각"…공급망 붕괴로 韓·中 등에 한파 닥칠 것"
- 주담대 이자 7% 눈앞, 영끌족 어쩌나…커지는 대출금리 공포
- 이보다 더 참혹할 순 없다...'안양토막살인' 정성현[그해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