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로 깊어진 역사 호기심 더 키워볼까
유아·초등생 ‘케데헌’, 고학년 ‘사도’ ‘명량’ 등
콘텐츠 본 뒤에는 추가 인물정보 찾아보길
허구 섞여 있어…사실로 오해 않도록 해줘야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하면서 뜻밖의 현상이 일어났다. 극장을 나온 관객들이 강원도 영월로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종이 유배됐던 청령포와 장릉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방문객이 찾았고, 단종과 엄흥도의 실제 역사를 찾아보는 검색량도 치솟았다. 역사를 다룬 영화 한 편, 만화책 한 권이 어떤 교과서보다 강력하고 흥미로운 역사 선생님이 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볼 만한 역사 콘텐츠부터 역사 기행과 연결하는 방법까지, 일상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역사 교육 방법을 모아 봤다.

영화와 드라마 이야기로 접하는 역사
유아 및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라면 지난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좋은 출발점이 된다. K팝 걸그룹 헌트릭스가 세상을 지키는 비밀 데몬 헌터라는 설정인 이 작품은 현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곳곳에 한국 전통문화가 녹아 있다. 작품을 보면서 저승사자, 도깨비, 까치호랑이 같은 한국 민간신앙 요소와 한복, 한옥, 서울의 랜드마크 등의 전통 상징물을 찾아보자. “저 캐릭터가 들고 있는 무기 이름이 뭘까?” “저 건물은 어디에서 본 것 같지 않아?” 같은 질문을 던지며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역사 공부의 시작이다.
초등 고학년 이상이라면 좀 더 깊이 있게 역사를 다룬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 ‘사도’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인물의 관점에 집중해 그려낸 작품으로, 역사적 사건 이면의 인간적인 감정과 고민을 함께 들여다보기에 좋다. 이외에도 임진왜란의 해전을 다룬 ‘명량’과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이야기를 다룬 ‘천문: 하늘에 묻는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남한산성’, 시인 윤동주의 이야기로 일제강점기를 그린 ‘동주’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많다.
콘텐츠를 본 후에는 영화 속 등장 인물 정보를 추가로 찾아보면 여운을 더 깊게 즐길 수 있다.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이 어디서 갈리는지를 함께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초등 고학년부터는 영상 속 연출과 실제 사실을 구분할 수 있는 인지 능력이 갖춰지기 시작하므로,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훈련을 함께 병행하는 것이 좋다.
영상 세대인 아이들에게는 유튜브 역시 접근성 높은 학습 도구다. 문제는 어떤 채널을 선택하느냐다. EBS의 ‘역사채널e’는 한 편당 5분 내외의 짧은 분량으로 한국사의 주요 장면이나 사건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한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의 집중력에 맞게 활용하기 좋으며, EBS 누리집과 유튜브 채널에서 주제별로 검색해 골라볼 수 있다. 다산북스에서 운영하는 교양 채널 ‘교양만두’는 ‘조선 시대 왕들은 화장실에 어떻게 갔을까?’처럼 흥미로운 역사적 질문들을 아기자기한 그림과 유머로 풀어내 가볍고 재미있게 역사에 접근하기에 좋다.

읽는 재미로 시작하는 역사 공부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사회평론)는 오랫동안 역사 학습의 필독서 자리를 지켜온 시리즈다. 용선생이라는 캐릭터가 아이들과 함께 역사 현장을 누비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선사시대부터 근현대까지 긴 흐름을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다. 저자들이 전국 37개 주요 도시, 200여 곳의 문화유산을 직접 답사하고 핵심을 짚은 현장 강의도 QR코드 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다.
아이가 역사 만화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면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단꿈아이)와 같은 도서도 좋은 선택이다.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도 있어 책과 영상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

중학생 이상의 자녀와 함께 라면 역사를 다룬 소설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다. 대표적인 예로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의 ‘소년이 온다’(창비)도 시도해볼 만하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맞서 싸우던 인물들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비극적인 현대사를 단순한 교과서 속 사건이 아닌 살아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경험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나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을 함께 찾아가면 책 속의 이야기가 살아 있는 역사로 연결된다.
이금이 작가의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일제강점기 시대의 하와이를 배경으로 이민 1세대 재외동포와 혼인을 올리고 생활을 꾸려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청소년 문학의 대표 작가로 사랑받아온 작가가 역사적 사실을 따뜻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콘텐츠와 연결하는 역사 나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아이를 수동적인 관람자로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 속에 등장한 역사의 장소를 방문하기 전에 아이와 함께 미션을 정해보자. “오늘 우리가 가는 곳에서 영화 속 장면과 가장 비슷한 곳 찾기” “전시물 중에서 드라마에 나왔던 물건 찾아보기” 같은 간단한 미션이 지루할 수 있는 관람을 흥미로운 탐험으로 바꿔준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는 아이가 직접 가이드가 되어 보호자에게 그 장소를 설명해주는 ‘일일 큐레이터’ 활동도 해볼 만하다. 사전에 관련 내용을 함께 찾아보고, 현장에서 아이가 직접 설명하게 하면 성취감과 학습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접근성 좋은 대표적인 역사 나들이 장소로는 서울 경복궁과 창덕궁을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사극의 배경이 된 두 궁궐은 어떤 조선 시대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나서든 자연스럽게 연결지어 방문할 수 있다. 독립운동 관련 콘텐츠를 보고 난 후라면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나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 등으로 발걸음을 향해 보자.

가정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역사 교육법
콘텐츠를 본 후에는 감정이 살아 있을 때 바로 이어지는 활동이 효과적이다. 콘텐츠를 감상한 후 그림이나 글로 간단하게 감상문을 써봐도 좋다. 글쓰기가 어렵다면 “오늘 본 인물 중 한 명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볼까?”처럼 말로 먼저 꺼내게 해도 충분하다.
한 가지 반드시 챙겨야 할 부분도 있다. 사극 드라마와 영화에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아이가 드라마 내용을 100%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시청 후에는 “이 장면은 실제 역사일까, 작가가 상상해서 만든 이야기일까?”를 함께 찾아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드라마는 재미를 위해 상상을 더한 것이고, 실제 기록은 이렇단다”라고 명확하게 짚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연스럽게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익히게 된다. 이 과정이 쌓이면 역사 지식은 물론,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눈까지 함께 자란다.
박은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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