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전쟁 장기화할 것…전략 폭격으로 굴복시킨 예 없어”

박민희 기자 2026. 3. 1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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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안보전략연구원 ‘글로벌 동맹질서와 한미동맹 미래’ 토론회
16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공항이 드론 공격을 받은 뒤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두바이/AFP 연합뉴스

미국-이란 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미국의 동맹들의 방기와 연루 우려가 커지고 한미동맹에도 연쇄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방기 연루는 동맹국 관계에서 ‘동맹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버려질 위험’(방기)과 ‘동맹국의 전쟁에 원치않게 끌려들어갈 위험’(연루)을 뜻한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16일 서울 언론센터에서 개최한 ‘글로벌 동맹질서의 변화와 한미동맹의 미래’ 토론회에서 이동선 고려대 교수는 “중동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 이유로 “미국과 이스라엘 군사력의 한계”를 꼽았다. 이 교수는 “군사력이 강하다고 다 이기는 것이 아니고 전략이 있어야 승리할 수 있는데 미국의 전략에 문제가 있다”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하고 있는 전략 폭격으로 다른 나라를 굴복시킨 예는 역사상 단 한건도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굴복시키지 못하고, 이란은 재침공을 막기 위해 계속 물고 늘어지면서, 석유·가스 가격이 계속 높아지는” 암울한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런 상황이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큰 영향을 미치면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한미동맹 등에 연쇄 반응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은 서로 영향을 미친다. 우크라이나에 갈 무기들이 중동으로 가고 러시아는 유가 인상으로 상황이 유리해지고 있고, 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협조할 동력이 줄기 때문에 미국, 이스라엘의 승산도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나아가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러시아에 이어 중동에서도 밀리는 것을 보면서 ‘미국과의 동맹이 자산인가, 부채인가’라는 의문이 점점 커질 것”이고, “우크라이나가 패배하면 ‘나토 동맹을 믿어도 되느냐’는 우려가 커지면서 나토가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이 교수는 전망했다. 또, 미국이 중동 등에서 빠져나와 인도·태평양에 집중해 중국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아시아 회귀’는 더욱 멀어지고 이는 한미동맹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섭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미동맹이 “북한 억제에서 북한과 중국 동시 억제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에 대해 △미국이 전략적으로 후퇴해 서반구와 국내 산업 회복에 집중하고 중국과의 군사적 충돌보다는 경제적 우위를 둘러싼 장기 경쟁에 초점을 맞출 것 △미국 패권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베네수엘라, 이란 전쟁, 그린란드 합병 등을 벌이고 적극적으로 군비 증강에 나설 것이라는 해석 △트럼프는 대전략이 없고 내부 여러 분파들이 충돌하면서 미국의 국익을 해치는 자해적 폭주라는 엇갈린 해석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한미동맹 현대화를 둘러싸고도 트럼프 정부 내부에 △중국 견제에 집중해 주한미군도 감축할 수 있다는 ‘중국 최우선 진영의 동맹 조정론’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하는 한미동맹 확장론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도록 주한미군도 대폭 감축하고, 주일미군 병력도 동쪽으로 분산 배치해야 한다는 ‘전략적 후퇴 진영의 동맹 축소론’이 경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한미동맹은 북한 억제에서 북한과 중국 동시 억제로 변화하고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미국이 한반도 안보의 주된 책임을 한국군에 위임하는 한편 주한미군의 임무와 성격을 북한 억제 중심에서 중국, 북한 동시 억제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미중 전략경쟁의 향배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으나, 한국으로서는 단기적으로 세력균형에 기반한 미중 전략경쟁 시나리오(동맹 조정, 확장)를 중심에 두면서 중장기적으로 미중 협조 체제의 가능성과 동맹 축소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한국으로서는 동맹 결속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존을 줄이고 자율성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균형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의 자율성 강화는 동맹 대체가 아니라 동맹 지속의 조건”이라면서 “한국의 능력과 기여가 증대될 수록 미국의 부담은 감소하고, 미국의 대중 견제 요구와 관련해서도 한국이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되면서 동맹 지속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 주한미군이 조정되더라도 숫자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하기보다는 한국군 자강의 기회로 활용해야 하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통한 “한반도 방위의 한국화”의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로 열린 ‘글로벌 동맹질서의 변화와 한미 동맹의 미래’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박민희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호송연합군에 한국의 파병을 요구하는 데 대한 조언도 나왔다. 이란과 3차례 협상 경험이 있는 최종건 연세대 교수(전 외교부 1차관)는 “일단 관망해야 하고, 서둘러서는 안 된다”면서 “파병은 트럼프 대통령의 에스엔에스만 보지 말고 미국의 공식적 요청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자폭 드론이 날아다니는 전장 환경의 변화에서 우리 병사들의 안전이 담보될 수 있는지, 우리가 파병하면 (호르무즈해협에서 발이 묶인 유조선 등 우리 배) 26척의 배가 움직일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면서 “이란, 이스라엘과도 물밑에서 협상을 하면서 외교적 크레딧을 비축하고, 유럽 국가들, 나토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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