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seas Trip] 멕시코 여행① 열정을 거침없이 사랑하라 ... 강렬한 태양을 닮은 도시, 과달라하라

한 달 전, 과달라하라를 여행할 때만 해도 도시의 규모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비교적 덜 알려진 숨은 관광도시에 불과했는데, 최근 보도되는 멕시코 관련 뉴스에는 ‘과달라하라’가 헤드라인을 장식 중이다. 마약 단속에 따른 멕시코 정부의 군사 작전, 그 결과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JNG)’ 조직의 수장이 사살되었다는 소식이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자신의 수장을 죽인 정부에 강력 항의하는 갱단들의 소요 사태가 할리스코주의 주도인 과달라하라를 넘어 멕시코 전역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에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해군 함정 투입, 군 추가 투입 등 특단의 조치를 내세워 “시민의 안전을 반드시 보장하겠다”고 선언하며 일상으로의 복귀를 추진하고 나섰다.
시민의 안전 보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셰인바움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자신의 의지를 전 세계에 강력히 피력한 데에는 과달라하라가 오는 6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 16개 개최도시 중 한 곳이라는 사실이 있다.

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던 시민들의 일상 풍경, 곁에서 보는 것만으로 설렘이 느껴지는 사람들의 환한 얼굴과 그 표정이 과달라하라 여행을 기억하는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과달라하라의 현주소는 긍정보단 부정적인 면에 가까운 형국이지만, 과달라하라를 여행한 내 기억 장치는 이에 반기를 든다.

멕시코 여행은 생에 처음이었다. 넓디 넓은 태평양을 건너 머나먼 멕시코 땅에 발을 들인 뒤 과달라하라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도심으로 이동하는 동안 난데없이 로맨틱 드라마가 펼쳐졌다. 앞 좌석에 앉은 커플의 진한 스킨십은 한두 번에 끝나지 않았고, 더 놀라운 건 주변 현지인들은 이들을 신경조차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과연 열정의 나라, 멕시코답다. 사랑만큼은 열정적으로 하는 멕시코 사람들.
커플은 외관상 중년을 넘긴 나이쯤으로 보였는데, 만약 한국의 공항 리무진버스 안에서 중년 커플이 이런 드라마를 찍고 있다면 열정이 아니라 교육을 못 받은 사람 취급을 받을 게 뻔하다. 뉴스에 소개되는 건 당연지사고. 이들의 로맨틱 드라마는 나로선 수요 없는 공급과도 같았는데, 어쨌든 이들 커플로 하여금 낯선 여행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광활한 아가베 밭이 펼쳐져 있는 테킬라 마을과 멕시코의 민속음악인 마리아치는 할리스코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멕시코 전역으로 뻗어 나가 꽃을 피웠다. 매력적인 광장, 화려한 성당, 웅장한 신고전주의 건축물로 둘러싸인 도심의 거리는 과달라하라 여행의 골자를 이룬다.

한국인에게 ‘열정’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루려는 노력과 의지에 가까운 단어라면, 이곳 사람들에게 ‘열정’은 ‘사랑’의 동의어처럼 보인다. 타인의 시선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멕시코 사람들의 정신과 사고, 그것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여행의 이유가 분명해지는 기분이다. 연령에 상관없이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는 멕시코 사람들은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영 적응이 쉽지 않다. 아무래도 시차 적응보다 ‘이 적응’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화산토에서 자라난 오리지널 테킬라의 맛과 향

과달라하라 도심에서 차로 2시간가량 소요되는, 거리상 당일치기 여행으로 계획하기 딱 좋은 코스다. 현지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테킬라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지만, 타인들에게 방해받지 않은 채 홀로 유유히 마을을 둘러볼 계획으로 시외버스를 이용해 테킬라 마을로 향했다.

마야 문명 전부터 원주민의 음식과 치료제로 널리 사용된 아가베는 오늘날 주로 시럽과 테킬라의 원료로 쓰인다. 특히 인공 감미료나 설탕 대신 요리에 첨가하는 아가베 시럽은 최근 들어 건강한 천연당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며 인기를 얻는 추세다. 흔히 아가베로 만든 멕시코 증류주를 테킬라라고 칭하는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메스칼과 테킬라의 관계성이다. 일단 ‘메스칼’은 아가베를 사용해 멕시코 전역에서 생산되는 증류주를 일컫는 명칭이다. 전체 생산량을 감안하면 메스칼의 70% 이상이 테킬라 마을이 위치한 할리스코주가 아닌 멕시코 남부도시인 오아하카주에서 만들어진다.

테킬라가 가진 유려한 명성에 비해 테킬라 지역 규모는 작은 시골마을에 지나지 않는다. 천천히 산책하며 둘러보기 알맞은 구조다. 이곳 마을에서 유명한 증류소 중 하나인 1873년 설립된 ‘카사 사우자’를 비롯해 멕시코산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최초의 테킬라라는 명성이 붙은 ‘마에스트로 브랜드 증류소’ 등지에서 진행되는 테킬라 증류소 투어는 사전 예약이 필수일 정도로 인기가 높은 편이다.

멕시코 사람들은 이 테킬라의 맛을 ‘순수한 술의 맛’이라 표현한다고 하는데, 그 맛을 음미하다 보면 그들의 말에 동감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것이 전혀 섞이지 않은, 욕심을 내려놓은 것 같은 맛과 향, 그렇게 순수 테킬라를 그리고 테킬라 마을을 기억에 담았다.
물 부족 위기를 통해 바라본 도시의 낯빛

처음에는 숙소가 배낭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저렴한 숙박시설이라는 점 때문일까 의심했으나 숙소 주인은 과달라하라에서 5성급 호텔이라고 해도 물줄기의 세기는 별반 차이가 없을 거라며 확신에 차서 말을 했다. 그 사실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길이 없으니 그냥 주인의 말에 수긍하고 말았는데, 타코 식당에서 미국인 여행자와 합석을 하게 되면서 뜬금없이 이 도시의 물 부족에 관한 대화를 나누게 된 것이다.

과달라하라의 물 부족 위기는 수 년째 이어져온 심각한 도시 문제 중 하나다. 급속한 도시화, 지하수 과다 개발, 여기에 도시 물의 약 60%를 공급하는 차팔라 호수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인해 심각한 물 위기에 직면해 있다. 또한 노후화된 송수관과 부적절한 처리 시설로 인해 상당한 물 손실과 수질 악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물 부족 위기를 가속화하는 배경이다.

‘월드컵 개최도시’라는 과달라하라가 가진 새로운 기대와 설렘,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행지로서 다소 미흡한 얼굴을 내보인다. 화려하게 단장된 도심 대광장을 벗어나 고작 한 블록 지났을 뿐인데 거리의 풍경은 노숙인이 판을 치는 분위기로 채워져 있다. 그리곤 또 한번 한 블록을 건너면 다시금 멋들어진 상점과 식당 등이 들어선 활기찬 거리가 나타난다.

※멕시코 여행 두 번째 이야기가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글과 사진 추효정(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1호(26.03.1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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