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조요청 후 사망 공무원, 당직실서 1분 거리 사무실에 방치
소방·경찰, 내부수색·야간당직자 협조 요청 않고 주변 둘러본 뒤 철수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초과 근무 중 건강 이상 증세로 119에 긴급 구조 요청을 하고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숨진 대구 수성구청 30대 공무원 사망사고는 당시 야간 당직자가 있던 곳에서 걸어서 불과 1분여 정도 떨어진 사무실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까닭에 구조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수색 작업을 벌였던 소방·경찰 인력이 야간 당직자에게 적극적으로 협조를 요청했다면 결과적으로 최악의 결과는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수성구청 또한 자체적으로 야간 비상 상황에 대비한 적절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대구 수성구청 본관 1층 출입문 바로 뒤편에 위치한 현관 안내데스크.
구청 본관 야간 당직자들이 근무를 서는 곳으로 숨진 공무원 A씨가 발견된 사무실은 이곳에서 불과 200m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다.
안내데스크에서 본관 3층으로 이동한 뒤 연결 다리를 거쳐 별관 4층에 있는 A씨 사무실에 이르는 구조로, 성인 걸음으로 불과 1분 40초가량 걸린다.
사고 발생 당일 A씨는 대구소방본부 119상황실과 제대로 대화를 이어가지 못하고 구토 소리만 낸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상황이 급박했던 점을 감안할 때 소방·경찰 수색 인력이 야간 당직자 도움을 구해 신고자 위치를 특정한 뒤 본관 1층에서 뛰어갔더라면 1분 안에 A씨를 발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방은 지난 12일 오후 11시 35분께 구조 신고를 받은 뒤 휴대전화 GPS 위치 추적으로 A씨 위치를 수성구청 주변으로 특정하고도 내부 수색을 하지 않고 15분 만에 철수했다.
게다가 당시 구청 본관 출입문은 열려 있었지만, 수색 인원들은 야간 당직자들에게 아무런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소방 관계자는 "별관 출입문이 잠겨 있어 내부에 사람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처럼 당국의 대처가 허술하게 이뤄지면서, 결국 A씨는 119 신고 후 7시간여가 지난 다음 날 오전 6시 45분께 청사 별관 4층 사무실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A씨가 먹다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햄버거가 발견됐다.
이를 두고 A씨 사촌 여동생은 빈소를 찾은 취재진에게 "신고받고 출동한 사람들이 15분 만에 철수했다고 들었다. 구청 주변 한 바퀴만 돌아도 15분은 지나간다"며 "그냥 안 찾고 돌아가고 싶은 명분을 만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 친구도 "(소방에서)GPS 추적으로는 정확한 위치가 안 뜬다고 하는데 그 밤에는 수성구청(안에서 신고했다고) 짐작할 수 있지 않나"라며 "최소 3명은 출동했던데 몇 명은 주변을 둘러보고 몇 명은 건물에 갔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발생 후 A씨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이날 그의 사망 원인이 '대동맥박리'로 밝혀졌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다만 사망 추정 시간은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대동맥 내막이 찢어지면서 발생하는 중증 응급질환이지만, 신속한 대처가 이뤄진다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대구지역 한 심장 진료 교수는 "환자마다 다르지만, 대동맥박리 증상이 나타나면 무엇보다 빨리 응급 수술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동맥박리 환자가 다 사망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A씨 유족들은 부실한 수색을 지적하는 목소리와 함께 이 같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수성구청 측이 야간 비상 대응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말도 내놓고 있다.
한 유족은 "만약 (A씨)사무실에 비상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상벨이 마련돼 있거나, 당직자 등이 초과 근무자가 있는 사무실 순찰을 강화했다면 이번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수성구 관계자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각 부서에 비상벨을 설치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소방과 경찰 또한 출동 대원들을 상대로 당시 부실 수색 경위를 조사 중이며 조만간 개선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psjp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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