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개정상법 전초전’…재계, 경영권 방어 ‘기선잡기’

여헌우 yes@ekn.kr 2026. 3. 1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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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현대모비스, 18일 삼성전자 등 2주간 집중
3%룰·감사위원 분리선출 소액주주 입김 강화에
기업들 안전장치 정관 반영 ‘경영권 방어막’ 구축
이사 임기↑, 인원수↓…소액주주측 대응 관심
▲출처=챗GPT.

국내 주요 기업들이 '주총 시즌'을 맞아 정관 변경 등을 통해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선다.

'3% 룰',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소액주주들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들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차원이다.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거나 행동주의펀드의 타깃이 된 기업들의 주총장 분위기에도 재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주총 앞두고 기업들 개정상법 대비 '안전장치' 마련

재계와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17일 현대모비스를 기점으로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주총 시즌'이 시작된다. 18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 계열사들, 19일 한화오션, 20일 기아와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23일 LG전자, 25일 SK하이닉스, 26일 현대자동차 등 다음주까지 총회가 집중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기업들 입장에서 올해 주총 키워드는 단연 '상법 개정'이다.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은 주요 법안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대부분 대주주 등 총수 일가의 힘은 빼고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는 키워주는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3% 룰'이 오는 7월23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법이다. 이로 인해 총수 일가 등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감사를 마음대로 뽑기 어려워졌다.

9월10일부터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규정도 도입된다. 그동안 이사진을 먼저 뽑은 뒤 그 중 감사를 골랐지만, 앞으로는 처음부터 감사위원이 될 이사 1명을 따로 투표한다는 의미다.

집중투표제는 의무화된다. 이사를 여러 명 뽑을 때 주주에게 '뽑는 이사 수' 만큼 표를 주는 게 핵심이다. 대주주가 반대하는 후보도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으면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법 개정에 대비한 주요 기업들의 주총 안건

상법 개정에 대비한 주요 기업들의 주총 안건

▲자료=각사 주총 공시

◇ 이사 임기 늘리고 인원 수 줄이는 등 '사전 방어선' 구축

기업들은 만일에 대비해 다양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정관 제25조의 이사 임기 규정을 수정하는 안건을 올렸다. 기존에는 '이사의 임기는 3년으로 한다'고 고정했지만 이를 '3년을 초과하지 못한다'로 유연화하는 게 골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사 임기를 1~2년으로 설정해 '시차 임기제'를 운영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주총에서 뽑는 이사 수 자체를 줄여 집중투표제의 '몰아주기' 효과를 줄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이사 임기를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찾았다. 한화오션은 이번 주총 2-6호 의안으로 이사의 임기를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상정했다. 지주사인 (주)한화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 한화생명 등도 같은 안건을 올렸다. 한화갤러리아의 경우 이사 정원 자체를 기존 '13명 이내'에서 '7명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밖에 LS일렉트릭도 이사 수를 기존 9명에서 5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임기 관련 문구도 '3년으로 한다'에서 '3년으로 하되 이사별로 달리할 수 있다'고 바꾼다. 셀트리온은 '3인 이상 15인'에서 '3인 이상 9인'으로 변화를 시도한다. 효성 역시 '3인 이상 16인 이내'에서 '3인 이상 9인 이하'로 정관을 변경하기로 했다.

◇ 소액주주측 기업 선제대응에 반발…외국계 펀드, 주주제안 공세

소액주주 입장을 대표하는 단체들은 이같은 재계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한화그룹 상장회사의 이사 수·임기 관련 정관변경안에 대한 논평'을 내고 “개정 상법에도 불구하고 시차임기제로 집중투표제 도입 효과 반감이 우려된다"며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는 한화 계열사의 정관변경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주제안 및 경영권 분쟁 측면에서도 올해 주총 시즌은 눈길을 잡는다.

영국계 헤지펀드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 측에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자기주식 매입 및 소각, 선임독립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코웨이에 독립이사 선임을 주문했다. 트러스트자산운용은 KCC에 삼성물산 지분을 유동화하자고 요청했다. 액트는 DB하이텍에 특별감사인을 선출해 내부거래 진상을 규명하자고 주장했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고려아연에서는 영풍 측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이사회와 경영을 분리하자고 제안하며 현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에서는 최대주주 롯데쇼핑이 단독으로 이사회 구성을 변경하면서 2대 주주 태광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에서는 박철완 전 상무가 자사주를 주요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어 앞으로 변화 양상이 주목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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