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Pick] “Netflix and Chill?” 넷플릭스 한국 진출 10년...글로벌 확장성 기여 vs 외화내빈의 제작 현실
1월 공개된 김선호, 고윤정 주연의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 2월 공개된 신혜선, 이준혁의 ‘레이디 두아’ 역시 공개 후 넷플릭스 비영어 쇼 부문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와 이에 올라탄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한 것은 2016년 1월 7일이다. 이후 2019년 1월에 ‘킹덤’이 공개되며 이용자가 5배 증가, 급성장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인한 넷플릭스는 ‘미스터 션샤인’, ‘베가본드, 더 킹: 영원의 군주’ 등 수백 억 원이 투자되는 드라마를 제작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뜻밖의 전성기를 ‘코로나19’로 인해 맞이했다. 대면이 금지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입자와 시청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2026년 총 29편의 한국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드라마 16편, 예능 9편, 영화 4편이다. 그중 예능 부문에서는 ‘데블스 플랜3’, ‘솔로지옥5’, ‘흑백요리사3’ 등 이미 흥행이 검증된 IP의 시즌제 예능이 전면에 배치됐다. 물론 최근 2년과 비교하면 제작 편수의 차이는 거의 없다. 2025년에는 드라마 15편, 영화 6편, 예능 9편이 공개했다.

2026년은 글로벌 OTT서비스인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한 지 딱 10년이 되는 해이다. 넷플릭스는 이 10년 동안 전 세계뿐만 아니라 TV, 극장, 영화, 케이블, 광고 등을 비롯한 한국의 콘텐츠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고, 이를 통해 현재 한국 콘텐츠 시장의 기획, 제작, 배급 시스템에 새로운 방정식을 제시했다.
‘넷플릭스NETFLIX’는 ‘인터넷net’과 ‘영화flix’의 합성어다. 1997년 8월, 마크 랜돌프와 리드 헤이스팅스가 캘리포니아주 스코츠밸리에서 설립하여 1998년부터 시작한 온라인 DVD, 비디오 대여점이 그 시초로, 홈페이지에서 DVD 대여를 신청하면 우편으로 보내주었고, 반납할 때는 DVD를 선납 봉투에 담은 뒤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됐다. 이 대여 서비스는 연체료가 없었고, 월정액을 내면 DVD를 무제한으로 빌려 볼 수 있는 구독형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넷플릭스의 빨간 봉투와 선명하게 새겨진 로고 또한 넷플릭스의 인지도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에 “Netflix and Chill?(넷플릭스 보고 갈래?)”이라는 말이 생겼다. 이는 집에서 ‘넷플릭스 영화 보면서 쉬자’라는 뜻으로 한국의 “라면 먹고 갈래?”와 같은 늬앙스의 말이다.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작품의 특징은 모든 회차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소위 ‘Binge-watch(몰아보기)‘라 불리는 MZ세대의 문화를 만들기도 했다.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영화는 아프리카 소년병의 이야기를 다룬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으로, 극장과 동시상영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극장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쳤다.
이후 넷플릭스는 ‘온라인으로 보는 작품’이라는 ‘가벼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위 ‘거장’들의 작품을 제작했다. 데이비드 핀처, 알폰소 쿠아론, 마틴 스코세이지, 코엔 형제, 폴 그린그래스, 스파이크 리, 봉준호 등등이다. 이 거장들이 넷플릭스의 손을 잡은 것은 넷플릭스의 독특한 제작방식 때문이다. 작품의 권리와 저작권을 가져가는 대신 제작사에게 제작비 전액과 제작비의 약 10~15%의 수익을 보존해주는 투자 방식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작품 제작이 결정되면 제작과 연출 등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콘텐츠 제작자의 창의성을 존중해주었다. 이는 작품을 만들면서 제작자의 간섭, 수익 배분, 흥행 부담 등을 고민할 필요가 없고,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넷플릭스는 각국의 유능한 제작, 감독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대면 활동이 중단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넷플릭스는 급성장했고 이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국 콘텐츠의 확장에 기여했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190개국에서 선보이며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 상위권, 남아메리카 전역에서도 10위권에 오르며 넷플릭스의 글로벌 종합 순위 6위까지 올랐다. 또한 ‘킹덤’ 시즌2,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등도 큰 히트를 쳤다.
2021년 9월,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것. ‘오징어 게임’은 그냥 세계 1위 작품이 아니라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흥행한 작품이 되었다. 불과 한 달 만에 전 세계 누적 시청시간 16억 시간을 돌파한 기록을 세웠고, 몇 달 동안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후 2021년 ‘지옥’, 2022년 ‘지금 우리 학교는’, 2023년 ‘더 글로리’ 역시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넷플릭스는 2023년에서 2027년까지 4년간 한국에 약 3조 원 이상 투자를 결정하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현재 한국의 넷플릭스 앱 사용자는 2025년 12월 기준 1,516만 명, 구독계정은 500만 개다. 또 2024년 기준 매출액 8,996억 6,000만 원, 영업이익 173억 원, 당기 순이익 141억 원을 기록했다.
넷플릭스의 ‘한국 사랑’의 결정타인 ‘오징어 게임’의 경우 제작비 250억 원으로 무려 1조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특히 단순 구독수익이 아닌 ‘오징어 게임’이라는 한국 IP가 창출한 글로벌 구독 매출 가치는 약 34억 달러(약 4조 7,000억 원)에 이른다는 평가도 있다.
이후 ‘오징어 게임 2’의 제작비는 1,000억 원, 3편 역시 제작비는 상승되었다. 물론 제작비 전액 투자, 10~15% 수익 보장, 지식재산권IP와 글로벌 유통권 넷플릭스 독점이라는 원칙은 깨지지 않았다. 넷플릭스의 수익 중 본사 수수료는 약 77%로 알려졌다. 또한 2024년 상반기 넷플릭스 전체 시청 시간의 약 8.7%가 한국 콘텐츠로 이는 비영어권 1위이다.

