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일 만에 또 다른 ‘뚜안’이 숨졌다…“얼마나 더 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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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한국에 온 뚜안에게는 2년 반 만의 고국 방문이었다.
뚜안을 떠나보내고, 또 다른 뚜안을 잃기까지 한국은 변하지 않았다.
뚜안 유족을 돕고 있는 이용덕 소금꽃나무 활동가는 "현장에는 대신 착취와 탐욕만 존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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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시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장례식장 국화 7호실은 적막했다. 베트남 출신 뚜안(23)은 영정 속에서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부모와 다섯 동생을 부양하던 그는 지난 10일 새벽 2시40분께 이천시 호법면 자갈 가공 업체에서 끼임 사고로 숨졌다. 부검에서는 ‘다발성 손상’이라는 구두 소견이 나왔다. 신체나 장기 여러 곳이 손상됐다는 뜻이다.
“항상 웃고,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16일 빈소에서 만난 비엣(가명·34)이 말했다. 어릴 적부터 친했던 뚜안과 비엣은 지난달 15일 함께 고향에 갔다. 2023년 8월 한국에 온 뚜안에게는 2년 반 만의 고국 방문이었다. 가족을 다시 볼 날을 기약하며 3월1일 한국에 돌아왔다. 하지만 재회의 약속은 9일 만에 컨베이어벨트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맏아들 죽음에 가족은 충격에 빠졌다. 아들 주검조차 바로 만날 수 없는 부모는 집에 빈소를 차렸다. 한국에도 빈소를 차려달라고 요청했다. “아들이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뚜안 집에는 사고 소식이 전해진 뒤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 베트남에 다녀온 이들이 찍은 사진에서 아버지는 아들 사진이 담긴 영정을 두 손으로 감쌌다. 어머니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앳된 동생들 얼굴이 눈에 띄었다.

사고 133일 전에도 한국에선 또 다른 뚜안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0월28일 저녁 6시40분께 대구 성서공단에서 일하던 뚜안(25)은 법무부 단속을 피해 3층 에어컨 실외기에 숨었다가 추락했다. 친구에게 “무섭다”는 메시지를 남긴 뒤였다. 그는 같은 해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구직비자(D-10)를 받아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전공을 살리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대학원 진학을 계획했다. 준비 과정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취업이 금지된 제조업체에서 일했다. 일을 시작한 지 2주가 채 되지 않아 단속이 들이닥쳤다.
두 뚜안은 한국어 이름 표기가 같다. 다만 베트남어로는 서로 다른 이름이다. 이름은 달라도, 두 뚜안의 죽음은 이주노동자가 내몰리는 전형적 죽음이라는 점에서 다시 닮았다. 베트남에서 이들은 서로 다른 꿈을 꾸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선 대학 혹은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일 뿐이었다는 점에서 같았다. 한 뚜안은 기형적 비자 제도와 토끼몰이식 단속에 내몰렸다. 다른 뚜안은 위험을 이주민에게 떠맡긴 일터에 던져졌다.

뚜안을 떠나보내고, 또 다른 뚜안을 잃기까지 한국은 변하지 않았다. 뚜안은 새벽 작업 때 컨베이어벨트 점검 지시를 받아 기계를 확인하던 중 숨졌다. ‘2인1조’는 지켜지지 않았다. 점검 중에도 기계는 돌아갔다. 이주노동 단체는 현장에 비상 스위치, 자동 정지 장치, 덮개, 베트남어 안내문도 없었다고 했다. 뚜안 유족을 돕고 있는 이용덕 소금꽃나무 활동가는 “현장에는 대신 착취와 탐욕만 존재했다”고 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뚜안의 영웅은 박항서 감독이었다. 그는 영웅의 나라에서 일해 번 돈으로 가정을 꾸리는 꿈을 꿨다. 하지만 ‘코리안 드림’은 비극으로 끝났다. 2월24일부터 3월13일까지 6명의 꿈이 그렇게 무너졌다. 37살 베트남 노동자는 가스에 노출됐다. 35살 캄보디아 노동자는 선박 블록에 깔렸다. 24살 타이 노동자는 기계에 목이 끼였다. 50대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는 지게차에 치였다. 30대 미얀마 노동자는 돌연사했다. 그리고, 뚜안이 있었다.
뚜안 유족을 지원하는 시민단체들은 17일 오후 1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사고 경위 파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글·사진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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