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 블라디미르 고려인협회 부산지부장 “부산 고려인 화합과 권익 위한 든든한 기반 만들겠다”
교육·교류 활동으로 고려인 사회 연결
초량 러시아학교 중심 언어 교육 강화
전국 단위 탁구대회·음악회 개최 추진

부산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대한고려인협회 부산지부는 2023년 설립돼 교육과 교류, 권익 향상 활동을 통해 지역 고려인 사회의 연결 고리를 넓혀가고 있다. 부산 동구 초량동 러시아학교에서 만난 대한고려인협회 한 블라디미르 부산지부장은 “부산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이 서로 소통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국내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약 12만 명으로 추정된다. 인천에는 전국 단위 조직인 대한고려인협회가 2018년 설립돼 고려인들의 상호 교류와 정보 공유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에는 오랫동안 고려인 사회를 대표할 조직이 없었다.
한 지부장은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는 고려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경북 경주와 경남 진영에도 지부가 있지만, 대도시인 부산에는 지부가 없었다”며 “부산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서로 화합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뜻을 함께한 이들과 2023년 부산지부를 설립했다. 부산 지역 고려인 사회의 화합과 지원을 위한 첫 공식 조직이었다.
현재 협회는 전국 주요 도시에서 16개 지부를 두고 있다. 부산지부는 창립 이후 거점 지부로 자리 잡으며 경남 거제 등 부산 인근 지역까지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고려인 대부분은 3~4세대다. 이들은 재외동포 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해 생활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바탕에는 같은 한민족으로서 뿌리에 대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저도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났지만 충주에 본을 둔 ‘한’ 씨입니다. 정부 역시 고려인을 한민족으로 보고 재외동포 자격으로 입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후 일정 기간 거주하고 소득 요건을 충족하면 영주권을 받아 교육과 주거·취업 등에서 내국인과 크게 다르지 않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한 지부장은 앞으로 부산지부의 역할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420명인 회원을 더 늘려 외연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또 초량동 러시아학교를 중심으로 고려인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러시아어와 중앙아시아 국가 언어 교육도 강화할 예정이다. 협회와 부산 고려인 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고려인 사회의 교류와 화합을 위한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부산에 거주하는 고려인과 그 가족,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출신 외국인 50여 명이 참여한 탁구대회를 열었습니다.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행사라 생각해 3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올해는 부산시탁구협회에서 심판진 10여 명을 지원해 주셔서 더 뜻깊었습니다.”
그는 내년에는 협회 차원의 전국 단위 탁구대회 개최도 건의할 계획이다. 음악회도 열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지부장은 고려인들이 품고 있는 ‘고국’에 대한 마음도 전했다. “50대 이상 여성 고려인들에게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많은 분들이 휴전선 전망대 등 접경 지역을 꼽습니다. 몇 세대를 거치면서 자신의 뿌리가 남한인지 북한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들을 한민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단된 조국의 현실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것 아닐까요.”
글·사진=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