지난 5년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에 이름을 올린 한국 작품은 총 210편이나 된다. 이는 그동안 단발적으로 아시아권에서 ‘한류붐’을 일으켰던 한국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고 성과를 얻은 증거이다. 물론 여기에는 글로벌 공급망을 갖춘 넷플릭스의 ‘공’이 분명 있다. 그래서 그동안 한국 극장에서 ‘조용히 상영’되거나, ‘낮은 시청률’을 보였던 드라마들도 넷플릭스에서 ‘재방영’되면서 그 가치와 존재를 인정받는 아이러니한 현실도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한편, 넷플릭스의 이런 긍정적 측면에 반해 부정적 효과로 먼저 거론하는 것이 바로 IP와 모든 권리, 그리고 ‘제작비의 상승’을 든다. IP 즉 지적재산권의 넷플릭스 양도는 당장의 만족을 위해 미래의 적금을 포기하는 행위와 비슷하다. IP 소유는 향후 다양한 방식, 플랫폼으로 재생산할 수 있는 콘텐츠의 생명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제작 시점부터 지금까지, 또 미래에도 넷플릭스의 소유물인 ‘미국의 것’이다. 해서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도 가능했다는 일부의 주장도 있다.

이처럼 드라마, 예능, 영화 등의 제작 사이즈는 커졌다. 이에는 드라마 제작의 외형적 스케일 자체가 커진 영향도 있지만 배우 출연료의 인플레이션에 가까운 상승 탓이 크다. ‘오징어 게임’의 대히트 후 2~3편 시리즈에서 ‘이정재 출연료가 회당 10억 원’이라는 설이 있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두 주연 배우의 회당 출연료도 각 수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는 초기 작품의 질적 향상, 브랜드 인지도, 마케팅 효과, 한류의 붐 등을 고려해 한국의 톱스타들을 적극 작품에 캐스팅했다. 이에 스타급의 회당 출연료 3~5억 원을 투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10회라면 30~50억 원, 16부작이라면 50~80억 원의 출연료를 받을 수 있는 작품의 출연 제의를 거부할 배우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아직은 미국 내 제작보다 한국 제작 콘텐츠가 ‘가성비’에서 압도적이기에 넷플릭스의 투자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보다 가성비에서 월등한 콘텐츠가 어느 순간 나타난다면 넷플릭스의 선택은 뻔하다. 한국에 대한 투자를 줄일 것이다. 그때 우리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IP를 비롯한 모든 권리를 양도한 영상, 이미 부풀어져 버린 출연료, 넷플릭스의 다양한 마케팅과 콘텐츠에 익숙해져 버린 시청자뿐이다.
그럼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뻔하지만 토종 OTT의 경쟁력을 높이고, 넷플릭스용이 아닌 극장에서 봐야 할 가치가 있는 한국 영화를 제작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글 권이현(라이프컬처 칼럼니스트)]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픽사베이, 넷플릭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21호(26.03.17) 기사입니다]
Copyright © 시티라이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